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플러스
조희대 대법원장 인사청문회 거짓말 논란: 삼성 메디슨 직권남용 사건 "처음 알았다" 위증 의혹
민주당 264표 찬성 속 삼성 유착 의혹 검증 실패, 윤석열 정권 9년 6개월 사법부 장악 우려
12월 5일과 6일 양일간 진행된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한국 정치사에 또 하나의 오점을 남겼다. 삼성과 결탁한 부패 범죄 의혹에도 불구하고 국회 본회의에서 264표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것이다. 이는 전임 김명수 대법원장보다 무려 100표 이상 많은 수치로, 민주당 의원 최소 100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진 결과다.
뉴탐사가 단독 보도해온 조희대 후보자의 직권남용 혐의와 삼성 메디슨 법조 게이트 연루 의혹은 인사청문회에서 제대로 검증되지 못했다. 오히려 민주당 의원들은 "큰 울림과 감동을 받았다"며 축사를 늘어놓는 데 급급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치밀하게 준비된 방어 논리로 조희대를 엄호했다.
삼성 메디슨 사건, 상고이유 조작 의혹 묵살
조희대 대법관은 2015년 삼성 메디슨과 박희택 변호사 간 1,500억원대 부동산 소송의 재심 사건에서 주심을 맡았다. 당시 대법원은 박 변호사가 제기한 '민사소송법 436조 2항 위반' 주장을 판단하지 않고 상고 이유를 임의로 변경해 기각했다. 이로 인해 박 변호사는 전 재산을 잃고 오히려 삼성의 채무자가 되는 비극적 결과를 맞았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조희대가 직권남용 혐의로 피의자 신분이었음에도 이를 "처음 알았다"고 거짓 증언한 점이다. 뉴탐사 취재진은 인사청문회 5일 전인 12월 1일 조희대 측 인사청문 준비팀을 직접 방문해 이 사건을 설명했고, 준비팀은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조희대는 청문회에서 "12월 6일 처음 알게 됐다"며 "깜짝 놀랐다"고 답변했다.
하필 인사청문회 당일 기각된 재항고 사건
가장 의혹을 사는 부분은 조희대 관련 직권남용 재항고 사건이 1년 6개월간 대법원에 계류 중이었는데, 하필 인사청문회 첫날인 12월 5일 기각 결정이 났다는 점이다. 이는 조희대가 대법원장이 된 후 자신의 사건을 판단해야 하는 이해충돌을 피하기 위한 '맞춤형 기각'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1년 6개월 동안 판단이 안 나다가 하필 어제 판단이 났다"며 "참 기묘하다"고 지적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명백한 의혹에 대해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의 치밀한 방어 vs 민주당의 무기력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놀라울 정도로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정점식 의원은 복잡한 삼성 메디슨 사건의 법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고, 전용기 민주당 의원이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즉각 "재항고장은 후보자가 제출할 수 없는 서류"라며 방어에 나섰다.
정점식 의원은 심지어 "상고 이유서를 조작했다"는 정확한 표현까지 사용하며 사건 내용을 꿰뚫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국민의힘이 뉴탐사 보도를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했음을 시사한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준비 부족이 역력했다. 야당 간사인 진성준 의원은 "후보자의 서면 답변에 큰 울림과 감동을 받았다"며 사실상 인준을 전제로 한 발언을 했다. 이정문 의원은 핵심 의혹 대신 방송통신위원회 운영 같은 주변적 질문으로 시간을 보냈다.
일본 전범기업 다이셀 사건도 묵살
조희대는 일본 전범기업 다이셀 한국지사 부당해고 사건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한국 내 다이셀 자산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을 차단하는 판결을 내렸다는 비판이다. 이 사건으로 조희대는 허위공문서 작성 및 직권남용으로 고소당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이에 대해 단 한 마디도 묻지 않았다.
피해자인 김주묵 씨는 인사청문회 2주 전 민주당 의원들에게 관련 자료를 보냈지만, 아무도 연락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3년 6개월 짧은 임기, 윤석열에게 9년 6개월 대법원장 임명권 부여
조희대 대법원장의 정년은 2027년 6월 5일로, 윤석열 대통령 임기(2027년 5월 10일)보다 한 달 늦다. 이는 윤 대통령이 퇴임 직전 차기 대법원장을 지명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은 조희대를 포함해 9년 6개월간 대법원을 장악할 대법원장 2명을 임명하는 전례 없는 권한을 갖게 됐다.
이정문 의원이 이 문제를 지적하자 조희대는 "새로 선임되는 대통령이 (후임을) 지명할 것"이라고 답했지만, 이는 아무런 구속력이 없는 립서비스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180석이 넘는 압도적 다수 의석을 보유하고도 삼성과 결탁한 부패 범죄 의혹이 있는 조희대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 뉴탐사가 사전에 상세한 자료를 제공했음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이를 숙지하지 않았고, 오히려 국민의힘이 이를 활용해 방어 논리를 구축했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군권을 쉽게 내준 육군본부의 무능함이 재현된 듯한 이번 인사청문회는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민주당에는 끝까지 저항했던 '이태신' 같은 인물이 없었고, 국민의힘에는 치밀하게 준비된 '하나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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