심층분석

尹 술친구 국힘 박성민에 무릎 꿇은 열공 정정보도, 법원이 면죄부

"거짓보도" 낙인 찍어준 정정보도에 법원 "기자 특정 아니다"로 기각

기자에게 묻지도 않은 정정보도, 판결은 기자 탓으로 돌렸다

"법원이 박성민 보도 허위 확정" 정천수 주장, 판결문엔 없는 말

기자에 한 마디도 묻지 않은 정정보도가 박성민을 재선시켰다

2026-04-18 07:33:37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의 '공공 룸싸롱' 의혹을 취재했던 기자가 자신을 "거짓보도 낸 사람"으로 몰아간 정정보도에 맞서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졌다. 법원은 기자에게 묻지도 않고 낸 정정보도를 "어쩔 수 없었다"고 감싸줬다. 취재기자가 회사 요구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는 16일 권지연 기자가 열린공감TV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기사삭제 청구를 기각했다. 정정보도를 낸 정천수는 이튿날 열린공감 유튜브 커뮤니티에 승소 사실을 알리면서 "법원이 박성민 보도가 허위임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공지했다. 판결문엔 그런 말이 없다.


법원이 실제로 판단한 것은 두 가지뿐이다


판결문에는 두가지만 나온다. 하나는 "정정보도문에 권 기자 이름이 없으니, 기자 개인을 콕 집어 거짓말쟁이라고 한 게 아니다"라는 것. 다른 하나는 "설령 기자에게 피해가 갔더라도 열린공감TV의 행위가 위법한 건 아니다"라는 것.


박성민 의혹이 진짜냐 가짜냐는 법원이 판단하지 않았다. 정천수가 게시글 앞에 내세운 울산 중구청 담당자의 "룸싸롱 시설은 없다"는 답변도, 판결문에는 열린공감TV가 왜 정정보도를 내게 됐는지 그 경위를 설명하는 부분에 짧게 인용됐을 뿐이다. 법원이 박성민 보도를 허위라고 확정한 게 아니다.


"기자 이름 없다"는 논리, 실제 벌어진 일은 달랐다


1심의 첫 번째 판단은 "정정보도문에 권 기자 이름이 안 들어갔다"는 것이다. 정정보도문만 글자 그대로 보면 맞는 말이다.


문제는 글자 밖에서 벌어진 일이다. 박성민 보도에 출연한 기자는 세 명이었다. 그중 누가 담당 취재기자인지 시청자들은 물론, 업계에서는 다 안다. 정정보도가 나가자 박성민 의원은 17일 만에 총선 출마를 공식화했고, 국민의힘 공천심사에 이 정정보도문을 제출했다. 정정보도가 난 지 보름여 만에 권 기자는 해고됐다. 함께 해고된 직원이 9명이었다.


이런 일이 줄줄이 벌어진 뒤에도 "기자 이름이 없으니 기자를 겨냥한 게 아니다"라고 할 수 있는지, 재판부는 답하지 않았다.


묻지 않은 정정보도, 판결은 "기자 탓"으로 만들었다


1심이 "열린공감TV는 잘못한 게 없다"고 본 근거는 이렇다. 열린공감TV가 박성민 의원의 언론중재 신청에 대응하려고 사실관계를 확인해봤는데, 박성민 주장을 반박할 근거를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합의하고 정정보도를 냈다는 것이다.


이 "어쩔 수 없었다"는 논리 안에 독한 대목이 숨어 있다. 재판부는 회사가 권 기자 등 직원들에게 "업무현황을 보고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권 기자가 거부했다고 적었다. 결과적으로 "회사가 위법하지 않은 건 권 기자가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구도가 만들어진다. 정정보도의 책임이 기자에게 떠넘겨지는 셈이다.


그런데 회사가 요구했다는 "업무현황 보고"의 실체가 무엇인지 뜯어봐야 한다. 권 기자는 중앙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대표이사가 2022년 5월부터 이때까지 2년치를 일일 보고식으로 내라고 해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도 과한 요구라고 했다." 특정 보도에 대한 취재 경위를 묻는 게 아니라, 2년치 업무 전체를 매일 단위로 적어내라는 요구였다.


정작 정정보도의 대상이 된 박성민 보도에 한해서, 권 기자에게 "이 보도는 어떻게 취재했느냐"고 물어본 기록은 없다. 담당 기자에게 한 마디도 묻지 않고 내린 정정보도를 놓고, "협조 받지 못해 어쩔 수 없었다"는 회사 측 주장을 판결이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뜬 소문"으로 치부된 박성민 보도, 근거는 있었다


정정보도문은 박성민 보도가 "지역의 뜬 소문과 확인되지 않은 일부 사실"에 근거했다고 단정했다. 박성민 보도는 정말 뜬소문 수준이었을까.


울산 중구 문화의전당 안에는 '소리마루'라는 공간이 있었다. 창문이 하나도 없는 밀실 구조였다. 안에는 2천만원대 고급 스피커, 와인셀러, 양주잔이 놓여 있었다. 공공기관 음악감상실에 있을 만한 물건이 아니다.


출입 기록은 지문인식기에 남아 있었다. 2015년 1월부터 2018년 6월까지 박성민 당시 구청장은 15일, 그의 운전기사는 28일 이곳에 출입했다. 낮이 아니라 야간과 주말이었다. 운전기사는 새벽 1시 1분에 출입한 기록이 여섯 번 넘게 나왔다. 개관 이후 2018년까지 이 공간에서 음악 강좌는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는 게 안영호 울산 중구의회 의원의 증언이다.


박성민 측근들의 해명도 허점투성이였다. 권태호 울산시의원은 "연예인들에게 극장을 안내하려고 야간에 갔다"고 했지만 어떤 연예인인지는 말하지 못했다. 강혜순 울산 중구의회 의장은 "사운드 체크 때문에 갔다"고 했는데 출입 기록은 저녁 7~9시대였다. 초대 문화의전당 관장은 "소리마루가 뭔지 모른다"고 했다가 "내가 나간 뒤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입화산에선 호화별장 문제도 있었다. 애초 60㎡ 미만 창고로 허가받았는데 박성민 지시로 100㎡ 넘게 불법 증축됐다. 완공은 2015년이었지만 준공 허가는 2018년까지 받지 않은 채 사용됐다.


김정기 기자가 정정보도 직전 울산 중구청 담당자에게 받았다는 "룸싸롱 시설은 없다", "2018년 5월 술자리는 없었다"는 답변은, 의혹을 받는 당사자 기관이 자기 자신에 대해 내놓은 해명이다. 원보도가 모은 지문인식 기록, 밀실 구조, 고급 집기, 전·현직 관계자 복수 증언을 뒤집기엔 약한 근거다.


승소로 끝날 사건이 아니다


정천수는 승소 선언과 함께 "권 기자에게 소송비 일체와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반소를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사소송법상 1심 변론이 끝난 이 사건에서 반소는 이제 낼 수 없는데도 법적 공세를 예고한 것이다.


받아낼 수도 없다. 권 기자는 열린공감TV에 대한 선순위 채권자다. 2024년 8월 해고 노동자들이 회사 부동산에 3억원 규모의 가압류를 집행했고, 지난달에는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이 별개의 소송비용확정판결에 따라 1851만원의 채권가압류를 추가로 인용했다.


부당해고 사건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로 판정된 데 이어, 2026년 1월 서울행정법원 제13부는 권 기자 등 7명에 대한 해고가 부당하다는 1심 판결을 내렸다. 정천수 측은 이제일 변호사를 선임해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권 기자 측은 이번 정정보도 소송 1심 판결에 대해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항소기간은 판결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2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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