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100여 일 앞두고 여권의 지지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65%로 최근 6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민주당 정당 지지율도 46%까지 올랐다. 그런데 정작 여권 안에서 자충수가 터지고 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김어준씨의 방송 내용을 근거로 KTV를 문제 삼았다가 역풍을 맞았고, 김어준씨는 김민석 국무총리를 노골적으로 견제하면서 여권 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최민희, 딴지게시판에 "대책 세우겠다"
발단은 김어준씨의 방송이었다. KTV가 국무회의 영상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의 악수 장면을 의도적으로 삭제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이 방송을 보고 곧바로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딴지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저희 의원실에서 사실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전후 사정 확인한 뒤 알려 드리고 대책을 세우겠습니다."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 본인의 페이스북도 아닌 딴지게시판에 과방위원장이 글을 올렸다. 둘째, 사실 확인도 하기 전에 "대책을 세우겠다"고 선언했다. KTV는 과방위 피감기관이다. 피감기관을 관할하는 위원장이 팩트 확인 없이 대책을 예고한 것은 사실상 협박으로 읽힐 수 있다.
확인된 사실은 단순했다. KTV는 공중파 풀영상단에 들어가 있지 않아 카메라가 두 대뿐이다. 근접 카메라가 대통령 동선을 따라 이동하다가 정청래 대표와의 악수 순간을 놓친 것이었다. MBC 방송 화면에는 KTV 카메라맨이 악수 직후 급히 달려와 자리를 잡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이전 국무회의 영상을 확인해 봐도 다른 국무위원들의 악수 장면이 빠진 경우는 흔했다. 정청래 대표만 겨냥한 편집이 아니었다.
KTV는 처음에 공식 해명 자료를 내지 않으려 했다. 최민희 위원장의 체면을 고려한 것이다. 그런데 추가 의혹 제기가 이어지자 결국 공식 보도자료까지 냈다. 최민희 의원은 논란이 커지자 "저 강경한 친명인데요"라고만 했다. 왜 딴지게시판에 글을 썼는지, 왜 사실 확인 전에 대책을 예고했는지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서는 투표를 거쳐 최민희 의원에 대한 강퇴 조치가 이루어졌다.
최민희 의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카메라 기자가 몇 명 없어서 벌어진 일 같은데, 촬영팀을 더 늘릴 수 있도록 예산을 배정해야 되겠다"고 또 글을 올렸다. JTBC는 "정청래 당대표 영상 찍으라고 세금을 지원해 주라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KTV는 정청래TV가 아니라 대통령 활동을 촬영하는 공공방송이다.
박용진 저격에 의원 단톡방은 '침묵'
최민희 의원의 과민 반응은 KTV 건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박용진 전 의원을 총리급 규제개혁부위원장에 발탁하자 민주당 의원 단톡방에 "이재명 죽이기에 앞장선 사람이 박용진인데 어떻게 그런 사람을 규제개혁부위원장에 앉힐 수 있냐"고 공개 저격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반응은 침묵이었다. 한 의원은 "어처구니가 없었고, 반박하면 또 신경질적으로 대응할 것 같아서 요즘은 최민희 의원이 무슨 글을 올려도 아무 대응을 안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의 인사를 여당 의원이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친소를 가리지 않고 능력 위주로 인선하는 실용주의자다. 전재수 전 의원을 해수부 장관에, 박용진 전 의원을 총리급 직책에 발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민희 의원의 저격은 충심을 보이려 한 것이겠지만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인사권에 부담만 얹었다.
김어준, "국정 공백" 핑계로 김민석 총리 노골적 견제
최민희 의원의 행보 뒤에는 김어준씨가 있다. 김어준씨는 최근 본인 방송에서 김민석 국무총리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순방을 간 사이 중동 사태가 터졌는데, "국정 공백이 벌어지는 것 같다. 아빠 없는 자식 같은 신세였다"고 말했다. 리더의 부재가 불안감을 증폭시킨다는 취지였다. 김민석 총리가 아무 일도 안 한 것처럼 묘사한 것이다.
총리실은 보도자료로 반박했다. 대통령 순방 중 매일 오후 비상점검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고, 국무회의와 재외공관장회의까지 열어 범정부 역량을 총동원했다는 내용이었다. 김어준씨는 이런 팩트를 확인하지 않았다. 중동발 사태는 외부 변수였고, 대통령이든 총리든 하루이틀 금융시장 혼란은 불가피했다. 김민석 총리가 일을 안 해서 혼란이 커졌다고 분석한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김어준씨의 태도 변화에는 시점이 있다. 합당 파동 이전까지 김어준씨는 김민석 총리를 비판하지 않았다. 김민석 총리가 파워풀콘서트에 참석할 정도였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김민석 총리가 "서울시장 관심 없다. 당대표 쪽에 로망이 있다"고 밝힌 뒤부터다. 김어준씨가 정청래 대표의 연임을 지지하는 것처럼 읽히는 상황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김어준 씨, 오해살 행동하지 마세요"라는 목소리가 대놓고 나오고 있다. 김어준씨가 킹메이커 역할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여권 내부에서 확산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갤럽 조사, 여권 전국 강세…대구경북도 '해 볼 만'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65%를 기록했다. 2월 첫째 주 58%를 저점으로 연속 상승세다. 서울이 69%로 광주·전라를 제외하면 전국 최고였다. 대구·경북에서도 38~49%가 나왔다. 부동산 정책 지지율은 51%로 13년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문재인 정부 때 최고가 44%였다.
지방선거 전망도 여권에 유리하다. "어떤 정당 후보가 당선돼야 하느냐"는 질문에 서울에서 여권 45%, 야권 31%가 나왔다. 대전·세종·충청 47%, 대구·경북에서도 36~38%가 여권 후보 당선을 지지했다. 정치 고관여층에서는 여권 우세가 더 뚜렷했다. 지방선거는 투표율이 관건인데,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투표 이탈 가능성이 높아 투표율이 다소 낮더라도 민주당에 반드시 불리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정당 지지율도 46%로 수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20%대 초반으로 붕괴 직전이다. NBS 여론조사에서는 이미 10%대로 떨어진 바 있다. 장동혁 대표가 태극기 시민들과 청와대까지 갔다가 대통령 없는 것만 확인하고 돌아온 것이 이번 주 국민의힘의 유일한 뉴스였다.
송영길-김남준, 인천 출마 지역 교통정리 진행 중
인천에서 재보궐선거가 두 곳에서 치러진다. 인천 계양을과 인천 연수갑이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이 모두 계양을 출마를 희망하고 있다. 송영길 전 대표에게 계양을은 정치적 상징성이 있는 곳이다. 과거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 계양을을 양보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통정리가 쉽지 않다. 인천 연수갑은 인천의 강남으로 불릴 만큼 고소득자가 많아 중량감 있는 후보가 나와야 신승이 가능한 곳이다. 박찬대 전 원내대표도 이곳에서는 간신히 당선됐다. 반면 계양을은 민주당 지지기반이 탄탄해서 누가 나와도 당선 가능성이 크다. 송영길 전 대표는 어느 쪽으로 가도 안정적인데, 김남준 전 대변인은 연수갑에서는 인지도 부족으로 불리하다.
박찬대 전 원내대표는 "김남준 전 대변인이 연수갑에 오면 조금 불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방송에서 밝혔다. 사실상 김남준 전 대변인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으로 읽혔다. 송영길 전 대표도 최근 표현이 달라졌다. "계양을을 희망하긴 하지만 계양구 주민들의 뜻이 중요하고 당의 결정도 중요하다"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송영길 전 대표를 연수갑 쪽으로 설득하는 단계로 보인다. 다만 양측 관계자 모두 "두 분 사이에 갈등은 없고 원팀 정신은 흔들림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북송금 조작 사건, 국정조사 본격 추진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서 "증거 조작, 사건 조작은 납치 살인보다 나쁜 짓"이라고 밝히면서 대북송금 조작 사건에 대한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공소 취소 대상으로 확정된 7대 사건은 대장동 개발 의혹, 위례신도시 개발 의혹,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통계 조작 의혹,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관련 언론인 명예훼손 기소 사건이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작 기소는 소리없는 살인 행위"라며 "조작에 가담한 검사들을 감방에 보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허재현 기자는 정청래 대표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1년 넘게 대북송금 조작 관련 제보와 기사를 보내줬지만 정청래 대표로부터 피드백이 한 번도 없었다. 보좌관에게도 6개월 넘게 보냈지만 반응이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이건태·한준호·서영교 의원 등은 피드백이 바로바로 왔다고 했다. 평상시 관심을 보이던 것과 사안이 터진 뒤 갑자기 관심을 보이는 것은 진정성의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방송에서 "국정조사는 증거가 확보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국정조사의 효과는 증거 확보에만 있지 않다. 여론 환기, 검찰 압박, 사법 피해자들이 국회에서 하소연할 수 있는 기회 제공 등 다양한 역할이 있다. 본인이 사법 피해자이기도 한 조국 대표가 국정조사의 가치를 폄하한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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