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탐사
서울 패배 정원오 캠프, 너무 안일했다
두 전직 부대변인이 짚은 6·3 지방선거 패배의 조짐…"정원오 캠프, 너무 안일했다"
김민주·서재헌 전 민주당 부대변인 "광역 이겼어도 서울 내준 건 진 선거"
구청장 표가 정원오 후보를 안 따라갔다…당 조직력 풀가동 실패가 패인
경선 땐 '이재명' 앞세우다 본선서 지운 현수막, 깜짝 인물 없는 선대위
진 선거라는 진단
지난 3일 치러진 6·3 지방선거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자성론이 나온다. 광역단체장 다수를 가져갔지만 서울시장을 내준 결과를 어떻게 부를지가 쟁점이다. 이겼지만 승리라 부르기엔 겸연쩍다. 정치 뉴탐사는 5일 김민주 전 민주당 선임부대변인과 서재헌 전 상근부대변인을 불러 이번 선거를 따져봤다.
김민주 전 부대변인은 진단부터 분명히 했다. "이번 선거 진 겁니다." 그는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끌어왔다. 그때 김태년 비상대책위원장과 최고위원들은 패배가 확정되자 그날 저녁 전원 사퇴했다. "서울시장이 그냥 광역단체장 중 하나인가요. 아니잖아요." 그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두고 차기 강력한 대권 주자로 키워준 결과라고 했다.
서재헌 전 부대변인은 비유로 받았다. "금메달 20개가 목표였는데 15개를 딴 느낌입니다. 진짜 패배는 아니지만 실패 이상이에요." 그는 대구를 예로 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대구에서도 높았고, 김부겸이라는 카드까지 있었는데 졌다는 것이다. "샴페인을 너무 쉽게 터뜨렸고 너무 안일했다"고 했다.
당 안에서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김남희 의원은 광역 비례 정당투표에서 서울·부산·울산·대구·강원·경북·경남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뒤졌다고 지적했다. 박범계 의원은 패배한 선거는 아니어도 실패한 선거임은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두 부대변인은 이 견해에 나란히 동의했다.
강남 몰표, 그러나 진짜 원인
서울 패배의 표면적 이유는 강남이었다. 오세훈 후보는 강남구에서 65.98%, 서초구에서 64.68%를 얻었다. 강동구도 비슷했다. 강남 3구 곳곳에는 부동산을 앞세운 흑색선전 현수막이 한 달 내내 걸려 있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보유세 발언이 불씨가 됐다는 분석도 함께 나왔다.
김민주 전 부대변인은 다르게 봤다. 부동산이 영향을 줬지만 핵심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구청장 득표와 시장 득표를 비교했다. "구청장 찍은 사람이 정원오 후보만 찍었어도 이겼는데, 그걸 뭘로 설명할 겁니까." 구청장은 민주당을 찍고 시장은 다른 곳을 찍은 교차투표가 벌어졌다는 얘기다.
원인으로 그는 당 조직을 지목했다. 서울시당위원장이던 장경태 의원이 물러난 뒤 후임은 큰 선거 경험이 부족했다고 했다. 중앙당이 이를 빨리 챙겼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조 사례는 전북이었다. "전북에서는 선거 며칠 앞두고 기초·광역의원들에게 이원택 후보 지지 문자를 반강제로 돌리게 하고 보고까지 받았다." 취재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서울시당은 그런 원팀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정책을 두고는 김민주 전 부대변인도 결을 보탰다. 정책 자체가 틀린 게 아니라 보유세에 대한 과도한 공포감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종부세 논란을 떠올렸다. 실제로 종부세를 내는 사람은 극소수인데도 공포감이 표심을 움직였다는 얘기다. 당이 정확한 메시지로 그 공포를 풀어줬어야 했다고 했다.
이재명을 지운 현수막
정원오 캠프의 메시지도 도마에 올랐다. 경선과 본선의 현수막이 달랐다. 경선 때는 '이재명 정부의 서울시장'을 앞세웠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원오 성동구청장을 칭찬한 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런데 본선에 들어가자 이재명이 빠지고 '일 잘하는 서울시장 정원오'만 남았다. "시민이 주인인 서울"이라는 20년 전 구호까지 등장했다.
선대위 구성도 약했다. 상임선대위원장이 이인영 의원이라는 사실은 선거가 끝나고서야 눈에 들어왔다. 캠프 면면에 이재명 대통령을 상징하는 인물이나 국민의 눈을 끌 깜짝 인사가 없었다. 캠프는 본부장만 500명 규모였다. 서재헌 전 부대변인은 "머리만 500명이고 발이 없었다"며 매머드급을 현장으로 보내고 후보가 직접 뛰었어야 했다고 했다. 그는 혼자 걸어 다니며 유세한 김상욱 의원을 대비 사례로 들었다.
후보의 태도도 거론됐다. 김민주 전 부대변인은 정원오 후보의 품성을 먼저 칭찬했다. 하지만 그 품성이 약점이 됐다고 봤다. 지원 유세를 온 의원들에게 마이크를 자꾸 넘기면서 후보가 묻혔다는 것이다. "제발 그러지 말라고 해도 안 되는 거예요." 현장 대변인이 몇 차례 제지했지만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서재헌 전 부대변인은 진교훈 강서구청장과 비교했다. 진 구청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현수막에 걸었고 56%로 넉넉히 이겼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메시지이자 곧 힘입니다." 그는 정원오 후보가 12년간 쌓은 민원 해결사 이미지를 살렸어야 했다고 했다. 김부겸 후보의 영상은 시민들 사이로 퍼져 나갔지만, 정원오 후보의 영상은 돌지 않았다. 감동을 주는 현장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캠프의 안일함을 보여주는 장면도 나왔다.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4월 말 정원오 후보가 참석한 한 행사는 탁현민씨의 갑작스러운 전화로 잡힌 일정이었다. 캠프는 중도 확장에 도움이 안 되는 자리로 봤다. 러시아 출신 유명 방송인을 현장 대변인으로 영입하려던 시도도 "레드 콤플렉스를 건드린다"는 이유로 캠프가 막았다.

평택과 합당론의 함정
대담은 평택을로 넘어갔다.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출마했고, 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부딪치면서 결국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됐다. 조국 전 대표의 출마 자체가 무리였다. 사면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너무 빨리 나섰다. 과거 김태우 사례처럼, 동정심만으로 권한을 위임하던 시대는 끝났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도 인터뷰에서 쓴소리를 보탰다. 조국 전 대표가 부산 북구갑에서 한동훈과 맞붙었다면 진보 진영의 지지를 모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평택으로 온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호남 경선 관리도 문제 삼았다. 여론조사 기관 3곳을 검증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합당을 둘러싼 논쟁도 정리됐다. 김어준씨는 방송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실패를 패인으로 짚었다. 세 사람은 입을 모아 반박했다. 김민주 전 부대변인은 "합당했으면 더 졌을 것"이라고 했다. 조국 전 대표가 평택을에서 3등에 그친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합당만이 연대의 길이냐. 진보당은 합당하지 않고도 울산에서 양보로 이겼다."
서재헌 전 부대변인의 비유가 이어졌다. "남북 통일이 안 돼서 대한민국 경제가 안 된다는 것과 똑같은 얘기입니다." 그는 합당의 순서가 잘못됐다고 봤다. 주가지수가 5천을 찍던 날 갑자기 합당 제안이 나온 것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당장 합당은 어렵습니다. 신뢰 회복이 먼저예요."
합당보다 급한 외연
이번 선거의 숙제는 외연이다. 부동산 정책 자체보다 강남 유권자를 설득할 메시지의 정교함이 부족했다. 대통령을 찍지 않았다가 국정 지지로 돌아선 이른바 '뉴 이재명' 중도층을 붙잡는 일이 합당보다 급하다는 데 세 사람은 공감했다. 떠나간 20대 남성과 30대 여성을 다시 끌어오는 문제도 함께 짚었다.
중도 확장을 불편해하는 쪽은 당권 다툼에서 밀릴까 봐 이를 반대하는 것으로 읽힌다. 김민주 전 부대변인은 마지막으로 "오늘의 패배를 제대로 분석해야 당이 다시 선다"고 했다. 서재헌 전 부대변인은 "니 탓을 하기는 쉽다"며 평가에 특정인이나 조직의 감정이 실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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