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탐사
박민식이 지운 백선엽 친일 흔적, 두 동생도 만행 가득
자서전에 "동포에 총 겨눴다" 자술… 동생 백인엽 즉결처분, 사촌누나 백희엽 페니실린 매점매석
박민식 전 보훈장관, 2023년 7월 현충원서 백선엽 친일파 결정 문구 삭제
백선엽, 1983년 일본 자서전서 "동포에 총 겨눴다" 친일 행적 자술 남겨
친동생 백인엽 여순사건 즉결처분, 사촌누나 백희엽 페니실린 17배 매점매석
국립대전현충원 홈페이지에서 백선엽 친일반민족행위자 결정 문구를 지운 사람은 윤석열 정부 국가보훈부 장관을 지낸 박민식이다. 박 전 장관은 라디오에서 "백선엽 장군이 친일파가 아니라는 것에 장관직을 걸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백선엽은 1983년 일본에서 출간한 자서전에서 동포에게 총을 겨눈 사실을 본인 입으로 적었다. 친동생 백인엽은 여순사건 당시 즉결처분을 부하 장교들에게 위임했다. 사촌누나 백희엽은 한국전쟁 직후 페니실린을 매점매석해 거부가 됐다. 한 가계가 친일과 양민학살, 전쟁 모리배라는 세 줄기를 모두 채운 사례는 한국 현대사에서 흔하지 않다.
장관직 걸고 지운 친일 문구
2023년 7월 14일 국가보훈부는 국립대전현충원 홈페이지 안장 기록 비고란에서 한 줄을 들어냈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 2009"이라는 문구였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3월 기재됐던 내용이다. 보훈부는 법적 근거가 부재하며 국립묘지 설치 목적에 맞지 않고 명예를 훼손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같은 해 7월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는 백선엽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동상의 크기는 이승만, 맥아더 동상과 같았다.
박민식 전 장관은 한 달 앞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공부를 하면 할수록 백선엽 장군은 친일파가 아니다"라며 장관직을 걸었다. 1년 뒤 박 전 장관은 부산 북구 갑에 출마했다가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졌다. 그의 입에서 나온 '장관직'은 어디로 갔는지 명확한 사과나 사퇴 없이 흐지부지됐다.
자서전에 남긴 친일 자술
백선엽은 1920년 평안남도 강서군 덕미에서 태어났다. 1941년 12월 만주국 중앙육군훈련처에 군관 후보생으로 들어갔다. 1943년 2월에는 간도특설대에 배치됐다. 간도특설대는 일제가 만주 일대 항일 무장세력을 토벌하기 위해 만든 부대다.
백선엽이 1983년 일본에서 펴낸 자서전 '미국은 왜 졌는가'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간도특설대가 추격했던 게릴라 중에는 많은 조선인이 섞여 있었다. 한국인이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었던 한국인을 토벌한 것이기 때문에 비판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 동포에게 총을 겨누는 것은 사실이었다."
같은 내용은 1988년부터 1년 동안 경향신문에 연재된 백선엽의 회고록 '군과 나'에도 실렸다. 백선엽 본인이 친일 행적을 자술한 1차 사료가 두 매체에 모두 남아 있다는 뜻이다. 박 전 장관의 "공부할수록 친일파가 아니다"라는 발언이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인지 의문이 따라붙는 이유다.
해방 이듬해인 1945년 12월 백선엽은 친동생 백인엽과 함께 평양에서 고당 조만식 선생의 경호원으로 일하다 월남했다. 한 증언에 따르면 두 형제는 끝까지 북에 남겠다는 조 선생의 다리를 잡고 끌고 내려가려 했다. 친일 이력을 안고 남쪽으로 내려와야 했던 처지를 일제 패망 직후 독립운동가에 얹어 세탁하려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백선엽은 1948년 10월 19일 여순사건이 터졌을 때는 대한민국 육군본부 정보국장이었다. 공산 게릴라 소탕과 주동자 색출, 처벌의 책임자였다.
친동생 백인엽의 즉결처분 만행
백선엽의 친동생 백인엽은 일본 육군항공사관학교를 나와 일본 제국 육군 항공소위로 복무했다. 해방 후 1946년 군사영어학교를 한 달 만에 졸업하고 한국군 장교가 됐다. 1948년 대령으로 진급했다. 여순사건 당시 12연대장이었다. 직접 여수에 주둔하며 민간인 사살을 지휘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2010년 상반기 조사보고서 6권 제2부 제2소위원회 사건 3-1에는 백인엽의 만행이 진술 그대로 적혀 있다. 12연대 하사교육 선임사였던 성찬호씨는 "백인엽은 강력히 부락을 통제하는 것은 좋지만 부락민은 시민이건 빨치산이건 구분 없이 죽인다"고 진술했다. "너 빨치산에게 밥 갖다 줬지" 한마디면 그 자리에서 총을 쐈다는 것이다.
담력 훈련을 위한 총검술 시범 대상으로 민간인을 동원하기도 했다. 시신을 전시해 주민 정신교육을 시키기도 했다. 백인엽은 즉결처분권을 부하 장교들에게 위임했다. 일부 장교들이 처분을 남용해 문제가 됐다. 12연대 2대대 5중대장이었던 임모씨의 진술도 보고서에 실렸다. 함경도 출신 대북호의 아들이었던 정모 소위가 즉결처분 명령에 불복한 병사를 직접 쏴 죽인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임씨가 백인엽을 찾아가 "즉결처분을 남용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적도 있다는 진술이 보고서에 그대로 남아 있다.
백인엽은 퇴역 후 인천에서 선인학원을 세웠다. 선인고, 인화여고, 인천체육고, 인천전자마이스터고, 인천대중예술고, 선인중, 인화여중, 인천대학교 등 13개 학교를 거느렸다. 일부 학교는 13층짜리 건물에 화장실과 수도꼭지가 하나도 없었다. 상하수도를 설치하지 않아 공기를 단축하고 건설비를 줄인 결과였다. 학생들은 건물 밖에서 생리 현상을 해결해야 했다. 백인엽의 딸이 소프라노 백남옥이다. 이화여대 교수를 지냈다.
사촌누나 백희엽, 페니실린으로 큰손이 되다
백선엽과 백인엽의 사촌누나 백희엽(1916~1995)은 '증권가의 큰손' '백할매'로 불렸다. 한국전쟁 직후 부산으로 내려가 페니실린을 매점매석했다. 부상병 치료에 페니실린이 절실하던 시절이다. 백희엽은 가격을 평소의 17배까지 끌어올렸다. 배기성 강사는 자신의 친할아버지가 부산 동주여자중학교 교감으로 있을 때 직접 겪은 일이라고 했다. 동주여중 학생들이 간호병으로 군인을 치료하러 가야 하는데 백희엽이 학교에까지 페니실린을 17배 가격으로 불렀다는 것이다.
군수물자 매집의 배후에는 동생 백선엽이 있었다. 백선엽이 빼돌린 군수물자가 사촌누나 백희엽의 손을 거쳐 시장에 풀렸다는 정황이다.
1950년부터 1963년까지 13년 동안 정부는 농지대가보상금채권(지가증권)과 건국채권을 발행했다. 5% 이자가 붙은 채권이 17번에 걸쳐 발행됐다. 백희엽은 이 채권을 다른 사람들이 헐값에 내놓을 때 사들였다. 그리고 끝까지 들고 있었다. 결국 정부가 보상하면서 거액의 현금이 백희엽 손에 들어왔다. 백희엽은 자신의 성공을 두고 "휴지는 반드시 세 칸만 쓰고 짜장면만 먹어라"는 식의 검약 자랑을 남겼다. 1960~70년대 짜장면은 입학식·졸업식 때나 먹는 특식이었다. 미래에셋의 박현주 회장이 백희엽의 제자로 알려져 있다.
한동훈·오세훈도 동참한 '건국전쟁' 찬양
2024년 2월 영화 '건국전쟁'을 본 여권 정치인들의 발언은 같은 결을 그렸다.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승만의 농지 개혁의 결정적인 장면"이라고 평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영웅은 이제 외롭지 않다"고 했다. 정진석 의원은 "이번 총선은 미래 준비 패러다임의 건국 전쟁"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은 "대한민국 영웅들에 대한 평가가 바로 서기를 바란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현충원 홈페이지에 한 줄을 더해 둔 것은 역사 바로 세우기의 소심한 표시였다. 윤석열 정부는 그 한 줄도 견디지 못하고 지웠다. 그 자리에 같은 정부에서 임명된 박민식 전 장관과, 영화 한 편을 보며 결의를 다진 여권 정치인들이 함께 서 있다. 21대 국회를 통과한 김용민·김용만 의원 발의 친일파 재산환수 특별법이 이제 본격 작동할 차례다.
'고발 중이라 답변 못해' 핑계로 질문 봉쇄한 금섬회
14일 오후 3시 20분 김두겸 울산시장의 사조직 의혹을 받는 '금섬회'가 뉴탐사를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모 남구 부위원장은 회견 말미에 "현재 선관위 및 수사기관에 고발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기자회견에 대한 질의는 받지 않겠다"며 기자 질문을 봉쇄했다. 그러나 회견 시점에 고발장은 접수되지 않은 상태였다. 금섬회 측은 회견이 끝난 오후 4시에서 5시 사이에야 선관위에 고발장을 냈다. 박 부위원장은 회견 직후 통화에서 "고발은 준비 중"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날 울산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김두겸 시장 본인을 상대로 선거법 위반 혐의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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