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의 2025년 보수 90억원, 호세 무뇨스 대표이사의 보수 97억2,900만원. 올해 사업보고서가 공시된 뒤 국내 언론이 집중 보도한 숫자다. "외국인 CEO가 오너 회장보다 많이 받았다"는 이 구도가 헤드라인을 장악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에 공시된 제58기 사업보고서는 532쪽이다. 임원 보수 비교가 실린 2쪽을 넘기면 언론이 다루지 않은 숫자들이 나온다. 이익이 25% 줄었는데 배당성향은 왜 올랐는가. 매년 반복되는 사망사고의 벌금은 왜 200만원에서 끝나는가. 퇴임 임원의 퇴직금은 왜 그 벌금의 470배인가. 사업보고서에 적혀 있지만 보도되지 않은 숫자들을 추적했다.
이익 25% 줄었는데 배당성향은 올라갔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의 2025년 연결 매출은 186조2,545억원으로 전년 대비 6.3% 늘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11조4,679억원으로 19.5% 줄었다. 지배주주 순이익은 9조4,460억원으로 24.6% 급감했다. 미국의 25% 자동차 관세가 직접적 원인이다. 현대차는 3분기에만 관세로 1조8,210억원의 영업이익 감소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연간으로는 현대차·기아 합산 7조2,000억원의 관세 비용을 부담했다.

이익이 4분의 1 넘게 줄었지만 배당성향은 오히려 올라갔다. 현금배당성향은 전년 25.1%에서 27.7%로 상승했다. 주당 배당금은 1만2,000원에서 1만원으로 줄었지만, 이는 2024년 8월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주당 최소 배당금 1만원' 하한선을 지킨 결과다. 현금배당 총액은 2조6,183억원이다. 이익이 줄어도 배당 하한선은 유지하겠다는 정책이 그대로 작동한 것이다.
배당은 주주의 정당한 권리다. 주식을 합법적으로 보유한 주주가 배당을 받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이익 감소기에 배당성향을 올린 의사결정의 구조다. 누가 이 결정을 내렸고, 누가 최대 수혜자인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차 보통주 11,395,859주를 보유하고 있다. 주당 1만원 기준으로 약 1,140억원의 배당을 받는다. 정의선 회장은 보통주 5,598,478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약 560억원을 수령한다. 이익이 25% 줄어든 해에 배당 하한선 정책이 대주주의 배당소득을 보전하는 장치로 작동한 셈이다. 배당 자체가 아니라, 이익 감소기에도 배당성향을 올리는 구조를 설계하고 승인한 이사회의 판단이 주주총회에서 검증돼야 할 사안이다.
국내 언론 대부분은 1월 컨퍼런스콜 시점에 "매출 역대 최고, 이익 감소"라는 대비 구도로 실적을 보도했고, 사업보고서 제출 후에는 임원 보수 비교로 넘어갔다. "이익이 줄었는데 배당성향은 왜 올랐는가", "그 배당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인가"를 추적한 보도는 찾기 어렵다.
벌금 200만원으로 끝나는 산업안전
현대차 사업보고서에는 언론이 거의 다루지 않는 항목이 있다. '수사·사법기관의 제재현황'이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 해에만 울산공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3건의 벌금이 부과됐다. 수소유량장 화상사고 관련 벌금 200만원, 2024년 11월 밀폐공간 질식사고(연구원 3명 사망) 관련 특별감독 결과 벌금 200만원, 2023년 7월 중대재해 사고 관련 벌금 600만원이다. 제재 대상은 모두 '전무(전직, 33년)'로 기재돼 있다. 퇴임한 임원에게 수백만원 벌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사안이 종결되는 구조다.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1월 시행된 이후 현대차에서는 매년 직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2024년 11월 울산공장 전동화품질사업부 밀폐 실험공간에서 연구원 3명이 질식해 숨진 사고는 전국적 관심을 끌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압수수색까지 진행했다. 그러나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제재 내역을 보면 이 사고에 대한 벌금은 200만원이다. 현대차그룹 경영진 중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같은 사업보고서에서 이동석 전 대표이사의 퇴직금은 36억3,800만원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벌금 전부를 합쳐도 이 퇴직금의 0.04%에 불과하다. 사업보고서에 명시된 퇴직금 산정 근거는 "평균임금 약 93백만원에 근속기간 약 14년, 직위별 지급률을 곱하여 산출"이다. 양희원 전 사장도 퇴직금 34억3,700만원을 수령했다. 두 사람의 퇴직금 합산 70억원은 2025년 산안법 위반 벌금 총액의 약 470배다.
"97억 대 90억" 보도가 놓친 것
무뇨스 대표의 보수 97억2,900만원과 정의선 회장의 보수 90억원. 언론은 이 두 숫자의 크기를 비교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사업보고서를 보면 두 보수의 구조는 전혀 다르다.
무뇨스 대표의 급여는 달러 계약으로 연 112만5,000달러(약 16억원)다. 나머지 78억4,700만원은 상여인데, 상당 부분이 현대차 보통주 3,333주 지급으로 이뤄졌다. 2025년 7월 31일 자기주식 처분 방식으로 지급됐으며 취득 단가는 주당 21만3,000원이다. 기타근로소득 2억8,300만원은 국내 숙소비 등 복리후생 비용이다.
무뇨스 대표는 2023년부터 매년 현금 대신 자사주를 상여로 선택해왔다. 현재 보유 주식은 총 13,333주이며, 취득 원가 합계 약 29억5,000만원에 대해 현 주가(51만원대) 기준 평가액은 68억원을 넘는다. 주가가 오르면 보수가 늘고, 떨어지면 줄어드는 구조다.
반면 정의선 회장의 보수 90억원은 급여 45억원과 상여 45억원으로 구성된다. 상여는 성과 인센티브 0~200% 범위 내에서 매출·영업이익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무뇨스의 보수가 주가 리스크를 안고 있는 반면, 정의선 회장의 보수는 이사회 재량 범위 안에서 결정되는 구조다. 보수의 크기가 아니라 보수의 설계가 거버넌스의 핵심인데, 이 차이를 짚은 보도는 없었다.
한편 미등기임원 386명의 1인 평균 급여는 5억6,300만원이다. 미등기임원 보수는 주주총회 승인 대상이 아니라 이사회 결의만으로 결정된다. 469명에 달하는 미등기임원의 보수 총액이나 결정 기준에 대해 주주가 관여할 수 있는 통로는 현행 제도상 없다.
직원 평균 1억3,100만원, 회장 보수의 69배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 자동차부문 직원의 1인 평균 급여는 1억3,100만원이다. 정의선 회장의 보수 90억원은 직원 평균의 69배다.
남녀 임금격차도 드러난다. 남성 직원 평균은 1억3,200만원(근속 16.2년), 여성 직원 평균은 1억1,800만원(근속 11.3년)이다. 여성 급여는 남성의 89.4% 수준이다. 근속연수 차이(4.9년)가 있지만, 여성 비중이 자동차부문 전체의 8.2%(5,917명/72,598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채용 단계부터의 구조적 편중이 임금격차의 근본 원인으로 작용한다.
소속외 근로자는 4,706명이다. 정규직 포함 전체 인력 대비 약 6.1%로, 사업보고서에는 이들의 급여 수준이나 투입 공정에 대한 정보가 기재되지 않는다. 파견·하도급 노동자의 처우는 공시 의무 밖에 있다.
한편 현대차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2023년 7%에서 2025년 12%로 늘었다. 전체 육아휴직 사용자는 935명으로 전년(639명) 대비 46% 증가했다. 변화의 조짐이 있지만, 여전히 남성 사용률 12%는 여성 96%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주주총회에서 물어야 할 것
현대차 제58기 정기주주총회가 2026년 3월에 예정돼 있다. 소액주주가 사업보고서를 근거로 질문할 수 있는 사안이 여럿 있다. 이익이 24.6% 감소한 해에 배당성향을 25.1%에서 27.7%로 올린 근거, 주당 최소 배당금 1만원 하한선의 재검토 여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매년 반복되는 사망사고에 대한 경영진 책임 범위, 미등기임원 469명의 보수 결정 구조, 무뇨스 대표에 대한 주식보상이 기존 자기주식 처분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의 희석 효과 등이다.
현대차 노동조합은 사업보고서에 공시된 임원-직원 보수 격차 데이터를 단체교섭에 활용할 수 있다. 퇴임 임원 2인의 퇴직금 합산 70억원과 산안법 벌금 총액 1,500만원의 대비는 산업안전 투자 우선순위에 대한 교섭 근거가 된다.
관세 리스크는 남아 있다
2026년 현대차의 핵심 변수는 여전히 미국 관세다. 한미 협상으로 관세율이 25%에서 15%로 인하됐지만, 현대차의 대미 수출 비중을 감안하면 연간 수조원 규모의 비용 부담은 계속된다. 현대차는 2026년 가이던스로 매출 성장률 1~2%, 영업이익률 6.3~7.3%를 제시했다. 총투자 17조8,000억원(R&D 7.4조, 설비투자 9조, 전략투자 1.4조)을 예고했다.
이익이 줄어도 배당 하한선은 유지되고, 산업안전 위반 제재는 수백만원 벌금으로 종결되며, 퇴임 임원은 수십억원 퇴직금을 수령하는 구조는 2026년에도 달라지지 않는다. 관세 충격의 부담이 어디로 가는지는 올해 실적이 나와야 확인된다. 다만 사업보고서에 이미 기록된 2025년의 숫자만으로도 그 방향은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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