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박수종 22명 검사 통화내역…주진우·심우정·이원석 9년째 무응답
수사받던 피의자 박수종과 요직 검사들의 수십~수백 회 연락
박수종, 수사받던 1년간 현직 검사 22명과 통화…20회 이상만 7명
주진우, 청와대 민정수석실 시절 박수종과 65회 통화…수사 길목마다 연락
이원석 청문회 "수사 대상인 줄 몰랐다"…공수처는 위증 고발 각하
검사 출신 변호사 박수종이 금융범죄 피의자로 검찰 수사를 받던 시기, 현직 검사 22명과 통화한 사실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주식시장에서 '박재벌'로 불린 그와 가장 자주 연락을 주고받은 사람들 가운데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심우정 전 검찰총장,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있다. 세 사람 모두 박수종과 왜 그렇게 통화했는지 9년이 지나도록 입을 열지 않았다. 뉴탐사는 검사 스폰서 사건의 핵심 제보자 김희석씨와 함께 이 통화내역을 다시 펼쳤다.
검사 출신 '박재벌'과 22명의 검사
이야기는 2016년 9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고교 동창 스폰서 사건에서 출발한다. 주인공은 김형준 전 부장검사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사위로, 검사 가운데 상위 1% 코스를 밟아온 엘리트였다. 그에게 현금과 향응을 건넸다고 폭로한 사람이 바로 김희석씨다. 김씨의 제보로 대검찰청은 특별감찰팀을 꾸렸다. 검사 5명과 수사관 30여 명이 김형준 전 검사와 김씨, 그리고 변호사 박수종의 계좌와 통신내역을 길게는 10년치까지 훑었다.
박수종은 2000년 검사로 임관해 7년간 일하다 2007년 옷을 벗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 출신이라는 경력을 앞세워 금융범죄 사건의 변호를 도맡았다. 김형준 전 검사가 돈이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댔고, 김씨를 회유하는 역할까지 떠안았다. 그런 그가 정작 자신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금융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었다. 박수종은 금융위 출석 요구를 두 번이나 거부했다. 2015년 10월 29일 금융위는 대검에 그를 수사해 달라고 의뢰했다.
대검이 이 사건을 서울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으로 넘긴 날은 2015년 11월 5일이다. 나흘 뒤 사건은 합수단 안광현 검사에게 배당됐다. 뉴탐사가 김씨와 함께 다시 들여다본 통화내역을 보면, 박수종이 검사들에게 전화를 돌린 시점은 자신의 수사가 굴러가던 바로 이 무렵에 몰려 있다.
주진우, 수사 길목마다 박수종과 전화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주진우 의원이다. 2015년 9월 21일부터 2016년 4월 12일까지 두 사람은 65차례 통화하고 13차례 문자를 주고받았다. 이때 주 의원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었다. 검찰을 감독하는 자리에 앉아 수사받는 피의자와 연락을 주고받은 것이다.
통화가 몰린 날짜가 공교롭다. 사건이 합수단에 배당된 직후인 11월 9일 밤, 박수종은 주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밤 10시 34분부터 14분 44초간 통화했다. 20분 뒤 주 의원이 두 차례 다시 걸었고, 박수종이 또 전화했다. 이튿날과 그다음 날에도 세 차례 통화와 세 차례 문자가 오갔다. 2016년 1월 12일은 박수종이 남부지검에서 처음 조사를 받은 날이다. 그 전날과 당일에도 두 사람은 통화했다.
주 의원은 뉴스타파가 이를 보도하자 5000만원의 손해배상과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1심은 뉴스타파가 이겼다. 항소심은 통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수사 외압까지 입증되지는 않았다며 정정보도를 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판단을 뒤집어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돌려보냈다. 주 의원은 사실상 졌다. 더 따져볼 대목은 그다음이다. 박수종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구속기소될 때, 공소장에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린 사람이 검사 옷을 벗고 나온 주진우였다.
"법조 브로커 검색하다 통화" 이원석의 해명
심우정 전 검찰총장도 이 명단에 있다. 당시 중앙지검 형사1부장이던 그는 2015년 10월 13일부터 이듬해 6월 21일까지 박수종과 37차례 통화했다. 심 전 총장은 "사건이 있는지조차 몰랐기에 연락한 일이 전혀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더 곤혹스러운 처지다. 당시 중앙지검 특수1부장이던 그는 2016년 1월 7일부터 8월 16일 사이 박수종과 33차례 통화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았다. 검찰총장 후보자로 나온 2022년 9월 인사청문회에서 박주민 의원이 이를 캐물었다. 이 전 총장은 "도주한 법조 브로커를 검거해야 했는데, 검색해 보니 박수종이 검사 시절 구속기소한 사람이라 참고사항을 물었다"고 답했다.
김희석씨는 이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중앙지검 특수1부장이 9년이나 지난 사건을 두고 옷 벗은 변호사에게 33번이나 전화해 사람 잡는 법을 물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무엇보다 이 전 총장은 그 무렵 대검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도 겸했다. 금융위가 의뢰한 박수종 사건을 남부지검으로 내려보내며 지휘한 당사자가 그였다. 김씨는 "수사 지휘를 한 사람이 피의자인 줄 몰랐다는 건 성립할 수 없다"고 했다. 김씨는 이 전 총장을 인사청문회 위증으로 공수처에 고발했지만 각하됐다. 공수처는 인사청문회법에 후보자의 허위 증언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고, 21대 국회 법사위가 임기 종료로 고발할 수 없게 됐다는 이유를 댔다.
박수종이 통화한 검사는 이들만이 아니다. 손영배 검사와는 196차례, 전형근 검사와는 191차례 연락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으로 간 조상준 검사의 이름도 명단에 있다. 1년 동안 20회 넘게 통화한 검사만 7명이었다. 김씨는 "당시 가장 잘나가던 부장검사들이고, 지금은 총장도 되고 국회의원도 됐다"고 말했다. 박수종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받고 일상을 살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묻어버린 감찰
이 통화내역은 새로 발굴된 자료가 아니다. 2016년 대검 특별감찰팀이 압수수색으로 이미 확보했던 것이다. 감찰팀은 박수종과 김형준의 유착, 그로 인한 사건 왜곡을 의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건은 두 사람의 친구 사이 일탈로 마무리됐다.
김희석씨는 출소 전후로 변호인을 통해 이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2019년 당시 대검 감찰부장은 한동수씨였다. 문재인 정부였고, 민주당은 안정적인 과반 의석을 쥐고 있었다. 그러나 김씨는 통화내역과 관련해 어떤 회신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박주민 의원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국정감사에서 감찰 결과를 내놓으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답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김씨는 "그때 제대로 감찰했다면 이들이 승승장구해 총장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한동수씨는 지금 민주당 윤리심판원장을 맡고 있다. 김씨는 "대검 감찰부장 시절 무엇 하나 똑똑히 한 게 없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됐다"고 했다.
보완수사권 폐지로 끝나지 않는다
김희석씨가 다시 카메라 앞에 선 이유는 분명하다. 그는 보완수사권 폐지만으로 검찰개혁이 완성되는 것처럼 말하는 흐름을 국민 속이기라고 봤다. "보완수사권보다 과거 수사권을 부당하게 남용한 검사들을 죄에 상응하게 처벌해야 검사들이 다시는 수사권을 함부로 쓸 엄두를 못 낸다"고 김씨는 말했다. 인적 청산이 빠진 검찰개혁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김씨는 2016년 9월 대검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통신내역과 계좌내역을 자신이 갖고 있다고 했다. "국회가 요구하면 언제든 공개할 수 있다"고 그는 밝혔다. 뉴탐사는 김씨와 함께 KOK 코인 사건과 이더리움 채굴 사기 마이닝맥스 사건을 '약탈의 삼각편대 시즌2'로 이어간다. KOK 사건의 피해액은 4조원, 피해자는 수십만 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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