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최민희 "처가의 슬픈 가족사"…정청래 신천지 의혹 부인은 없었다
전당대회 이후 정청래 "할 말은 하고 살겠다", 김어준은 친청계 지분 인정 요구
최민희 대전 정견발표 "처가의 슬픈 가족사까지 끌어들이는 자들 용서 말라"
처남 김도삼씨 동생들, 확인 요청에 회피와 욕설…문자엔 답 없어
정청래 낙선 다음 날 라이브를 뉴데일리가 받아…김어준 진단은 국민의힘 논평과 겹쳐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처가와 신천지를 둘러싼 의혹을 두고 최민희 수석최고위원이 "슬픈 가족사"라는 표현을 꺼냈다. 지난 17일 대전 전당대회 정견발표 자리였다. 최 최고위원은 "정청래를 신천지로 몰려고 처가의 슬픈 가족사까지 끌어들이는 자들을 당원 여러분 절대로 용서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반박은 나오지 않았다.
부인 대신 나온 "슬픈 가족사"
최 최고위원은 이 발언에 앞서 경선 과정의 서러움을 먼저 꺼냈다. "저는 팀 정청래로 뛰는 게 이토록 비난받을 일인지, 만신창이가 될 일인지 알지 못했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어느 날 보니 정청래는 반명이고 신천지고 분열주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 뒤에 나온 말이 '처가의 슬픈 가족사'다. 언론 대부분은 같은 연설에서 나온 세제개편안 관련 발언을 제목으로 뽑았다. 이 대목을 짚어낸 곳은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였다.
발언의 무게는 단어 선택에 있다. 최 최고위원은 '가족사'라고 하지 않고 '처가의 슬픈 가족사'라고 했다. 처가를 콕 집었고 '슬픈'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없는 일을 지어냈다는 항의가 아니라, 가족의 불행을 들춰냈다는 항의에 가깝다.
전당대회 기간 정 전 대표 처가의 신천지 관련성을 보도한 곳은 뉴탐사와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 유튜브 채널 제이컴퍼니뿐이었다. 송영길·김민석 등 경쟁 후보 누구도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레거시 언론도 다루지 않았다. 최 최고위원이 겨냥한 대상은 사실상 좁혀진다.
동생 두 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앞선 보도에서 정 전 대표의 처남인 김도삼(1951년생) 전 경기도의원이 신천지 신도라는 복수의 증언을 확보했다. 김씨는 정 전 대표의 배우자 김인옥씨의 오빠다. 1998년과 2002년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당선돼 2006년까지 경기 광명을 지역구로 도의원을 지냈다. 김씨와 함께 도의원을 지낸 인사는 김씨가 자신에게 신천지 가입을 권유했다고 증언했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김씨가 이재명 후보 캠프에 자문위원으로 들어가려다 주변 반대로 무산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난 13일 광명시장 유세 현장에서 정 전 대표에게 처남의 신천지 관련성을 알고 있었느냐고 묻자 "왜 이래요? 진짜 왜 그래요?"라고만 답했다.
'슬픈 가족사'가 김씨를 가리키는지 확인하려고 김씨의 형제들에게 연락했다. 김씨는 열 남매 중 한 명이다. 먼저 수도권에 사는 동생과 통화가 닿았다. 형님이 신천지 신도라는 사실을 알았느냐고 묻자 잠시 멈칫하더니 "아니요, 잘 모르는데요"라고 답했다. 형님의 종교를 무엇으로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형님은 신앙 없어요"라고 했다. 동료 도의원에게 가입을 권유한 정황을 전하자 "지금 전화하신 분이 누구라고요"라고 되물었다. 그러더니 "뭐 좋은 일도 아닌데 전화 끊으세요. 지금은 그런 얘기 할 때가 아닙니다"라며 통화를 끝냈다.
전남 강진에 사는 또 다른 동생에게도 연락처를 수소문해 전화를 걸었다. 처음에는 차분했다. 최민희 최고위원과 신천지를 언급하자 곧바로 욕설이 돌아왔다. 다시 걸었을 때도 응대는 같았다. "형님 김도삼씨가 신천지 맞습니까. 최민희 의원이 말한 슬픈 가족사라는 게 형님 얘기인가요." 문자로 보낸 질문은 지금까지 읽히지 않았다.
이 사안이 한 집안의 종교 문제에서 멈추지 않는 이유는 신천지에서 나온 국용호 장로의 증언 때문이다. 국 장로는 정 전 대표가 2016년 공천에서 탈락해 원외에 머물던 시기에 정 전 대표의 친인척이 자신을 찾아왔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을 섭외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국 장로는 "신천지 교인으로 만들고 싶다기보다는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사람으로"라는 취지였다고 기억했다. 찾아온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소개했느냐는 질문에는 "동생 남편인가, 누나 남편인가"라고 답했다. 김씨 기준으로 정 전 대표는 여동생의 남편, 곧 매제다. 오래전 일인데도 관계를 정확히 짚었다.
최 최고위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문자는 전송됐지만 읽음 표시가 뜨지 않았다. 오전에 건 전화는 신호가 갔으나 받지 않았고, 오후에 다시 걸자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안내음이 나왔다. 김씨 본인과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정청래 "할 말은 하고 살겠다"
전당대회가 끝난 지 하루 만에 정 전 대표는 유튜브 라이브를 켰다. 차 안이었다. "당대표 1년간 하면서 할 말 못 하고 참고, 제가 스님도 아닌데 살이 나올 정도였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방송 출연, 유튜브 출연도 자주 하겠습니다. 당대표일 때 하지 못했던 말들을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마무리는 이랬다. "할 말은 하고 살겠습니다. 인생 뭐 있습니까. 말의 감옥에서 정말 힘들었습니다."
전당대회 기간 정 전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과 있었던 일을 무덤까지 가져가겠다고 했다. 하루 만에 방향이 뒤집혔다. 이 발언을 가장 먼저 받아 쓴 곳은 보수 인터넷매체 뉴데일리였다. 뉴데일리는 정 전 대표의 말을 '심상찮은 선언'으로 다뤘다.
김어준의 요구, 국민의힘 논평과 겹친다
같은 날 오전 김어준씨는 자신의 방송에서 김민석 대표를 향한 주문을 내놨다. 권리당원 선호투표까지 합산한 최종 득표율은 김민석 54.08%, 정청래 45.92%였다. 김씨는 "김민석 대표는 정청래 의원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도움을 청해야 돼요. 절반을 같이 가야죠"라고 했다. 최고위원 경선에서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된 후보가 떨어진 대목을 두고는 "친명이라고 내세우는 것이 자기 정치에, 자기 당선에 도움이 되나. 의원들이 이제 따지기 시작할 거란 말이죠"라고 했다.
김씨는 정부가 일을 잘하거나 정책으로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도 했다. "그걸 해석해 줄 사람이 등을 돌렸다는 거다." 정책 성과와 무관하게 해석하는 쪽이 돌아서면 회복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해석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같은 날 국민의힘 지도부가 내놓은 해석은 김씨의 진단과 판박이다. 김승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임기 2년차 대통령이 사실상 패배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개입해 도왔지만 김 대표는 호남 이외 전 지역에서 고전했고, 친청계 최고위원 3명이 모두 입성해 당권 장악에 실패했다고 했다. 신동욱 최고위원은 전당대회에서 빚어진 내분이 최고위로 옮겨져 더 치열한 2라운드가 벌어질 것이라며, 대통령이 여전히 다리 뻗고 잠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친청계 지지층 사이에서는 집단 탈당 이야기가 돌았다. 정 전 대표를 도왔던 인사들은 만류하고 나섰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이상호씨는 "대통령에게 이쁨 받는 당대표가 아니라 당원들에게 이쁨받는 당대표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라고 적었다. 정 전 대표 캠프에서 조직을 맡았던 이진련씨는 "탈당하겠다는 문자를 일곱 개나 받았습니다"라며 "탈당하면 안 됩니다"라고 썼다. 이씨가 함께 올린 글에는 대의원 1만명 안팎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당원주권시대 등 정 전 대표 측 조직의 이름이 나란히 등장했다. 바람으로 조직을 이겼다던 쪽이 스스로 조직의 존재를 드러냈다.
김민석은 다른 방향으로 갔다
김 대표는 18일 첫 당직 인선을 발표했다. 사무총장에 한정애 의원, 정책위의장에 권칠승 의원, 홍보위원장에 김남준 의원, 참좋은지방정부위원장에 신정훈 의원을 임명했다. 인선 기준은 능력이라고 밝혔다. 김어준씨가 요구한 친청계 몫은 담기지 않았다. 한정애 사무총장은 정청래 지도부에서 정책위의장을 지낸 인물이다. 정 전 대표 시절 호남에만 따로 두었던 호남발전특위와 달리, 새 위원회 이름에서 지역 색은 빠졌다.
김 대표는 같은 날 김대중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읽었다. "대통령님의 막내 비서실장이 대통령님 뒤를 이어 민주당 당대표가 되어 인사드립니다"로 시작해 "감사합니다. 배우겠습니다. 그러나 용기를 내 뛰어넘으려고도 하겠습니다"로 이어졌다. 전당대회 내내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 4명의 대통령을 잇는 통합을 앞세운 쪽은 정 전 대표였다. 정 전 대표는 이날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19일 봉하마을과 평산마을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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