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술자리 사건을 수사했던 안영모 당시 서초경찰서 수사팀장이 결정적 증거를 들이대자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피의자가 답변하지 않았는데도 수사관이 알아서 조서를 작성하는 영상, 첼리스트가 친오빠에게 "윤석열이랑 다 왔어"라고 털어놓는 녹취록을 들려주자 안영모는 "기억이 안 난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끝내 그는 "수사 잘못했으면 책임지면 되잖아요"라고 말했다.
뉴탐사 강진구 기자가 11월 김포경찰서를 찾아 안영모 수사과장을 만났다. 안영모는 청담동 술자리 수사 직후인 올해 2월 경감에서 경정으로 승진해 김포경찰서 수사과장으로 부임한 상태였다. 윤석열 파면 두 달 전의 일이다.
피의자는 입 다물었는데 수사관이 답변을 친다
강진구 기자는 이세창 조사 당시 영상 기록을 안영모에게 직접 보여줬다. 영상에는 안영모가 질문을 던지면서 동시에 답변까지 타이핑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세창은 천장을 바라보거나 옆을 두리번거릴 뿐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키보드 치는 소리는 계속 들린다.
"이 사건 청담동 술자리 관련 보도를 보면 김앤장 변호사 30여 명이 동석했다. 근데 그런 사실 없잖아요. 이런 사실 없으신 거잖아요. 그죠?"

안영모가 이렇게 물으면 이세창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조서에는 "그런 사실은 없습니다" 라고 답변이 적힌다. "그러면 7월 19일 날 저녁 시간 때 대통령이나 법무부장관을 만났거나 술자리에서 동석한 사실도 없으신 거잖아요?"라는 질문에도 이세창은 침묵한다. 안영모는 그냥 타이핑을 이어갔다.
강진구 기자가 "피의자가 대답을 안 하는데 왜 미리 답변을 치느냐"고 묻자 안영모는 "그렇게 수사 안 합니다"라고 부인했다. "영상이 있다"고 하자 "영상을 좀 주세요"라고 응수했다. 하지만 바로 그 영상을 보여주자 말을 바꿨다. "위에 진술한 거를 정리하는 거겠죠."
정상적인 조사라면 피의자가 "음"이라고만 대답해도 조서에는 '피의자가 '음'이라고 대답했다'고 기재해야 한다. 이세창이 입만 쩝쩝대고 있는데 "네, 그렇습니다"라고 조서를 작성하는 것은 수사의 기본을 무시한 것이다.
조작 의심 문자, 왜 증거로 안 썼나
강진구 기자는 이세창 휴대폰에서 추출된 첼리스트의 사과 문자도 보여줬다. 첼리스트가 이세창에게 "자기가 거짓말을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내용이다. 이 문자는 이세창 휴대폰 포렌식 과정에서 발견됐다.
문제는 이세창 휴대폰의 특이한 패턴이다. 청담동 술자리 보도가 나간 10월 24일까지의 모든 문자와 통화 기록이 삭제돼 있었다. 10월 25일 이후 기록만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 사과 문자는 11월 11일경 것으로 추정되며, 삭제되지 않고 남아 있었다.
더 이상한 점이 있다. 텔레그램 대화창 상단에 '연락처에 추가', '사용자 차단'이라는 팝업창이 떠 있다. 이세창과 첼리스트는 청담동 술자리 당일부터 연락을 주고받던 사이다. 그런데 이 대화 상대는 연락처에 등록조차 안 돼 있었다. 평소 연락하던 첼리스트라면 이미 연락처에 저장돼 있어야 정상이다. 다른 번호로 만든 가짜 계정, 즉 실제 첼리스트가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첼리스트가 정말 거짓말을 해서 사과한 것이라면,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이 이 문자부터 대서특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문자는 보도되지 않았다. 공작 의도로 만들어졌지만 결국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포렌식을 담당한 수사관이라면 이런 문자가 나왔을 때 의심을 품어야 했다. 이세창이나 첼리스트에게 "이런 문자를 주고받은 적이 있느냐"고 물어야 했다. 없다고 답한다면 "왜 이런 문자를 조작했느냐"고 추궁해야 했다. 그러나 수사팀은 이 문자를 수사 보고서에 담지 않았다.
안영모는 이 문자를 보고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강진구 기자가 "이 중요한 문자를 왜 증거로 쓰지 않았느냐"고 묻자 "전후 내용을 봐야지, 이것만 봐 가지고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윤석열이랑 다 왔어" 녹취, 수사팀장 반응은
결정적 증거는 첼리스트와 큰오빠의 통화 녹취다. 첼리스트는 오빠에게 이렇게 말했다.
큰오빠 : "진짜 윤석열이랑 다 왔어?"
첼리스트 : "응."
큰오빠 : "한동훈도?"
첼리스트 : "응."
첼리스트는 오빠에게 청담동 술자리가 실제로 있었다고 털어놨다. 왜 경찰에서 진실을 말하지 못하느냐는 오빠의 물음에 첼리스트는 "이세창 쪽에서도 나한테 입 다물라고 하더라고. 내가 돈을 받을 만큼 받고 했는데 그거를 뭐라고 할 수가 없잖아"라고 답했다.
강진구 기자가 이 녹취를 안영모에게 들려줬다. 꽤 긴 분량이었지만 안영모는 끝까지 들었다. 안 들으면 뭔가 찔리는 것처럼 보일까 봐 의식한 듯했다.
"윤석열도 왔어", "한동훈도 왔어"라는 대목이 나오자 안영모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아니 그러면 첼리스트가 법정에서 증언하면 되겠네."
안영모는 첼리스트가 법정에서 어떻게 증언했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첼리스트는 법정에서 "윤석열, 한동훈 본 적 없다"고 진술했다. 안영모가 "법정에서 증언하면 되잖아"라고 말한 것은, 첼리스트가 절대 진실을 말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오빠한테 혼날까 봐 사실이라고 거짓말했다"
수사 기록을 보면 안영모가 직접 첼리스트를 조사한 내용이 있다. 12월 8일 조서다. 안영모는 "무엇이 사실이고, 돈 이야기는 무엇이며, 이세창이 두렵다는 말은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오빠와의 통화 녹취 내용을 정확히 짚은 질문이다.
첼리스트의 답변은 이랬다. "큰 오빠는 저한테 부모 같은 존재고 어려운 존재다. 혼이 날까 봐 겁이 나서 사실이라고 답변한 것이고, 결국 그것도 거짓말을 한 거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답변이다. 오빠에게 혼날까 봐 겁이 나면 "아니야, 그런 일 없어"라고 부인하는 게 자연스럽다. "응, 사실이야. 윤석열도 왔어"라고 답하면 오빠는 더 걱정하고 더 개입하려 할 것이다. 실제로 오빠는 그 통화 후 증거를 찾으러 직접 술자리 장소까지 갔다.
"오빠가 자꾸 뭔가 알아서 하려는 행동이 부담스러웠다"는 답변도 마찬가지다. 부담스러웠다면 "별거 아니야, 다 지어낸 얘기야"라고 해야 오빠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데 첼리스트는 오빠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쏟아냈다.
정상적인 수사관이라면 이 대목에서 추가 질문을 했어야 한다. "왜 오빠한테까지 그런 거짓말을 했느냐", "오빠가 더 걱정하는 방향으로 왜 얘기했느냐"고 파고들었어야 한다. 그러나 안영모는 저 답변 하나만 받고 넘어갔다.
수사 보고서에는 의문점이 명시돼 있었다
김예솔 경사가 12월 1일 작성한 수사 보고서에는 첼리스트가 오빠와의 통화에서 청담동 술자리가 실제 있었다는 취지로 대화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기재돼 있다. 보고서는 첼리스트가 1회 조사 때 "다 거짓말"이라고 진술한 것과 달리 왜 오빠에게는 실제 있었던 것처럼 말했는지, 누군가의 외압 때문에 사실을 왜곡할 수밖에 없었는지 등을 재차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12월 1일 작성된 이 보고서는 첼리스트가 권력의 외압 때문에 진실을 말하지 못할 가능성을 명시하고 있다. 수사팀 내부에서도 이 녹취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안영모는 이 보고서를 기초로 12월 8일 첼리스트를 조사하면서, 형식적인 질문 하나만 던지고 넘어갔다. 첼리스트의 속마음을 끌어내려는 노력은 없었다. "어떤 외압이 들어와도 당신의 진실을 내가 지켜주겠다"는 말도 없었다. 진실의 문을 열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스스로 닫아버린 것이다.
"나는 강진구 기자한테 미안한 것 없다"
강진구 기자가 물었다. "잘못된 수사로 인해 저는 구속영장 청구 심사까지 받은 사람인데, 미안하지 않으냐."
안영모의 답변이다. "뭐가 미안해요? 저는 실체적 진실을 추구할 노력을 했고, 실체적 진실을 바탕으로 법리 판단한 거고, 그게 수사관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거고."
그는 끝까지 자신의 수사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저는 양심을 가지고 수사했고, 실체적 진실에 맞게 법리 판단해서 송치한 거예요."
강진구 기자가 "그럼 한동훈은 왜 안 불렀느냐"고 묻자 안영모는 "재판장이 나오라고 하면 나가서 답변하면 되는 거"라고 말했다. 당시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공개적으로 "청담동 술자리에 없었다"고 말한 상황에서, 어떤 경찰이 그들을 불러 조사할 수 있었겠느냐는 뉘앙스였다.
안영모는 "수사 잘못했으면 책임지면 되잖아요. 징계 먹으면 되고, 형사처벌 받으면 형사처벌 받으면 되죠"라고 말했다. 경찰 조직에서 자신을 징계하거나 처벌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묻어났다.
디지털 증거 조작 감정 결과 나오면 증인으로 불러야
청담동 술자리 사건은 단순한 명예훼손 사건이 아니다. 대통령과 법무장관이라는 최고 권력자의 참석 여부가 쟁점이다. 그 권력자들이 직접 "없었다"고 말한 상황에서 수사가 진행됐다. 사실상 수사 결론이 정해진 셈이다.
안영모는 유능한 수사관이다. 그런 사람이 권력의 입맛에 맞는 수사에 투입됐다. 피의자가 답변하지 않아도 조서를 작성하고, 결정적 녹취가 나와도 형식적 질문 하나로 넘어가고, 조작 의심 문자가 발견돼도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국가수사본부의 디지털 증거 조작 감정 결과가 나오면, 안영모도 증인으로 불러 물어야 할 것이다. 그는 "재판장이 부르면 나가서 답변하겠다"고 했다. 그 말대로 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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