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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휴전 하루 만에 무너진 이유…서명도 감시도 없는 '구두 선언'의 실체

미-이란 합의에 서명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감시 장치도 없다

이란이 호르무즈에 기뢰를 깔고 '안전항로'를 파는 구조 드러나

트럼프, 이란과 통행료 합작(joint venture) 검토 발언

같은 날 백악관 대변인은 "통행료 포함 어떤 제한도 없이 개방" 정반대 입장

말레이시아 선박 7척 무료 통과, 한국 선박 26척은 고립 상태 유지

2026-04-09 15:08:14

4월 7일 발표된 미-이란 2주 휴전 합의가 하루 만에 사실상 무너졌다. 이란은 9일 "휴전 조건이 불합리하다"고 선언하며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재중단했다. 같은 날 이란 혁명수비대(IRGC) 해군은 기뢰 회피 대체항로 지도를 공개했다.


서명 없고, 감시 없고, 당사자도 빠졌다


이 합의의 법적 실체는 트럼프가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 한 건이다. "이란이 호르무즈를 완전히, 즉각, 안전하게 개방하는 조건으로 폭격을 2주간 중단한다." UN 안보리 결의도 아니고, 양자 조약도 아니다. 4월 7일 바레인이 안보리에 결의안을 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으로 부결됐다. 서명된 문서가 없고, 감시 메커니즘도 없다.


지난 2024년 11월 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과 비교하면 차이가 선명하다. 당시에는 서면 합의문이 있었고, 미국과 프랑스가 공동 중재했으며, UN 안보리 결의 1701호를 근거로 레바논군 배치까지 합의했다. 그 합의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휴전 기간에도 레바논을 거의 매일 공습했다.


이번 합의에서 이스라엘은 당사자가 아니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레바논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발표했고, 백악관 대변인 레빗은 "이란 휴전은 레바논 내 이스라엘의 공격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4월 8일 이스라엘은 레바논 전역 100곳 이상을 동시에 타격했다. 하루 사망 182명, 부상 890명이다.


10개 조항, 세 버전이 전부 다르다


합의의 토대로 거론되는 이란의 10개 조항은 공식 전문이 공개된 적 없다. 알자지라, 호주 SBS, 뉴탐사가 각각 확인한 버전을 대조한 결과 내용이 달랐다.

이란 10개 조항 — 3개 버전 비교

공식 전문 미공개. 각 언론사 확인 내용 기준 정리. * = 버전 간 차이

# 뉴탐사 (NYT·i24) 알자지라 (Bays) 호주 SBS (이란 국영방송 인용)
1 미국의 대이란 불가침 보장 유사 * 이라크·예멘·레바논 포함 전면 휴전
2 호르무즈 통제권 유지·확대 (통행료 $200만/척) 유사 유사
3 * 우라늄 농축 권리를 미국이 공식 수용 * 우라늄 농축을 미국이 인정 (다른 위치, 9번 참조)
4 1차 제재 전면 해제 유사 유사
5 2차 제재 전면 해제 (외국 기업 포함) 유사 유사
6 UN 안보리 결의 전체 종식 유사 유사
7 IAEA 핵 사찰 결의 종식 유사 유사
8 전쟁 피해 배상·재건 지원 * 배상금 = 호르무즈 통행료로 충당 명시 유사
9 미군 전투부대 완전 철수 유사 * "핵무기 보유를 추구하지 않겠다"
10 * 레바논 헤즈볼라 포함 전 전선 전면 휴전 * 레바논 없음 * 1번으로 이동 (이라크·예멘과 묶임)
핵: '인정하라' vs '안 만들겠다' 정반대 | 레바논: 10번 / 1번 / 없음


레바논 항목의 위치부터 다르다. 뉴탐사 버전(NYT·i24NEWS 교차 확인)에서는 10번에 독립 항목으로 들어 있다. SBS가 이란 국영방송을 인용한 버전에서는 1번에 이라크·예멘과 묶여 있다. 알자지라 외교 에디터가 확인한 버전에서는 레바논이 아예 없다.


핵 조항의 방향은 정반대다. 뉴탐사·알자지라 버전에서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미국이 수용하라"고 돼 있다. SBS 버전 9번에는 "이란은 핵무기 보유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적혀 있다. 한쪽은 핵 인정, 다른 쪽은 핵 포기다.


이란 의회 의장은 휴전 직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미 3개항을 위반했다"고 지목했다. 레바논 휴전 미이행, 이란 영공 드론 침입, 우라늄 농축권 미인정이다. NPR이 보도했지만 한국 언론에서는 이 3개항 목록을 다룬 곳이 없었다.


거짓말이 안 먹히자, 진짜 합의를 만들었다


유가 데이터가 이 휴전의 성격을 보여준다. 3월 23일 트럼프가 "이란과 대화했다"는 허위 글을 올리자 브렌트유가 15% 폭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이 올라오기 15분 전, 1분간 5억8000만 달러 규모의 집중 거래가 있었다. 4월 1일 같은 수법을 반복했지만 시장은 반응하지 않았다. 변동폭 0%다.

트럼프의 세 번의 신호 — 브렌트유 반응

브렌트유 기준 | FT·CNN·뉴탐사 교차확인

3월 23일 4월 1일 4월 7일
거짓말
"이란과 대화했다"
같은 거짓말
"이란이 휴전 요청"
진짜 합의
파키스탄 중재 휴전
-15%
먹혔다
0%
안 먹혔다
-12%
다시 먹혔다


4월 7일 파키스탄 중재로 실제 합의가 나오자 시장이 다시 움직였다. 브렌트유가 12% 급락했다. 거짓말로 15%, 같은 거짓말로 0%, 진짜 합의로 12%다. 시장이 말에 면역이 생기자 진짜 합의를 만들어낸 구조다.


같은 날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큰돈이 벌릴 것이다(Big money will be made)"라고 썼다. ABC 뉴스 인터뷰에서는 이란과 호르무즈 통행료를 합작 사업(joint venture)으로 나눠 갖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일(It's a beautiful thing)"이라고 했다.


같은 날 백악관 대변인 레빗은 "통행료를 포함한 어떠한 제한도 없이 개방돼야 한다"고 했다. 같은 정부가 같은 날 정반대를 말하고 있다.


기뢰 깔고 안전항로 파는 구조


이란은 3월부터 호르무즈에 기뢰를 부설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추정 최소 12발이고, 이후 소형 선박을 동원한 추가 부설이 보도됐다. 9일 IRGC가 "기뢰를 피할 수 있는 대체항로 지도"를 공개했다. 기뢰를 깔아놓고 안전한 길을 안내하는 구조다. IRGC가 지정한 항로로만 통행이 가능하고, 허가는 이란이 준다.


Politico에 따르면 실제 통행 비용은 선적당 250만 달러(약 37억원)다. 통행료 200만 달러에 보험료 인상분이 더해진다. 전쟁 전에는 0원이었다.


말레이시아는 무료, 한국은 고립


국가별 차등이 적용되고 있다. Politico는 워싱턴 주재 외교관을 인용해 말레이시아 선박 7척 이상이 무료로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는 이스라엘에 오래전부터 반대해온 우호국"이라는 설명이다.


한국 선박 26척, 선원 173명은 여전히 고립 상태다. 3월 26일 주한 이란대사 사이드 쿠제치는 오전 CBS 라디오에서 "미국 기업과 거래하는 한국 선박은 통과 불가"라고 했다가, 오후 대사관 기자회견에서 "비적대국이며 사전 조율 시 통과 가능"으로 입장을 바꿨다. 3월 31일에는 "한국 정부가 공식 요청하면 통항을 조율할 수 있다"고까지 했다.


한국 정부는 이란과 양자 협의를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대이란 금융 제재를 위반할 수 있고, 이란의 호르무즈 통제권을 인정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외교부는 4월 6일에도 "이란이 한국 선박 통과를 막겠다고 공식 통보한 사실 없다"고만 했다.


워싱턴의 한 아시아 외교관은 Politico에 이렇게 말했다. "다음은 러시아의 북극 통행료인가. 중국의 남중국해 통행료인가." 정유 4사 기준 월 25척에 37억원을 곱하면 연간 1조원이 넘는다. 전쟁 전에는 0원이었던 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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