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뉴탐사

김철우 보성군수, 중징계 요트감독과 마리나 이중계약

요트협회에 맡긴 시설을 그 협회 직원 회사와 또 계약

보성 비봉 마리나 관리권, 2020년 협회·2021년 협회 직원 두 갈래

두 번째 계약 시점 회사는 법인 미등록…협회장은 분쇄골절로 입원 중

보조금 2억6000만원대 횡령 기소의견 송치, 담당 주무관 50만원 수수 인정

2026-09-14 09:09:25

전남 보성군에는 국비와 군비 500억원을 들여 지은 요트 시설이 있다. 보성군은 이 시설 한 곳을 두 단체에 나란히 맡겼다. 먼저 맡은 쪽은 보성군요트협회다. 나중에 맡은 쪽은 그 협회가 초빙한 요트 감독의 회사다. 협회장은 3년 가까이 두 번째 계약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사이 요트 감독은 보조금 2억6000만원대를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협회장 몰래 도장 찍은 보성군


보성 비봉 마리나는 요트를 대고 손보는 시설이다. 요트 24척을 댈 수 있는 바다 계류장에 방파제, 클럽하우스, 수리소를 갖췄다. 취재진이 찾은 현장의 바다는 파도가 거의 없었다. 건너편 고흥반도가 바닷바람을 막아주고, 큰 배도 다니지 않는다. 양식장 꼬막은 갯벌 아래에 있어 요트 운항에 걸리지 않는다. 김순석 보성군요트협회장은 이곳을 "1억 이상의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했다.


이런 시설은 군이 직접 운영하지 않고 민간에 관리를 맡긴다. 이 계약을 위수탁이라고 부른다. 보성군은 2020년 3월 24일 마리나를 보성군요트협회에 맡겼다. 김 회장은 시설을 키우려고 요트 국가대표 감독 출신 김모 씨를 직원으로 데려왔다. 그런데 1년 7개월 뒤 보성군은 또 다른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상대는 김 감독이 대표로 있는 보성비봉마리나요트스포츠클럽이었다.


두 번째 계약서에 적힌 시설은 협회에 맡긴 것과 똑같다. 주소도 같고 건물과 계류장 목록도 같다. 앞선 계약을 해지했다는 문서는 어디에도 없다. 계약을 맺을 당시 스포츠클럽은 법인 등록조차 하지 않았다. 8개월쯤 지나서야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보성군은 2023년 3월 협회와 2차 계약까지 다시 맺었다.


김 회장이 이 사실을 안 건 2024년 8월쯤이다. 계류장에 요트를 대던 선주가 연락을 해왔다. "그 감독이 주인 행세를 하는데 어떻게 된 거냐"는 물음이었다. 선주가 정보공개를 청구해 계약서를 받아보고서야 실체가 드러났다.


허락했다는 그때, 협회장은 병원에 있었다


보성군 해양수산과 담당이던 하 주무관은 다르게 설명했다. 김 회장이 김 감독을 데리고 군청에 찾아와 계약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하 주무관은 "수탁자 승인 안 받고는 승인해 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같이 왔기 때문에 우리는 허락한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의서가 남아 있느냐고 묻자 서면은 없다고 했다. "김순석 회장 사인 하나 받아 놨으면 제가 이렇게 안 당하는데"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그 무렵 군청에 갈 몸이 아니었다. 2021년 10월 계류장에서 철제 구조물에 걸려 넘어졌다. 다리가 분쇄골절돼 조선대병원에서 수술을 두 차례 받았다. 열흘 넘게 입원했고 몇 개월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김 회장은 "내가 입원해 있는데 어떻게 군청을 가냐"고 했다. 수술 소견서와 진단서는 이미 수사기관에 냈다.


군이 내민 다른 근거도 시점이 어긋난다. 보성군은 지원 협약서를 들었다. 여섯 개 기관이 마리나 사업에 협조하겠다며 직인을 찍은 문서다. 거기 요트협회 직인이 있으니 동의한 것 아니냐는 논리다. 그러나 이 협약서를 만든 시점은 2022년 3월이다. 두 번째 계약보다 6개월 가까이 늦고, 시설 사용을 허가하는 문서도 아니다.


김 회장은 이 서류를 본 적도, 직인을 찍어준 적도 없다고 했다. 김 감독은 취재진에게 "협회 측에서 허락을 했다"고 주장했다. 직인 문제를 두고는 "도용이 아니라고 법원에서 판결받았다"고 했다.


인건비로 보냈다가 되돌려받은 돈


계약서 한 장은 곧 돈이 된다. 마리나에서 벌어지는 사업의 보조금은 시설을 맡은 쪽으로 들어간다. 김 감독이 2021년 10월 계약을 따내지 못했다면 보조금에 손댈 길도 없었다. 전남경찰청은 2024년 10월 김 감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죄가 된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사건은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있다.


수법은 되풀이됐다. 보조금을 인건비나 임차비 명목으로 다른 사람에게 보낸다. 받은 사람이 그중 일부를 김 감독 계좌로 되돌려 보낸다. 해양레저스포츠 체험교실에 나간 보조금은 2억원이다. 이 가운데 1억6500만원가량을 허위로 지급했고, 1억5500만원이 김 감독에게 돌아왔다.


다른 보조금 사업에서 보성군이 내준 돈은 2978만1500원이다. 그중 990만원이 김 감독 개인 계좌로 들어갔다. 득량만 바다낚시공원에서는 인건비 1000만원을 보낸 다음 날 580만원을 돌려받았다. 경찰은 보조금관리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요트를 대는 값인 계류비도 협회에 넘어가지 않았다. 취재진이 확인한 계류확인서는 두 장이다. 각각 384만원과 300만원이 적혀 있고 협회 직인이 찍혀 있다. 김 회장은 이 돈을 받은 적도, 협회 통장에 들어온 적도 없다고 했다. 서류에 적힌 요트가 정박한 적조차 없다는 게 김 회장 설명이다. 경찰이 집계한 횡령액은 모두 2억6000만원 상당이다.


김 감독은 공무원에게도 돈을 건넸다. 경찰은 2023년 1월 하 주무관이 50만원 상당을 받은 정황을 잡았다. 하 주무관도 피의자로 함께 송치됐다. 그는 취재진 앞에서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명절 전에 상품권으로 받았는데 집에 와서 보니 있었다"고 했다. 김 감독을 두고는 "71년생 동갑"이라며 열심히 하길래 해줬다는 취지로 말했다.


왜 주무관에게 돈을 줬는지 김 감독에게 물었다. 그는 "검찰 조사를 다 받았다"고만 했다. "TV 하듯이 그렇게 이야기를 해야 되느냐"고 되물었다.


자격정지 4년 중에도 학생 지도


대한요트협회는 김 감독에게 4년 중징계를 내렸다. 기간은 2022년부터 2026년 7월까지다. 요트계 관계자들이 전한 징계 사유는 폭행과 횡령이다. 징계를 받으면 해양스포츠 사업도, 교육도 할 수 없다. 그런데 지역 매체는 학생들을 태운 요트에 앉은 김 감독을 사진으로 실었다. 취재진도 비슷한 사진을 여러 장 확보했다.


김 감독은 지도 사실을 부인했다. "제 이름으로 스포츠클럽 대표나 회장으로 한 것"이라고 했다. 선수 지도는 코치들이 맡았다는 설명이다. 징계 사유를 묻자 "그 사유는 제가 이야기 안 해도 되지 않느냐"고 했다.


보성군은 책임을 밖으로 밀어냈다. 하 주무관은 "우리는 시설만 지원해 준 것"이라고 했다. 보조사업은 도체육회와 시설관리사업소 몫이라는 것이다. 두 달 전 부임한 후임 팀장은 징계 사실을 "지금 저한테 처음 들었다"고 했다. 놀라지 않느냐고 묻자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이 팀장도 "시설물에 대한 사용 승인만 내준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군수는 두 번 다 자리에 없었다


보성군은 지금도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김 감독을 검찰에 넘긴 뒤에도 해지하지 않았다. 수사가 한창이던 2024년 9월에는 보조금 2500만원을 더 내줬다. 지역 매체들은 2025년 11월 이 사건을 이미 보도했다. 검찰은 1년 가까이 처분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 감독은 12월까지 계약 기간이 남았다며 여전히 시설에 드나든다.


김철우 보성군수는 이 사안을 보고받았다. 하 주무관은 군수 보고 여부를 묻자 "다 들어갔죠"라고 답했다. 그런데도 취재진이 두 차례 군청을 찾는 동안 군수는 자리에 없었다. 첫 방문 때는 벌교로 나갔다고 했다. 지난 금요일에는 설사가 심해 집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취재진은 1층 안내데스크에서 이미 신분을 밝힌 뒤였다.


김 군수는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 전부터 아들의 마약·음주운전 사건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받았다. 1·2심에 법인 여덟 곳을 선임했는데도 재산 변동은 거의 없었다. 전남경찰청이 이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100억원대 임금을 체불해 구속된 업자 유모씨도 수사 선상에 있다. 군수 아들에게 근무 실체 없이 1억원 상당의 급여와 회사 차량을 줬다는 의혹이다.


정작 고발을 당해 시달린 쪽은 김순석 회장이었다. 누군가 보성군체육회에 그가 마리나를 운영하며 횡령했다고 제보했다. 체육회는 보성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김 회장은 여수해양경찰서와 전남경찰청을 오가며 10여 차례 고발을 당했다. 딸 명의 통장까지 내주고 전국 금융거래 조회에 동의했다. 결과는 모두 무혐의로 나왔다.


김 회장은 "만 원도 횡령한 게 없었다"고 했다. 그가 2년 가까이 조사를 받는 동안 마리나 운영은 김 감독 손에 넘어가 있었다. 김 감독은 지금도 김 회장이 매달 300만원씩 돈을 요구했다고 주장한다. 관련 녹취를 검찰에 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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