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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상속공제, 1억에서 최대 600억…모든 정권이 키웠다
주차장은 시행령 별표에도 없다…'물류산업' 뒤에 숨어 26년간 공제
가업상속공제 한도 1억→최대 600억, 25년간 600배 팽창…모든 정권이 키웠다
시행령 별표에 주차장업 없어…'물류산업' 하위에 숨어 26년간 공제
공제 108개 업체 중 60%가 5년 후 폐업, 정부 개편안에 '한도 축소'는 빠져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광현 국세청장의 보고를 받다가 "주차장이 무슨 가업이냐"며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고 했다. 국세청이 수도권 자가 사설 주차장 1321개를 파악하고 이 중 215개를 실태조사한 결과, 94%가 직원이 한 명도 없었고 58%는 연 매출이 100만원에 못 미쳤다. 평균 부지 면적은 664평. 수도권 664평이면 시가 수십억에서 수백억인데 매출이 연 100만원이다. 사업이 아니라 상속세 회피를 위한 포장이다.
이 주차장들이 세금을 안 내는 근거가 가업상속공제다. 1997년 공제 한도 1억원으로 출발한 이 제도는 2026년 현재 최대 600억원까지 팽창했다. 25년 만에 600배. 그리고 이 팽창에 한 번이라도 제동을 건 정권은 없었다.
상증세법 시행령 별표에 '주차장'은 없다
가업상속공제를 받으려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15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별표에 따른 업종'을 영위해야 한다. 이 별표를 2020년, 2021년, 2023년 개정본까지 전수 대조했다. 한국표준산업분류 항목 어디에도 주차장업은 없다. 운수업 칸에는 '여객운송업'만 적혀 있다.
그런데 별표 2항 다목에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제5조 제7항에 따른 물류산업'이 있다. 임광현 국세청장이 4월 6일 국무회의에서 직접 경위를 밝혔다. "물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물류업을 추가했는데, 거기 하위에 주차장업이 들어가 있었던 겁니다."
물류산업이라는 상위 분류의 그늘에 주차장이 숨어 있었던 구조다.
국세청 1999년 '된다', 2009년 '안 된다'
역사도 꼬여 있다. 1999년 10월 9일 국세청은 유권해석(재산상속46014-1808)으로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에 주차장업도 포함되는 것"이라고 회신했다. 국회 입법도, 시행령 개정도 아닌 행정 내부 해석 한 장이었다.

그런데 10년 뒤인 2009년 1월 21일, 같은 국세청이 정반대 답을 내놓았다. 유권해석(재산세과-247)으로 "주차장 운영업은 가업상속공제 대상업종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같은 기관이 같은 질문에 엇갈린 답을 낸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시행령을 누가 만들었는지 따져봐야 되겠다"고 했지만, 시행령 별표에 '주차장'이라는 글자 자체가 없다.
가업상속공제 허용범위 모든 정권이 키웠다
1997년 김영삼 정부가 한도 1억원으로 제도를 만들었다. 노무현 정부가 음식점업을 추가하고 한도를 소폭 올렸다. 분기점은 2008년 이명박 정부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명분으로 한도를 60억~100억원으로 올리고 대상을 중견기업까지 확대했다. 제도 출범 8년 만에 100배가 됐다.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최대 500억원으로 올리면서 공제율도 100%로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사후관리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줄이고 업종 변경 허용 범위를 넓혔다. 윤석열 정부가 2022년 세제개편으로 한도를 최대 600억원까지 올리고 사후관리기간을 5년으로 재단축해 제도를 완성시켰다.
윤석열 정부는 2024년에 한도를 1200억원으로 올리고 상장사까지 포함하는 안을 추진했으나 민주당이 국회에서 막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삼성전자도 가업이라고 할 판"이라고 한 배경이다.
5년 버티고 60%가 문 닫았다
국세청장이 6일 국무회의에서 밝힌 수치다. 2018년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108개 업체를 추적한 결과, 사후관리기간 5년이 끝난 직후 60% 이상에서 고용이 줄었거나 아예 폐업했다.
최근 5년간 누적 공제액은 2조6000억원이다. 가업을 보호하라고 깎아준 세금인데, 상당 부분이 가업 승계가 아닌 절세 수단으로 쓰인 것이다.
베이커리 카페도 마찬가지다. 국세청이 수도권 대형 베이커리 카페 25개를 조사했더니 44%인 11곳에서 남용 소지가 확인됐다. 제과점업으로 등록해놓고 실제로는 완제품 빵을 사다 파는 커피전문점이 7곳이었다. 이 중 일부는 제빵 시설 자체가 없었다. 사업과 무관한 주택을 사업장에 포함시킨 곳이 4곳, 자녀가 실질 운영하면서 고령 부모 명의로 등록한 곳도 4곳이었다.
도심 주유소 5곳의 평균 공제액은 62억원이었다. 리터당 1944원짜리 기름을 넣는 시민 앞에서, 주유소 주인은 62억원의 세금을 면제받은 셈이다.
정부 개편안, 한도는 안 건드렸다.
6일 재정경제부와 국세청이 국무회의에 보고한 개편안은 주차장업·무제조 베이커리 카페 공제 대상 제외, 업종 축소, 사전 심사제 도입, 최소 경영 기간과 사후관리기간 상향 검토다. 25년 만에 처음으로 이 제도를 줄이겠다고 한 것이다.
다만 사후관리기간 '상향'이라고 했지만, 원래 10년이던 것을 문재인 정부가 7년, 윤석열 정부가 5년으로 줄인 것을 되돌리는 것이다. 강화가 아니라 원상복구에 가깝다. 일부 언론이 "사후관리기간 현행 10년"이라고 보도했는데, 현행은 5년이다. 사전 경영 기간 10년과 혼동한 오보다.
최대 600억원이라는 공제 한도 자체를 줄인다는 얘기는 없었다. 업종을 줄이고 심사를 강화하는 것은 구멍을 막는 것이지 방을 줄이는 것이 아니다. 최대 600억원짜리 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한, 새로운 우회로가 생길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 개편안은 올해 세법 개정안에 반영돼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역대 모든 정권이 이 제도를 키워왔다. 이번에 진짜 줄이는 건지, 악용 사례 몇 개 잘라내고 최대 600억이라는 한도는 그대로인 건지는 세법 개정안이 나와봐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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