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더탐사 사무실 철문 절단기로 뜯고 강제 진입…8월 이후 여섯 번째 압수수색

소방 구조대·기동대·경찰 백차까지 동원…기자 자택에도 형사 배치

절단기로 사무실 철문 강제 개방, 소방·기동대 포함 약 40명 투입

강진구 기자·최영민 감독 자택에도 형사 배치…최 감독 차량 블랙박스 강제 압수

한동훈 자택 방문 취재에 대한 '주거침입' 혐의…TV조선 사례와 형평성 논란

같은 날 청담동 술자리 핵심 증인 '첼리스트' 최초 직접 인터뷰 결과도 공개

2022-12-07 21:00:00

12월 7일 수요일, 시민언론 더탐사 사무실과 소속 기자 자택에 압수수색이 집행됐다. 8월 이후 횟수로 네 번째, 장소 기준으로는 여섯 번째다. 경찰은 더탐사가 입주한 건물 로비에 약 40명을 배치했고, 기동대 차량, 경찰 백차, 소방차까지 건물 앞 100여 미터를 가득 채웠다. 더탐사가 사무실 출입문을 잠그자 소방 119 구조대가 절단기를 들고 올라와 철문을 잘라 강제 진입했다. 언론사를 상대로 절단기까지 동원한 압수수색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절단기로 철문 자르고, 기자 자택까지 포위


압수수색 명목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택 방문 취재에 대한 주거침입 혐의였다. 영장은 월요일에 발부됐고, 일주일간 유효한 영장이었다. 한동훈 장관이 12월 2일 더탐사를 고소한 직후 청구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영장 집행 시 "일단"이라는 표현을 썼다. 주거침입에서 시작했지만 기자 스토킹, 이세창 무단 주거침입 건까지 묶어 수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2022년 12월 7일 경찰 압수수색 현장 영상 캡쳐


강진구 기자 자택에는 아침부터 형사 네 명이 대기했다. 강 기자는 "한동훈 장관이 거부했기 때문에 나도 거부한다. 헌법상 기본권"이라며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집을 나섰다. 최영민 감독 자택에도 수사관이 배치됐다. 최 감독은 수 시간 동안 자택에 갇혀 있다가 탈출에 성공했다. 이후 경찰은 최 감독의 차량을 강제로 열고 블랙박스 유심칩을 압수했다고 통보해왔다. 최 감독은 소환 조사 통보조차 한 번 받지 못한 상태에서 압수수색부터 당한 것이다.


사무실 안에서는 직원들이 공포감을 느꼈다. 절단기를 들고 문을 따는 장면은 실시간으로 생중계됐다. 출입문이 유리문이라 밀리는 과정에서 다치는 사람도 나왔다. 허재현 기자는 발을 밟히고 허리를 다쳤다. 더탐사 측은 안전 확보를 위해 방화문을 닫겠다고 요청했지만 경찰이 막았다.


TV조선과의 형평성, "이것이 법치주의인가"


더탐사 측은 TV조선의 조국 전 장관 딸 자택 방문 사례를 들어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TV조선은 비밀번호 입력이 필요한 현관을 통과했고, 야간에 2회 방문했으며, 1회차에서 조국 딸과 물리적 마찰까지 있었다. 그럼에도 검찰은 200만원 약식기소에 그쳤고, 압수수색은 없었다. 채널A 역시 유사 사안으로 강제 집행 없이 자료를 이미지 형식으로 넘기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반면 더탐사는 주간에 1회 방문했고, 공용현관은 비밀번호 입력 없이 출입 가능한 개방형이었다. 초인종을 누른 뒤 돌아섰을 뿐이다. 한동훈 장관 측이 주장하는 도어락 잠금 해제는 CCTV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 영장에도 초인종을 누른 행위나 엘리베이터 카드키 부분은 적시되지 않았다. 유일한 쟁점은 도어락 잠금 해제인데,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니 다른 각도의 영상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더탐사 측은 분석했다.


더탐사 측은 비례성 원칙 위반을 지적했다. 초인종을 한 번 누른 행위에 대해 중대를 동원하고 20명 넘는 수사관과 소방관까지 투입해 철문을 절단기로 자르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강진구 기자는 "벨을 한 번 누른 것에 절단기를 가지고 철문을 뜯어 간다. 법원에서 영장이 왜 나오느냐. 당사자가 법무부 장관 아니냐. 이것은 이해충돌"이라고 했다.


영장 발부 판사도 논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판사는 슈퍼마린 이성열 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던 인물이다. 최순실 커넥션 관련 비밀을 알고 있는 이성열 씨를 대선을 앞두고 실형 선고한 뒤 영전해 서울로 왔다. 서울로 오자마자 영장 판사가 됐다. 황희석 변호사는 "영장 판사로 바로 배치되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판사는 기자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부분은 기각했다. 사무실과 기자 개인의 신체에 대한 압수수색만 인용한 것이다.


더탐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8월 이후 급격히 늘었다. 8월 24일 두 곳, 9월 1일 두 곳, 11월 27일 김시몬 기자 자택, 그리고 12월 7일 사무실과 기자 자택. 전부 김건희 씨 관련 사건이거나 한동훈 장관 관련 사건이다. 더탐사 측은 "한동훈이 12월 2일 고소한 시점에 맞물려 압수수색 영장이 들어갔다"며 "주거침입에서 시작됐지만 결국 청담 게이트와 맞물려 있다. 더탐사의 발과 손을 묶고 입을 막으려는 시도"라고 했다.


같은 날 첼리스트 최초 직접 인터뷰 공개


압수수색이 진행된 같은 날, 더탐사는 청담동 술자리 핵심 증인인 첼리스트를 직접 만난 결과를 공개했다. 청담 게이트 보도 이후 첼리스트를 직접 만난 기자는 더탐사 권지연 기자가 유일하다. 권 기자는 토요일 약 6시간, 수요일 추가 면담까지 총 10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눴다. 토요일 비공식 대화에서 첼리스트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을 봤지만 증거가 없어 말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일관했다. 수요일 변호사 입회하에 진행된 공식 인터뷰에서는 "본 적 없다"고 번복했다.


"증거가 없다, 어떤 것도 증거가 없다"


토요일 만남은 취재가 아니었다. 첼리스트의 전 남자친구 집에서 짐 정리 작업이 있었고, 양쪽이 참관인을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권지연 기자와 영상 직원은 전 남자친구 측 참관인 자격으로 현장에 갔다. 첼리스트는 상대가 더탐사 기자인 줄 몰랐다. 작업이 끝난 뒤 식사하며 약 6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첼리스트는 경찰 조사 이후 처음으로 기자와 만났다.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라며 40여 일간의 고통을 토로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엘리베이터도 못 탄다"고 했다. TV조선과 가세연 등이 사진·영상·실명까지 공개한 탓에 외출조차 못 하는 상태였다. 이세창에 대한 공포도 컸다. "나 어떻게 해결 죽일까 봐 모든 게 무서운 거야"라고 했다.


대화의 흐름은 '봤지만 말할 수 없다'는 맥락으로 이어졌다. "내가 한 장관을 봤냐 안 봤냐, 이게 너무 중요한 나의 증언이 돼야 하는 거고"라고 했다. "증거가 없다, 어떤 것도 증거가 없다"고 반복했다. 공연할 때 핸드폰을 들고 다니지 않고, 대통령이 있는 자리에서 촬영이나 녹음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내가 증거가 있으면 내가 딱 깐다"고도 했다.


공개 증언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세 가지였다. 증거가 없다는 것, 가족 피해 우려, 그리고 한동훈 장관에 대한 공포. "법무장관이 자기 직을 걸었어. 그럼 나는 어떻게 될까. 힘은 여기 다 있는데. 나를 없던 걸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잖아." 이 말을 하루에 서너 차례 반복했다. 김건희 씨에 대해서도 "내가 김건희 눈에 거슬렸나? 그게 제일 무서워. 김건희가 나쁜 마음 먹으면 매장시킬 수 있어"라고 했다.


"거짓말쟁이가 차라리 낫다"


경찰 진술 직후 조선일보에 보도가 나간 것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경찰관 세 명이 "언론에 나가지 않으니 염려 말라"고 했는데 다음 날 새벽 5시에 기사가 떴다는 것이다. 첼리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을 하다가도, 내가 무서운 불안을 갖고 사는 것보다는 오히려 이게 낫지 않을까 생각해요." 거짓말쟁이로 몰리는 억울함을 감수하는 것이 진실을 말함으로써 생기는 불안을 견디는 것보다 차라리 낫다는 판단이었다.


한동훈 장관과 김앤장 변호사의 동석을 기정사실로 전제한 발언도 나왔다. "걔네가 술 마신 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김앤장 변호사들이랑 있었기 때문에 한동훈이 김앤장 변호사들이랑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안 되는 거야." 술자리가 왜 치명적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오빠가 한 말도 의미심장했다. 국감에서 청담 게이트가 공개되자마자 현장을 직접 찾아갔다. "거기 갔는데 아무것도 없어. 너 하지 마. 절대 얘기하지 마. 찾을 때까지 기다리든지."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정권 바뀌면 언제든 할 수 있어. 근데 지금은 아니야. 누군가 증거가 나오면 모를까, 네가 나서서 하는 건 절대 안 된다."


수요일 공식 인터뷰, 핵심 진술 번복


수요일 인터뷰는 상황이 달랐다. 첼리스트는 상대가 더탐사 기자임을 알았고, 변호사가 입회했다. 이 자리에서 첼리스트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을 "본 적 없다"고 말했다. 왜 윤석열 이름을 꺼냈느냐는 질문에는 태극기 배지 등을 보고 추측한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은 윤석열과 친하니까 이름을 끼워 넣었다고 했다.


토요일 진술과 수요일 진술은 정면으로 엇갈린다. 토요일에는 명예훼손 가능성이 없는 사적인 대화였다. 수요일에는 보도를 전제한 공식 인터뷰였고, 법적 책임이 수반되는 자리였다. 더탐사 측은 "편한 분위기에서 한 말이 더 진실에 가깝다고 단정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법적 책임이 있는 자리에서 거짓말을 안 할 수도 있다"고 양쪽 가능성을 모두 열어뒀다.


다만 토요일 대화에서 드러난 심리 상태는 단순한 거짓말쟁이의 것은 아니었다. "증거가 있으면 딱 깐다"고 했고, "정권 바뀌면 언제든 할 수 있어"라고 했다. 거짓말이었다면 증거를 고민하거나, 정권 교체 후를 기약할 이유가 없다. 반대로 수요일 번복이 법적 부담 때문인지 진심인지도 확인이 더 필요하다. 더탐사 측은 "첼리스트가 거짓말했다는 진술 하나만으로 청담 게이트를 허위라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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