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오세훈, '헌인마을 생지옥' 만들고 책임은 박원순에 떠넘기기
원주민 강제퇴거에 이어 개발업자에게 강제수용권까지
서울시장 1기에 도시개발구역·조합 설립인가, 2기 재취임 4개월 만에 실시계획 변경
황토색 노른자 부지를 두 페이퍼컴퍼니가 독점하도록 환지 면적 기준 상향
서울지방토지수용위원회 위원장 오세훈, 재결 두 차례로 강제퇴거·강제수용 길 열어줘
오세훈 서울시장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약자와의 동행"을 다시 슬로건으로 내걸었지만,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에서 벌어진 사태는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1960년대부터 마을 공동체를 이뤄 살아온 원주민과 헌인교회는 자기 땅 위에서 강제로 쫓겨났고, 한 채 100억원이 넘는 초고가 주택 220세대를 분양하는 개발업자들은 강제수용권까지 받아 들었다. 그 모든 행정 처분의 결정점에 오세훈 시장이 서 있었다.
원주민 55명에 유령조합원 165명, 2009년 인가 결재한 오세훈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이 처음 행정의 궤도에 오른 시점은 2009년 3월 19일이다. 당시 서울특별시는 이 일대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 고시했다. 같은 해 10월 14일에는 도시개발조합 설립인가가 났다. 두 인허가의 결재선 끝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있었다.
문제는 조합 구성이었다. 인가 시점 조합원 225명 가운데 1960년대부터 자기 땅을 지키며 살아온 원주민은 55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165명은 자기 땅을 우리강남 PFV라는 페이퍼컴퍼니에 이미 매각하고도 등기만 신탁사 명의로 살려둔 채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던 사람들이었다. 기본적인 자격 검증만 거쳤어도 인가가 날 수 없는 구조였다. 사업의 실권은 처음부터 원주민이 아니라 페이퍼컴퍼니 뒤에 있던 개발업자들이 쥐고 있었다.
2011년 8월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로 사퇴하면서 사업도 멈췄다. 시행사였던 삼부토건은 2015년 부도를 맞았다. 박원순 서울시장 체제에서 진행된 2019년 국정감사에서는 황희 의원실이 우리강남 PFV의 명의신탁 정황을 짚어 들어갔다. 2013년 뒤늦게 신고된 부동산 실거래와 그 뒤를 따라간 양도소득세 부과 사실, 일부 조합원에 대한 조합원 부존재 확인 소송 등이 당시 지적된 근거였다. 박원순 시정은 답변을 통해 "행정 처분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필요한 경우 조합 설립인가 취소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4개월 만의 환지 변경, 헌인교회조차 노른자에서 배제
박원순 시장이 작고하고 2021년 4월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이 10년 만에 시청에 복귀했다. 그로부터 4개월 뒤인 2021년 8월 27일, 서울시는 헌인마을 실시계획 변경인가를 고시했다.
변경의 핵심은 환지 단위였다. 종전 계획은 2~3층 빌라가 들어설 수 있는 황토색의 이종 부지를 작은 단위로 잘게 나눠뒀다. 자기 자리에 그대로 환지를 받을 수 있는 원주민 다수가 노른자 땅에 남을 수 있는 구조였다. 변경된 계획은 같은 부지를 큰 단위로 묶었다. 그 면적 기준에 맞춰 환지를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은 원주민 가운데 단 한 명도 없었다. 마을 한복판에 있던 헌인교회조차 종교용지를 받을 자격에서 배제됐다. 변경 계획상 노른자 부지를 통째로 환지 받을 수 있는 주체는 사실상 두 곳, 헌인타운개발과 어퍼하우스헌인이라는 두 페이퍼컴퍼니뿐이었다.
이 두 회사 가운데 한 곳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와 연결된 회사로 의심받고 있고, 다른 한 곳은 그 우회 통로로 추정되는 회사다. 변경 인가 직후 마을 곳곳에는 "경축 롯데건설 임직원 일동" 명의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그 현수막 옆에 이름이 박힌 조합장 왕승만 씨가 보유한 토지는 0.01평이었다. 변경 인가 한 건이 사업의 주도권을 누구에게 넘겼는지 풍경 하나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자기 땅 위에서 쫓겨난 집주인, 재결한 위원장은 오세훈
2023년 10월 30일 헌인마을에서는 국정감사가 막 끝난 뒤 강제 집행이 벌어졌다. 카메라에 찍힌 이들은 "이거 생각해 봐. 백주대낮에. 이게 무슨 일이야? 대한민국에서 이럴 수 있는 거예요"라고 외쳤다. "내가 세입자요. 내 땅이고 나 땅 안 팔았어." 60여 년을 살아온 집에서 끌려 나온 자매는 분명히 집주인이었다.
집주인이 자기 땅 위 살림집에서 쫓겨날 수 있었던 행정상의 통로는 두 갈래로 짜여 있었다. 하나는 서초구청장이 발부한 도시개발사업 장애물 등 이전·제거 허가다. 다른 하나는 서울특별시 지방토지수용위원회가 내린 손실보상 재결이다. 재결은 건물과 영업권을 적법하게 부수고 치울 수 있는 길을 열었고, 토지 자체에 대한 소유권은 그대로 둔 채 그 위 살림집을 강제로 비울 수 있게 만들었다. 두 갈래 가운데 토지수용위원회의 위원장은 다름 아닌 서울특별시장 오세훈이었다.
장애물 이전·제거 허가 처분은 윤석열 정부가 단수 공천으로 꽂은 전성수 서초구청장의 이름으로 나갔다. 처분 당시 담당 실무 공무원들은 휴가로 자리를 비웠고 대리근무자 명의로 결재가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 절차 한가운데 누구도 자기 이름으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했다는 정황이다.
매봉산 자락까지 강제수용권, 0.01평 조합장에게 넘겨
오세훈 시정의 처분은 도시개발구역 안에 머무르지 않았다. 서울시는 사업구역 밖 도로와 경관녹지 등 기반시설에 대해 서울시가 도시관리계획을 결정하고 그 비용은 사업 시행자가 부담한다는 고시를 2021년 내놨다. 같은 취지의 2024년 고시도 이어졌다. 여기까지는 통상의 도시개발 절차와 어긋나지 않는다.
다음 단계에서 줄이 흔들렸다. 서초구청은 헌인마을 도시개발구역 도시개발사업 조합, 즉 0.01평을 가진 왕승만 조합장이 대표인 민간 조합을 사업구역 밖 기반시설 사업의 시행자로 지정하고 실시계획 인가를 고시했다. 공익사업법 시행령에 따른 사업인정 고시를 함께 붙였다. 토지수용권을 민간사업자에게 부여한 처분이다. 이어 서울지방토지수용위원회는 재결을 통해 "사업 시행자는 토지 등을 수용할 수 있는 정당한 권원이 있다고 인정한다"고 판단했다. 위원장은 다시 오세훈 시장이었다.
도면상 수용 대상이 된 부지는 한쪽이 매봉산 자락이고 한쪽이 국정원 수서역 방면 간선도로다. 220세대 초고가 주택 단지의 경관을 살리려는 테두리에 불과하다. 사람도 차도 다닐 수 없는 산자락이 수용 부지에 포함된 사업에 공공성을 인정한 처분이었다. 그럼에도 민간사업자는 그 땅에 대한 수용권을 손에 넣었다.
남의 땅 위 220세대, 시장 답변은 "고소하라"에서 "기억 안 난다"로
현재 헌인마을 사업부지의 약 10%는 여전히 땅을 팔지 않은 원주민 소유로 남아 있다. 그 위로 르엘 어퍼하우스라는 이름의 220세대 초고가 주택 골조가 올라가고 있다. 한 채 평균 분양가는 100억원대로, 평당 1억 3000만원에서 1억 5000만원 수준이다. 분양가 규제를 비껴가기 위해 사업은 10개 블록으로 쪼개졌고 신탁사별로 30세대 미만 단독 분양 형태를 띠었다.
장경태 의원실 질의에 대해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별다른 해결 방안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아마도 적법하게 완료될 것으로 예상합니다"라고 답했다. 대신자산신탁은 "환지처분 공고일 다음부터 온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될 것 같다"고 적었다. 남의 땅 위에 220세대를 짓고 그 뒤에 땅을 사들이겠다는 답변이다.
오세훈 시장의 해명은 시기에 따라 결이 달라졌다. 2023년 국감에서 그는 "워낙 오래된 일이라 자료를 받아보고 답변드리겠다"면서도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다. 최고 층수도 2, 3층밖에 못 올라가는 지역이고 그렇게 크게 우려 안 해도 되실 것 같다"고 했다. 같은 자리에서 권성동 의원과 약속 대련하듯 "이명박 시장 시절에 결정이 됐고 서울시 아무런 권한도 없고 힘도 없다"고 답한 장면도 있다. 2023년 8월 최재란 서울시의원의 시정질의에는 "이렇게 하시죠. 고소하십시오"라고 응수했다.
윤석열 정부 붕괴 이후인 2025년 11월 18일 시정질의에서는 답이 달라졌다. 오세훈 시장은 "솔직히 말해서 의원님만큼은 관심이 없기 때문에 당시에 어떤 대화를 했는지 지금 솔직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라고 한 자락을 깔았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감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의원님께 형사 고소를 하시라 이런 말씀은 지금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저희가 감사 결과를 가지고 의원님께 공유해드리겠다"고 했다. 그 감사는 6개월이 넘게 지나서야 결과가 나왔는데, 최재란 의원에게 전달된 형식은 문서가 아니라 구두 보고였다. 결론은 "문제 없음"이었다.
오세훈 시장의 손은 도시개발구역 지정과 조합 설립인가에서 출발해, 실시계획 변경인가, 강제퇴거의 근거가 된 토지수용위원회 재결, 그리고 사업구역 밖 토지에 대한 강제수용 재결까지 헌인마을 사업의 모든 결정점에 닿아 있다.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슬로건이 정확히 어느 쪽 약자를 향해 있었는지 그 행정의 자취가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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