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구 기자가 열린공감TV 정천수와 그의 변호사 이제일을 상대로 '소송사기'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이 인정하지 않은 '공모' 주장을 근거로 한 1억원 손해배상 소송이 쟁점이 되고 있다.
고소의 발단은 지난해 11월 정천수가 이제일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하여 강진구 기자를 포함한 열린공감티브이 임직원들을 상대로 제기한 1억원 손해배상 소송이다.
이 민사소송은 2023년 3월 14일 열린공감티브이 사무실에서 이사회 개최 중 발생한 충돌 사건과 관련이 있다. 당시 정천수는 강진구 기자 등을 폭행 혐의로 고소했으나, 강진구 기자는 "신체적 접촉이 전혀 없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우발적 충돌일 뿐, 폭행이 아니다"
최근 제출된 피고측 준비서면에 따르면, 이 사건은 "이사회 개최 과정에서 상호 간 언쟁 및 실랑이를 하다가 발생한 '우발적인 충돌'이었고, 상호 폭행이라고 할 만한 상황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특히 강진구 기자는 "실랑이를 말리려고 하였으며", 오히려 그의 질서 유지 노력으로 충돌 소동이 정리되고 정상적으로 이사회가 개최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의정부지검은 불기소 결정서를 통해 "강진구가 최영민 등과 공동하여 피해자를 폭행했다거나 폭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명시했다. 실제 불기소결정서에는 "피해자와 안선화를 떼어놓으려는 모습이 확인된다"라고 사실관계가 정리되어 있다.
"추후 확인된 바에 따르면"... 실체 없는 근거로 법원 기망
그럼에도 정천수 측은 민사소송에서 "강진구는 폭행 사건에서 피고인에서 제외됐으나, 다른 피고들과 폭행을 공모했다"며 불법행위책임을 물었다. 핵심 쟁점은 정천수와 이제일 변호사가 제출한 소장에 담긴 "공모" 주장의 진위다.
소장에는 "추후 확인된 바에 따르면 당시 피고들은 안선화가 원고에게 도발하여 폭행을 유도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적혀 있으며, 이사회 개최를 "정천수를 사무실로 '유인'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표현했다.
강진구 기자는 이러한 주장이 "시공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완전한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피고측 준비서면에서는 "원고 주장의 '공동폭행 사전 공모'는 완전히 조작된 사실관계"라고 단언했다. 만약 실제 공모가 있었다면 정천수가 형사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이를 주장했어야 하지만, 그런 진술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법정에서 드러난 정천수의 진술 신빙성 의문
정천수의 폭행 주장은 최근 법정에서 진행된 증인신문과 증거 검증 과정에서 심각한 의문에 직면했다. 정천수는 "박대용이 내 머리를 팔로 감싸 안고 강제로 숙이게 했다"며 "목을 조여 앞이 깜깜했고 이명이 들렸다"고 주장했지만, 현장에 있던 목격자는 "정천수가 삼각대에 걸려 중심을 잃은 것"이라며 "1초도 되지 않는 찰나의 순간"이었다고 증언했다.
또한 정천수는 "안면부를 가격당해 안경이 떨어졌고 오른쪽 안경 다리가 부러졌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테이블 위에 있던 안선화 PD의 안경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해 가져간 것으로 밝혀졌다. 이사회 영상에는 정천수가 자신의 얼굴에 비해 작은 안선화 PD의 안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원본이라던 증거 영상은 사건 다음날 영상
정천수가 법원에 제출한 '원본' 영상의 신뢰성도 의심받고 있다. 정천수가 '원본'이라고 주장한 영상 파일의 생성 날짜는 실제 사건 발생일인 3월 14일이 아닌 다음날인 3월 15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정천수는 "편집팀에 텔레그램으로 전송한 뒤 다시 받은 파일"이라고 해명했으나, 영상의 원본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특히 최영민의 폭행 장면에서 영상에는 뚜렷한 타격음이 들리는 반면, 동시에 녹음된 별도의 음성 파일에서는 이 소리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불일치는 증거의 신빙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제일 변호사의 책임, 어디까지인가
이번 고소는 특히 소송대리인 이제일 변호사의 책임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강진구 기자는 "변호사가 소송 상담과 소장 작성 시 '추후 확인한 바에 따르면'이라는 주장의 실체를 확인했을 것이고, 그 내용이 허위임을 알고도 소장을 제출했다면 소송사기의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피고측 준비서면에서는 "원고 소송대리인 이제일 변호사는 이 사건 민사소송의 소송대리인으로서 소송 상담 및 소장 작성시에 당연히 원고 정천수가 주장하는 공동폭행 모의 관련 '추후 확인한 바에 따르면'의 내용을 확인하였을 것"이라며 "그 내용이 실체가 없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음이 경험칙상 명백하기에 이 사건 소송사기에 적극 가담한 공범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정천수의 손해배상 소송을 대리한 이제일 변호사가 2023년 2월 녹취에서 자신을 "내부자"로 지칭하며 권력과의 연결고리를 강조하고, 강진구 기자와 관련해 "싸움상대가 강진구라면 해볼 만하다"며 "어준이 형에게도 얘기할 수 있고, 민주당 사람들에게 열린민주당 잔당 세력과 싸우고 있다고 썰을 풀 수 있다"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확인된 점이다.
신뢰할 수 없는 주장으로 법원 기망하는 행위
대법원은 과거 "허위 내용으로 소송을 제기해 법원을 기망하는 경우, 반드시 허위 증거가 없더라도 당사자 주장 자체가 기망수단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1도7262 판결). 또한 "허위의 내용으로 지급명령을 신청하여 법원을 기망한다는 고의가 있는 경우에 법원을 기망하는 것은 반드시 허위의 증거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당사자의 주장이 법원을 기만하기 충분한 것이라면 기망수단이 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2도4151 판결).
피고측은 준비서면에서 "원고측은 허위 차용증을 만들어 지급명령신청을 하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공동폭행 모의 허위사실관계를 만들어서 제소 당시에 그 주장과 같은 채권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허위의 주장으로 법원을 기망한다는 인식을 명백히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소송사기' 성립 요건과 변호사의 윤리 의무 범위에 관한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송상 주장이 명백히 허위임을 인식하고도 법원을 기망하려 한 경우" 소송사기가 성립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서울서초경찰서는 현재 고소장을 접수하고 수사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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