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뉴탐사
완도 첫 무소속 군수 김신 "정청래 체제 심판은 이미 끝났다"
90% 민주당 텃밭서 790표 차 신승한 무소속 군수의 작심 비판
무소속·무조직으로 90% 민주당 텃밭 돌파…"30억 쓰면 그건 매표"
"공천은 처음부터 나를 겨눈 함정"…박지원 의원·도당에 책임 직격
"1인 1표제는 가진 자의 무기"…8월 전당대회도 정면 겨냥
전남 완도에서 무소속 군수가 나왔다. 민주당 지지율이 90%에 이르는 섬 지역에서 벌어진 일이다. 김신 완도군수 당선인은 6·3 지방선거에서 51.3%를 얻어 민주당 우홍섭 후보를 790표 차로 눌렀다. 완도에서 무소속 군수가 당선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7월 1일 취임을 앞둔 그는 뉴탐사와 만나 한 시간 넘게 속내를 털어놨다. 말문을 열자마자 그는 민주당 공천 과정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돈 대신 민심으로 넘은 90% 텃밭
김 당선인은 무소속이었다. 당의 조직도, 당의 지원도 없었다. 그런 그가 가장 먼저 자랑한 건 돈을 쓰지 않은 선거였다. "정말 저는 아마 이 완도의 기초의원 정도 수준도 안 썼을 것"이라고 했다. 단체장 선거에 30억 원이 든다는 세간의 말에 대해선 분명히 선을 그었다. "30억 정도를 쓴다면 그건 매표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돈"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당선을 "기적이 아니라 그런 기반과 조건을 극복하고 된 것"이라며 "선거 혁명"이라고 표현했다.
조직도 자금도 없이 무엇으로 이겼느냐는 물음에 그는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꼽았다. 자발적으로 움직인 선거 운동원들이 돈과 조직의 빈자리를 메웠다고 했다. "여덟 번의 선거를 치러봤는데, 자발적으로 이렇게 들고 일어나 도와주는 선거는 처음 겪어봤다"고 그는 말했다.
"공천은 처음부터 나를 겨눈 함정이었다"
김 당선인은 원래 민주당 후보였다. 그는 자신이 당을 떠난 게 아니라고 했다. "저는 스스로 탈당하지 않았다. 밀려나서 탈당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가 지목한 건 공천 심사 규칙이었다. "이미 함정이 만들어져 있었다. 처음부터 김신 맞춤형 룰이 만들어져 있었던 것"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그가 말한 함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세 번 이상 탈당하면 감점을 주는 규칙, 다른 하나는 경선에 불복하면 감점을 주는 규칙이었다. 그런데 그가 탈당한 건 두 번뿐이었다. 20여 년 전, 3선 군수가 무투표로 당선될 상황을 막으려 한 차례 탈당해 무소속으로 군수 선거에 나간 일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2022년 경선에서 0.42% 차이로 졌고, 경선 직전 여론조사에서는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정상적인 경선 절차로는 탈락시키기 어렵다고 보고,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떨어뜨리려 명분을 만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정청래 대표가 내건 "억울한 공천을 없애겠다"는 약속을 두고는 "저보다 더 억울한 공천자가 또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억울한 컷오프의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중앙당, 도당, 지역 위원장 모두를 거론했다. 그러면서도 지역구 의원인 박지원 의원의 이름을 직접 꺼냈다. 당장은 갈등을 키울 발언을 삼가야 하는 처지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지역 위원장인 박지원 의원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책임이 아주 크다고 본다"고 했다. 박 의원을 향한 평가는 더 매서웠다. "잘못된 판단이나 잘못된 리더십이었다고 보는 것"이라며 "그 결과가 이렇게 나왔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수습할지, 어떻게 책임질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1인 1표제는 가진 자가 주무르는 제도"
가장 날을 세운 쟁점은 정청래 대표가 최대 성과로 내세운 1인 1표제였다. 김 당선인은 권리당원 100%로 후보를 정하는 방식이 위험하다고 봤다. "이것이야말로 가진 자, 권력을 가진 자가 주무를 수 있는 제도라고 나는 본다"고 했다.
그는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짚었다. 누가 권리당원을 더 많이 입당시키느냐의 싸움인데, 거기엔 자금과 조직력, 지역 토착세력의 힘이 필수로 작동한다고 했다. "오염된 형태의 시스템에서는 금권선거, 매표가 돈과 조직을 가진 사람에 의해 주물러질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작은 군 단위일수록 위험은 커진다. 수백만 인구의 도시와 달리 몇만 명짜리 지역에서는 권리당원 표심에 손을 대기가 그만큼 쉽다는 얘기다. "1인 1표는 민주주의의 기본이지만, 오염된 시스템에서는 부작용도 함께 봐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완도에서 일어난 '민란'
김 당선인은 이번 결과를 "민란"이라고 불렀다. 완도가 관치의 표본이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두 사람이 24년을 했다. 모두 직업 공무원 출신"이라고 했다. 공무원 출신 군수들이 폐쇄 행정, 밀실 행정을 이어오는 사이 완도는 인구 소멸 지역으로 내려앉았다고 봤다. 한때 13만 명을 넘던 인구가 4만4200명으로 줄었다고 했다. 천혜의 관광·수산 자원을 가진 섬이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못 했다는 한탄이었다.
그가 내건 선거 구호도 남달랐다. 자유당 시절의 "못 살겠다 갈아보자"를 비틀어 "못 살겠다 바꿔보자"로 외쳤다. "민란이 왜 일어났나. 먹고사는 문제가 파탄 나면 민초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라며 "21세기 완도에 민란이 일어난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 "민심이 천심이라더니, 민심이 한번 움직이면 참 무섭더라"고 했다.
"정청래 대표, 완도엔 오지 마시라"
8월 전당대회에서 연임에 도전하는 정청래 대표를 두고는 거침이 없었다. 그는 완도에서 정 대표 지지가 많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봤다. "완도는 이미 심판했다. 현 대표 체제에 대한 심판은 끝났다"고 했다. 유세 계획을 묻자 그는 웃으며 답했다. "오신다면 완도는 포기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 한 발 더 나아가 "한 번 정도 하신 것도 영광스럽게, 명예롭게 생각하시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했다.
인터뷰 말미, 그는 군수 당선인이 아니라 감시 대상으로 자신을 세웠다. "저를 철저하게 지켜봐 주시고, 흔들리지 않도록 감시와 견제를 해 달라"고 했다. 공무원이 잘못해도 다칠까 봐 눈감아주는 온정주의를 깨지 않으면 정치는 발전하지 못한다고도 했다. 그는 유권자들이 더 냉정해지기를, 주인 의식을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가 7월 1일부터 이끌 완도군은 전복과 해조류 산업 위기, 청년 유출, 의료 공백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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