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세월호 참사 한 달 뒤. 서울시 7급 공무원 김민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썩어빠진 무능 부패 사기 조작 마녀 정권, 죽기 전에 스스로 나가라."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대응을 비판한 것이었다. 또 다른 글에서는 "오세훈은 편지를 한 번도 답장 안 하더라. 그런데 박원순은 꼬박꼬박한다"며 두 시장을 비교했다.
이 글들 때문에 김민호는 공무원직을 잃었다. 공직선거법 위반과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벌금형을 받았고, 2015년 12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판결문에는 "박원순을 당선시킬 목적"이라는 해석이 담겼다. 당시 대법원 주심은 조희대, 현 대법원장이었다.
정치적 콘텐츠 만드는 공무원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오세훈 서울시장의 개인 유튜브 채널 '오세훈TV'에는 정치 색깔이 뚜렷한 영상들이 올라와 있다. '주적', '개딸', '나라 망하는 길'이라는 제목의 영상들이다. '달라졌다' 섹션에는 현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콘텐츠가 들어있다.

'나라 망하는 길'이라는 영상의 썸네일에는 오세훈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모습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이 지역사랑상품권을 들고 웃는 사진이 실렸다. 부제는 '베네수엘라 직행열차'다.
2025년 7월, 이러한 콘텐츠가 논란이 되자 서울시는 "특정 정당이나 임무를 위한 선거 운동이 아닌 서울시 현안 정책에 대한 비판 및 시정 철학 공유"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오세훈TV는 개인 채널이다. 서울시 공식 홍보 채널은 따로 존재한다.
더 큰 문제는 이 채널 제작에 서울시 공무원 2명이 투입된다는 점이다. 2021년부터 지적됐던 사안이지만, 2025년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박유진 서울시의원이 다섯 차례나 해당 공무원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본인이 만나고 싶지 않다는데 어떻게 보내냐"며 거부했다.
서울시는 "2021년 선관위로부터 겸직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당시는 오세훈TV가 지금처럼 정치적 콘텐츠를 다루기 전이었다. 상황이 달라진 지금도 4년 전 유권해석을 내세우는 것은 적절한가.
삭제된 영상, 기회주의적 행보
오세훈TV에는 한때 '내란의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는 내용의 영상도 있었다. 오세훈은 2024년 12월 비상계엄 이후 "입법폭주를 일으킨 민주당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2026년 1월 윤석열 대통령 사형 구형 이후 태도를 바꿔 "국힘당 지도부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영상은 어느 순간 조용히 삭제됐다.
2024년 12월, 내란 수괴를 처벌하라는 시민들이 광화문에 텐트를 쳤을 때, 이를 대집행하겠다고 나선 것도 오세훈이었다. 판세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전형적인 기회주의적 행보다.
136명 중 단 한 명, 복직 못한 이유
2021년, '공무원 노동조합 관련 해직 공무원 복직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공무원 노조 활동으로 해직된 136명이 복직 대상이었다. 2004년 민주노동당 지지 선언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해직된 공무원들, 시국선언으로 해직된 공무원들이 모두 복직했다. 벌금이 400만 원이었던 이들도 복직했다.
하지만 김민호만은 복직하지 못했다. 벌금 150만 원으로 다른 이들보다 가벼운 처벌을 받았음에도, 서울시는 "공무원 노조 활동이 아니다"라며 복직을 거부했다.
당시 김민호는 공무원 노조 사이버실천단원이었다. 활동 계획에는 "단원들은 1인 하루 1회 이상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에 글쓰기"가 명시돼 있었다. 다른 실천단원은 "박근혜 퇴진" 플래카드를 든 시위 사진을 SNS에 올렸지만,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전국 136명 중 유일하게 서울시 소속 1명만 복직이 거부된 것이다.
10년 전 보낸 '까칠한 답장'
오세훈이 김민호를 미워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2010년 12월, 무상급식 논란이 한창일 때였다. 오세훈은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무상급식 반대 이유를 담은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김민호는 이에 대한 답장을 공무원 노조 홈페이지에 올렸다.
"무상급식은 매년 1,800억 원씩 들어 천문학적 비용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시는데, 한강 르네상스 사업에는 4년간 1조 원 이상을 쏟아부었습니다. 매년 2500억 원씩 썼고, 앞으로도 한강 예술섬 공사에 4년간 1조 원 이상을 써야 한다면서, 우리 아이들 밥상 비용 700억은 불가능하다는 건 궤변입니다."
"무상급식 책임은 교육감에게 있고 서울시장에게 강제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하시는데, 대한민국 헌법 제31조에 초등교육은 무상입니다. 천만 서울시민의 초등학교 의무교육을 교육감에게만 있고 나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변호사라는 것 자체도 의심스럽습니다."
언론은 이를 "까칠한 답장"이라고 보도했다. 오세훈은 이 편지를 A4로 출력해 읽고는 찢어버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2011년 8월, 오세훈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참패로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법의 이중잣대
같은 시기, 산케이신문 가토 전 지국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의 7시간 공백을 지적하며 정윤회와의 남녀 관계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명예훼손은 인정되지만 비방 목적은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민호는 "마녀 정권"이라는 표현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공무원직을 잃었다. 가토는 훨씬 구체적인 내용으로 대통령의 사생활을 거론했지만 무죄였다. 법의 잣대가 누구에게 기울어져 있는지 명확하다.
2020년, 김민호를 고발했던 윤상현 의원은 본인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2025년에는 명태균 게이트 녹취록에서 윤석열이 "윤상현한테 한 번 더 이야기할게"라며 공천 개입 정황이 드러났다. 이러한 윤상현의 행위와 비교하면, 김민호의 페이스북 글은 아무것도 아니다.
뺑소니까지
2022년 1월 18일, 김민호는 서울시청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였다. 녹색불에 건너던 중 신호가 바뀌었고, 택시 두 대가 빠르게 지나간 뒤 세 번째 차량이 김민호를 들이받았다. 그 차에는 오세훈이 타고 있었다.
운전자는 서울시 공무원이었다. 차는 멈추지 않고 그대로 시청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김민호는 고소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됐다. 오히려 김민호가 오세훈으로부터 업무방해죄로 고소당해 벌금을 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란
김민호는 2006년 공공임대주택 30만 호 건립 사업에 참여해 서울시장상을 받았다. 베리어프리 정책을 정리해 지금의 평평한 아파트 문턱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2007년 오세훈이 서울시 공무원 3%를 강제 퇴출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공무원 노조 서울시청지부 지부장으로 활동하며 바른말을 했던 김민호. 그는 오세훈에게 미운털이 박혔고, 결국 페이스북 글 몇 줄로 12년 공직 생활을 잃었다.
김민호는 말한다. "계란으로 바위를 쳐서 바위를 깨뜨릴 수 있다. 바위보다 더 단단하게 계란을 얼리면 된다." 대법원 앞에서 103일간 1인 시위를 했던 그는, 지금도 복직을 위해 싸우고 있다.
오세훈은 서울시장을 네 번 했다. 2026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다섯 번째 시장에 도전한다. 31년 지방자치 역사에서 그 사람밖에 없는 건 아니다. 이제는 오세훈TV나 찍으며 극우 유튜버로 살아가는 게 어울린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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