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내란 책임·동문서답 김문수 VS 안정감 보인 이재명"...첫 TV토론서 드러난 대선 후보 역량 차이
트럼프 통상정책·마이너스 성장 대책 두고 치열한 공방... 권영국 "트럼프에 레드카드", 이준석 "규제 화끈하게 깨부숴야"
"윤석열 씨가 12월 3일 내란의 우두머리라는 사실을 인정합니까?" 5월 18일 열린 제21대 대선 첫 TV토론은 이 한 마디로 시작됐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의 첫 질문에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내란이라기보다는 개혁"이라며 말을 돌리다 "계엄은 잘못됐지만 내란인지는 재판 중"이라고 답했다.
권영국 후보의 이 날카로운 질문은 김문수 후보의 윤석열 정권과의 연결고리를 정면으로 파고들어 토론 초반부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김문수 후보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부 장관이었습니다.
그런 분이 지금 윤석열을 감싸며 대선에 나왔습니다.
탈당이란 말도 못 했고 뜻대로 하시라고 조아렸습니다.
그 대가로 윤석열 지지 선언 받으니 기쁘십니까? 이쯤 되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대리인 아닙니까?
윤석열 때문에 치러지는 선거입니다. 무슨 자격으로 여기 나오셨습니까?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시고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권영국 후보의 김문수 후보 상대 질의(2025.5.18 TV 토론)
16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첫 TV토론에서 권영국 후보는 "헌법재판소가 8대 0으로 헌정질서 유린을 확인했는데 내란이 아니면 뭐냐"며 김문수 후보를 몰아붙였다. 이에 김 후보는 "헌법재판소에서 내란은 소추장에서 뺐다"고 변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가 참석한 이날 토론에서는 경제 정책뿐 아니라 국정 운영 역량, 위기 대응 능력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첫 인상부터 달랐다... 1분 발언도 못 채운 김문수 vs 내란 극복 강조한 이재명
대통령 적합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첫 1분 소개에서부터 후보들의 차이는 극명했다. 김문수 후보는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면서도 주어진 시간조차 다 채우지 못했다. 발언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허둥지둥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준비가 안 된 후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45주년인 이날의 의미를 언급하며 "80년 5월 광주는 2024년 12월에 대한민국을 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의 내란을 극복하는 우리의 노력도 다음 미래 세대들을 구하게 될 것"이라며 광주 정신과 내란 극복, 경제 회복을 연결시키는 메시지로 시작했다.
이준석 후보는 "중국의 위협이 맹렬하다"며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고, 권영국 후보는 "차별과 불평등에 맞서 싸워온 수많은 목소리를 담아 이 자리에 섰다"며 "불평등한 세상 갈아엎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이너스 성장" 대책은?... 구체적 정책 vs 원론적 답변
토론의 핵심 주제인 경제 분야에서 각 후보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한국은 0%대 성장률, 마이너스 내수, 자영업 위기 등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후보들은 각기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이재명 후보는 "현재 1분기에 0.2%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내수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경제 실패를 지적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추경을 통한 서민 경제 살리기, 장기적으로는 AI 중심 첨단 기술, 재생에너지, 문화산업 육성을 통한 성장 동력 회복"이라는 구체적 방안과 함께 "경제 시스템을 장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후보는 "소비 진작을 위한 지원과 소상공인 채무 조정, 규제 혁파로 기업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나 정책 우선순위는 제시하지 못했다.
이준석 후보는 "저성장은 모두에게 고통"이라며 "성장의 본질은 생산성 향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호텔 예약을 취소해도 돈만 돌면 경제가 살아난다며 돈 풀기식 괴짜 경제학을 말한다"고 비판하면서, "대한민국이 다시 성장하려면 규제를 화끈하게 깨부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영국 후보는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인데 매년 2천 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하다 숨지고, 1만 4천 명이 자살한다"며 "부자 감세가 아니라 부자 증세를 통해 노동이 강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돈은 위로 쌓였고, 고통은 아래로 흐른다"며 불평등 해소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트럼프와 신뢰 관계" 주장한 김문수의 충격적 동문서답
토론에서 가장 당혹스러웠던 장면은 김문수 후보의 연이은 동문서답이었다. 이는 외교 정책과 통상 문제에서 두드러졌다.
이재명 후보가 한덕수 총리의 "트럼프 대통령이 자랑스러워할 협상을 했다"는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자, 김문수 후보는 "최상목 부총리도 한덕수 총리가 그만두면 통상을 맡아야 되는데 계속 탄핵한다고 해서 그것도 그만뒀다"며 관련 없는 답변을 했다.
이재명 후보가 "왜 서두르느냐"고 추가 질문하자 김문수 후보는 잠시 침묵했다가 "서두른다기보다 애로를 신속하게 해결하자, 이런 거지"라고 말을 돌렸다.
또한 김문수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신뢰"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제가 가장 우호적이고 신뢰적인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후보와 트럼프 간 어떤 접점이 있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시청자들의 의구심을 샀다.
권영국 후보가 "미국이 다른 나라들은 그대로 두고 한국만 유예하길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 근거가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김문수 후보는 "한국에도 유예할 수가 있고요"라며 자기 발언을 번복했다.
권 후보는 "국회에서는 윤석열 내란에 대해 사과하라니까 꼿꼿했는데, 왜 미국 앞에 가서는 그렇게 약한 모습만 보이냐"고 꼬집었다. 김문수 후보는 "미국하고 관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앞으로 꼿꼿하게 나가겠다"고 답했다.
전문성이 드러난 에너지·외교 정책 토론... 사실과 다른 정보 제시한 이준석
에너지 정책에서도 후보들의 전문성 차이가 뚜렷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풍력 기반 데이터센터 공약을 겨냥해 "풍력발전이 데이터센터의 안정적 운영에 알맞은 에너지원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데이터센터는 기본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쓰는 게 지금 표준"이라며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로 많을 때는 저장하고, 적을 때는 공급하는 방식으로 불규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반박했다.
김문수 후보는 "두산중공업에 가보니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떨어졌던 원자폭탄이 떨어져도 원전 원자로가 파괴되거나 고장 나지 않는다고 한다"며 원전 안전성을 극단적으로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는 즉각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왜 났느냐"며 반박했다.
중국-대만 문제를 두고도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중국과 대만에 관여하지 말고 모두 쉐쉐하면 된다"고 발언했다며 비판했다. 이재명 후보는 "국익 중심으로 판단해야 하고, 대만과 중국 간 분쟁에 우리가 너무 깊이 관여할 필요가 없다"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관세 문제에 대해 권영국 후보는 "약탈"이라고 규정하며 트럼프에게 레드카드를 꺼내 보이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이재명 후보는 일본도 미리 하겠다는 입장이었다가 선회했듯이 "서둘러 협상할 필요 없다"는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김문수 부족하고, 이준석 가볍고, 권영국 과격하고, 이재명 안정감"... 시청자 평가
토론 직후 실시간 댓글에서는 "권영국 후보는 과격하고, 이준석은 가볍고, 김문수는 부족하고, 이재명 대표는 안정감을 준다"는 평가가 주목받았다.

시민언론 뉴탐사 해설진도 "이재명 후보는 야당 후보가 아니라 여당 후보처럼 가장 준비된 대통령 이미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김문수 후보는 "원고를 고개 숙여 읽고, 시간도 채우지 못하고, 질문에 동문서답하는 모습에서 노동부 장관과 경기도지사라는 경력이 무색할 정도로 준비가 안 됐다"는 혹평을 받았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모든 질문에 차분하게 대응하며 구체적 정책과 대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토론 직후 한국경제와 입소스의 여론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 51%, 김문수 후보 32%, 이준석 후보 7%의 지지율을 보였다. 해설진은 "윤석열 전 대통령도 지난 대선에서 준비 부족을 드러냈지만, 당시에는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어 방어만 하면 됐다"며 "김문수 후보는 15~20% 지지율 격차를 뒤지는 상황에서 토론으로 역전해야 하는데, 오히려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재명 후보는 "4년 중임제 개헌"과 "검찰 영장청구권 폐지" 등 개혁 공약도 제시했다. 개헌안은 "결선투표제 도입, 총리 국회 추천" 등을 포함해 "빠르면 내년 지방선거, 늦으면 2028년 총선 때 국민 의견을 수렴해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5월 23일 사회 분야, 5월 27일 정치 분야를 주제로 이어질 다음 토론회에서는 이번에 드러난 각 후보의 강점과 약점이 어떻게 발현될지, 그리고 지지율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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