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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멈추지만, 핵과 통행료는 60일 뒤로

전문도 검증 주체도 공백…한국엔 동결 원유대금 60억달러까지 걸려

트럼프 "이란 핵 포기"…합의문 핵심은 60일 추가 협상으로 유보

2015년엔 농도·비축·사찰 숫자, 2026년 문서엔 숫자 없이 약속뿐

한국, 호르무즈 통행료 신설·이란 원유대금 60억달러 처리 미정

2026-06-17 15:27:0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19일 스위스에서 이란과 종전 합의 문서에 서명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했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외신 보도와 미 고위관리 설명을 종합하면, 핵 폐기의 방법과 숫자는 합의문에 담기지 않았다. 핵심 쟁점은 모두 앞으로 60일간의 추가 협상으로 미뤄졌다.


2015년엔 숫자, 2026년엔 약속


트럼프 대통령이 최악이라고 비판한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에는 숫자가 있었다. 우라늄 농축 농도는 3.67%로 묶였다. 비축량은 300킬로그램으로 제한됐다. 원심분리기는 1만9000대에서 6100대 수준으로 줄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절차도 문서에 적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이 합의를 깼다. 제한이 풀리자 이란은 농축 농도를 60%까지 끌어올렸다. 핵무기에 쓰는 90%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렇게 높아진 농축이 이번 전쟁을 부른 한 원인이 됐다.


이번 합의문은 다르다. 핵과 제재 해제는 60일간 더 협상하기로 했다. 핵무기를 갖지 않는다는 원칙만 있고, 농도와 사찰 같은 숫자는 빠졌다. 2015년 문서에는 숫자가 박혀 있었다. 이번 문서에는 나중에 정하자는 약속만 있다.


미국과 이란, 말이 따로 논다


이 합의문을 놓고 미국과 이란의 말이 정반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을 포기했다고 한다. 이란 외무부는 "핵에 관해 새로 약속한 것이 없다"고 했다. 농축할 권리는 앞으로 지키겠다고도 했다.


전쟁의 명분이던 이란의 미사일과 주변 무장세력 지원 문제는 협상 의제에서 빠졌다. 이란 강경파 매체는 이를 외교 승리라고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자기 정부 설명과도 어긋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을 포기시켰다고 하지만, 미 실무라인은 원칙만 합의했고 폐기는 더 협상한다고 설명한다.


전문도 검증자도 없는 합의


서명은 모레인데 합의문 전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미 의회에도 제출되지 않았다. 공화당 의원들조차 내용을 모른다고 말한다. 미국 정보기관 고위층에서도 이란이 약속을 이행할지 회의적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2015년 오바마 행정부 때 만든 법에 따르면, 이란과의 합의는 제재 해제 전 의회 검토를 거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한 그 법이 이번 합의를 의회로 끌고 갈 수 있다.


검증 주체도 분명하지 않다. 공개된 설명만으로는 IAEA가 어떤 권한으로 언제 이란에 들어갈지 알 수 없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검증할 방법이 분명하지 않은 합의는 합의가 아니라 합의의 환상"이라고 했다. 이란은 지난해부터 사찰에 협조하지 않았다. IAEA는 이란의 우라늄 재고를 1년 가까이 확인하지 못했다.


돈의 두 갈래, 한국 60억달러


돈 문제는 두 갈래다. 하나는 과거 묶인 동결자산, 다른 하나는 3000억달러 규모 펀드다. 펀드는 미국 정부의 배상금이 아니다. 미국과 걸프, 아시아 기업이 이란에 투자한다는 민간 펀드다. 이란이 핵을 폐기하고 사찰을 받아야 작동한다.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기업도 참여 의사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동결자산은 액수부터 부딪친다. 이란은 240억달러를 즉시 풀라고 한다. JD 밴스 부통령은 "그 숫자는 합의문 어디에도 없다"고 부인했다. 미국은 이란이 약속을 지키는지 확인한 뒤 단계적으로 준다는 입장이다.


이란은 이 가운데 한국 은행에 묶였던 자국 원유대금 60억달러도 풀라고 한다. 약 9조원이다. 한국 돈이 아니라, 이란이 원유를 팔고 받아야 할 돈이다. 2018년 제재로 묶였고, 2023년 카타르로 옮겼다가 다시 동결됐다. 외교부는 합의를 환영한다는 성명만 냈다. 이 돈의 처리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호르무즈에 새로 붙은 통행료


한국은 중동 원유의 99%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들여온다. 6월 15일 기준 한국 선박 24척과 한국인 선원 137명이 그 바닷길에 걸려 있다. 합의문에는 이란이 서명 즉시 원유를 팔 수 있게 하는 조항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장을 쥔 혁명수비대는 최소 96시간 통항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했다. 기뢰 제거에만 40~50일이 걸린다는 분석도 있다.


통행료라는 새 비용도 생겼다. 호르무즈는 원래 누구나 공짜로 지나던 국제 항로다. 이란이 전쟁 중 막았고, 합의는 60일만 통행료 없이 열기로 했다. 그 뒤 통행료는 다시 협상한다. 전쟁 전에는 없던 비용이 붙은 셈이다. 그 비용은 기름을 실어 나르는 한국이 떠안는다.


불씨도 남았다. 이스라엘은 이 합의의 당사자가 아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며 레바논과 가자, 시리아에 군대를 계속 두겠다고 했다.


그래도 전쟁은 멈춘다


이번 합의로 전쟁은 일단 멈춘다. 그것만큼은 분명하다. 이 전쟁으로 이란에서만 3000명 넘게 숨졌다. 그중 어린이가 수백 명이다. 레바논에서도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군 사망자도 13명으로 보도됐다.


핵심을 다 미뤘으니 항복이라는 비판과, 전쟁을 멈춘 결단이라는 평가가 맞선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합의문 전문이 공개되고 60일이 지나야 가려진다. 합의문 전문은 6월 19일 서명 이후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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