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영화 '신명' 정천수, 법원 석명 6개 항목 '전부 무응답'

급행료·큰손·사기 피해…방송에선 해명하더니 법정에선 침묵

2026-03-04 10:28:27

영화 '신명' 제작비가 15억원에서 28억원으로 뛴 이유. 정천수는 석 달 동안 세 번 바꿨다. 12월에는 "급행료 때문"이라 했다. 같은 달 "큰손 3인이 10억을 투자했다"는 말이 나왔다. 2월에는 "사기 당해서 빚더미"라고 했다. 그런데 법원이 직접 해명을 요구하자, 아예 입을 다물었다.


강진구 측 주주들이 정천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2025가합706)에서, 재판부는 정천수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제작비가 왜 늘었는지, 영화 수익은 어디로 갔는지 등 6가지를 물었다. 지난 2일이 기한이었다. 정천수 측 이제일 변호사는 기한에 맞춰 증거 자료 6건과 서면 1통을 냈다. 그런데 6가지 질문에 대한 답은 하나도 없었다.


해명이 바뀌는 시점, 압박이 거세지는 시점


이 사건은 간단한 구조다. 영화 '신명'은 열린공감TV의 이름으로 시민 4,200여 명에게 돈을 모아 만든 영화다. 그런데 모금이 끝나자 제작 주체가 바뀌어 있었다. 정천수 개인회사인 열공영화제작소가 영화를 만든 것으로 돼 있었다. 시민의 돈으로 만든 영화인데, 수익은 정천수 개인회사로 간 것이다.


뉴탐사는 지난해부터 이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왔다. 정천수는 영화가 개봉된 뒤인 6월까지도 "순제작비 15억"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12월 정산 시점이 되자 "순제작비 27~28억"으로 말을 바꿨다. 후속 보도에서는 촬영이 끝난 영화에 10억원을 추가로 넣었다는 익명의 투자자 3명, 이른바 "큰손 3인"의 실체를 추적했다. 촬영이 끝난 영화에 왜 10억이 더 들어갔는지, 이 돈이 진짜 있는 건지 확인되지 않았다.

▲정천수 변명 변화 : 제작비 12억 급증, 큰손 3인방 등장(2025.12.19)→ 사기 당했다(2026.2.26)


해명은 또 바뀌었다. 지난해 11월 방송에서 정천수는 "12월에 최소 30억 이상 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두 달 뒤인 2월 26일 방송에서는 "어느 정도 수익을 냈다"면서 "그 수익을 거의 100% 투자자분들한테 돌려 드렸다"고 했다. 같은 방송에서 "사기가 있었다"며 "빚이 너무 커졌다"고도 했다. 그동안 제작비가 27~28억이라 적자라고 주장해왔는데, 돌려줄 수익이 있었다는 뜻이다. 적자였으면 돌려줄 돈이 없다. 30억 정산이 어떻게 빚더미가 됐는지, 수익이 있었다면 왜 적자라고 했는지 설명은 없었다. 이 발언이 나온 건, 재판부가 3월 2일까지 해명하라고 기한을 정한 직후였다. 법원 기한을 앞두고는 열린공감TV 법인을 정리하겠다는 말까지 꺼냈다.


급행료에서 큰손으로, 큰손에서 사기 피해로, 사기 피해에서 법인 정리로. 의혹이 구체화되거나 법적 압박이 가해질 때마다 새 해명이 나왔다.


법원 질문엔 침묵, 서면엔 인신공격


재판부의 해명 요구는 강진구 측이 2월 2일 낸 신청에 따른 것이다. 강진구 측은 6가지를 물었다. 영화 제작 주체를 왜 바꿨는지, 회사 장비와 인력을 쓰면서 이사회 동의는 받았는지, 제작비가 왜 15억원에서 28억원으로 뛰었는지, 영화 수익은 결국 누구에게 갔는지, 열공영화제작소는 실체가 있는 회사인지, 업무약정서는 언제 왜 만들었는지. 재판부가 이 요청을 받아들였다.


정천수 측이 낸 서면은 2쪽뿐이다. 이 6가지 질문에 한 줄도 답하지 않았다. 방송에서는 급행료를 말하고, 큰손을 말하고, 사기를 말했다. 법원 앞에서는 침묵이다. 방송에서 한 해명 중 하나라도 법원에 낼 수 있었다면 냈을 것이다. 정천수 측이 낸 증거 자료 6건도 눈길을 끈다. 이 사건과 관련 있는 것은 검찰의 불기소 통지 1건뿐이다. 나머지는 한동훈 전 장관 관련 기사, 사법개혁 칼럼, 강진구 측의 패소 판결 목록, 강진구 측에 대한 형사 공소장이다. 영화 수익이 어디로 갔는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정천수 측은 서면에서 강진구 측을 "형사소송법 위반을 밥 먹듯이 하는 유튜버"라고 썼다. 제작비가 왜 두 배로 뛰었느냐는 질문에 "강진구 측이 나쁜 사람"이라고 답한 셈이다.


'검찰이 혐의없음 했으니 끝'이라는 논리


정천수 측이 내세운 유일한 근거는 검찰의 불기소 결정이다. 의정부지방검찰청이 "혐의없음"으로 처리했으니, 강진구 측 주장은 전부 거짓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형사에서 혐의가 없다고 해서 민사 재판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도 "법원은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적으로 사실을 판단할 수 있다"는 원칙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87누493 판결, 95다21884 판결 등). 형사에서는 "일부러 회사에 손해를 끼치려 했다"는 것까지 증명해야 한다. 민사에서는 "이사로서 해야 할 일을 안 했고, 그 때문에 회사에 손해가 생겼다"는 것만 보여주면 된다. 기준 자체가 다르다.


강진구 측은 이미 지적한 바 있다. 경찰이 핵심인 계좌 추적이나 회계 검증을 하지 않은 채 수사를 끝냈다고. 의정부지방검찰청은 이의신청 후에도 지난 2월 28일 불기소했다. 검찰·판사의 법 왜곡을 처벌하는 법왜곡죄가 국회를 통과한 지 이틀 뒤다. 제대로 수사한 게 아니라 수사를 덮은 것으로 보인다.


침묵이 말해주는 것


재판에서 판사가 "이것을 해명하라"고 요구했는데 당사자가 대답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판사는 그 침묵 자체를 판단 재료로 쓸 수 있다. 상대방 주장이 맞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 수 있다는 뜻이다. 영화의 회계장부, 제작비 내역, 이사회 회의록, 배급 정산 자료. 이것들은 정천수 측만 갖고 있다. 내놓으면 부정행위가 드러나고, 안 내놓으면 강진구 측 주장이 맞는 것으로 추정될 수 있다.


정천수는 12월에 "급행료"를 말했고, "큰손 3인"을 말했고, 2월에 "사기 피해"를 말했다. 방송에서는 4,200여 명 시민투자자를 향해 해명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법원이 같은 질문을 하자 대답할 수 없었다. 방송과 법정의 차이는 하나다. 법정에서는 거짓말에 대가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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