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문화평론가 김성수가 장인수 전 기자의 이른바 '검찰-대통령 거래설' 폭로가 즉흥적 발언이 아니라 사전에 기획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평론가는 이 폭로의 타이밍이 대북송금 조작 국정조사 본회의 보고 하루 전이었다는 점에 주목하며, 검찰 개혁안이 건강한 논의가 아닌 정치적 도구로 소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성수 평론가는 14일 뉴탐사 유튜브 채널 '뉴스다'에 출연해 지난 3월 10일(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있었던 장인수 전 기자의 발언을 분석했다.
뉴스공장 썸네일이 말해주는 것
김 평론가는 장인수 전 기자의 발언 구조를 콘텐츠 비평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방송 안에서 어떤 화자가 일정한 서사를 얘기하면 그 서사 구조에 대한 분석을 하게 된다"며 "이번에도 딱 보는 순간, 이 이야기는 철저히 프로그램의 중심에 놓여 있는 이야기였다. 그 서사를 하기 위해서 그 방송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송을 만든 사람들이 책임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날 뉴스공장 썸네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얼굴을 가운데 넣고 '검찰, 이재명 죄명 정해놓고 기다린다'는 문구가 크게 박혀 있다. 김어준 씨는 장인수 전 기자의 발언 내용을 사전에 몰랐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마치 돌발 상황이었다는 변명이다. 실제로 김어준 씨는 방송 중에도 "이게 대통령한테 직접 들은 것이 아닌데 어떻게 팩트로 단정할 수 있느냐"며 자신의 퇴로를 만들어 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 썸네일은 뉴스공장 제작진이 그날 장인수 전 기자의 폭로를 가장 핵심적인 주제로 판단했다는 뜻이다. 설령 방송 후에 썸네일을 교체한 것이라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장인수 전 기자가 팩트라고 한 부분에는 '이재명 죄명'이라는 내용이 없다. 이는 해석 영역에 해당하는 발언이다. 제작진이 이 폭로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면 해석까지 담은 문구를 핵심 주제로 내세울 이유가 없다.
강진구 기자의 뉴스공장 출연 경험에 비춰봐도 이런 방송이 즉흥적으로 이뤄지기는 어렵다. 강 기자가 TBS 뉴스공장에 출연할 당시, 작가가 하루 전이나 당일 밤에 전화를 걸어 주제를 알려주고 질문 시트를 보내왔다. 김어준 씨가 다시 한번 방향을 정하고 진행을 주도했다. 장인수 전 기자가 하루 전 자기 유튜브 커뮤니티에서 큰 발언을 예고한 상황이라면, 작가가 사전에 무슨 얘기를 할지 물어봤을 것이다.
팩트와 해석, 그리고 전언의 전언
이 사안에서 무책임한 추정이나 의혹 제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확인된 팩트에 기초해서 합리적 의혹을 제기해야 한다.
장인수 전 기자가 팩트라고 주장한 내용은 이렇다.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정부 고위 관계자이자 대통령 측근이 다수의 고위 검사들에게 "대통령의 뜻이다, 공소 취소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을 들은 검사들이 "차라리 정식으로 공소 취소를 지휘하라"고 요구했다는 것까지가 팩트의 범위다.
그 뒤에 이어지는 내용, 즉 공소 취소가 이루어지면 이재명 대통령과 친이재명 검사들을 한꺼번에 보낼 수 있다고 검사들이 생각하고 있다는 부분은 장인수 전 기자 본인의 해석이다. 거래라는 표현을 직접 쓰지는 않았지만, 누구나 그런 뜻으로 받아들이게끔 발언했다. 노종면 의원은 장인수 전 기자의 발언을 "검찰에서 이걸 가지고 공격할 수 있으니 잘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한다고 했다. 워딩만 보면 그렇게 해석할 여지는 있다. 그러나 사회적 맥락 속에서 소비된 방식은 '거래설'이었다. 장인수 전 기자가 나중에 "거래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 김 평론가는 "아주 비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탐사에서 이미 명확하게 짚었지만, 이건 전언의 전언을 들은 것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검사들에게 한 말을 다른 검사가 전해주고, 그걸 다시 장인수 전 기자가 전달한 구조다. 전언의 전언을 가지고 팩트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정성호 장관은 공소 취소를 화제로 꺼낸 적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장인수 전 기자 말대로 그런 얘기를 들은 검사가 한둘이 아니라면, 검찰 내부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증언이 나올 법하다.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다. 이는 나름대로 자신 있는 해명이다.
장인수 전 기자 측은 취재원 보호 원칙을 들어 소스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취재원 보호는 언론의 중요한 원칙이다. 그러나 MBC 송요훈 전 기자가 민들레에 기고한 글에서 지적한 대로 취재원 공개가 원칙이고 보호는 예외다. 취재원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을 때 보호하는 것이지, 의혹을 제기해놓고 확인을 거부하는 방패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편 일부에서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정성호 장관이 아니라 봉욱 민정수석이라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봉욱 민정수석은 오광수 전 민정수석이 하차한 뒤 후임으로 들어온 인물이다. 스스로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해도 믿을 사람이 많지 않다. 장인수 전 기자의 원래 발언에서 검사들이 "차라리 지휘권을 발동하라"고 요구했다는 대목과도 맞지 않는다. 민정수석은 검사들에게 지휘권이 없다.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 명령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법무부 장관과 대검 차장뿐이다. 정성호 장관이 강하게 부인하고 나오자 방향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정조사 직전, 타이밍의 의미
3월 10일은 대북송금 조작 관련 국정조사 본회의 보고를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대북송금 조작 관련 증거가 계속 쏟아지는 상황에서 국정조사가 들어가면 지방선거 기간 내내 이 문제가 큰 이슈로 굴러간다. 국정조사 결과로 공소 취소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평소에 공소 취소와 검찰 개혁안의 후퇴를 연결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 타이밍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다.
김 평론가는 정청래 대표가 같은 날 딴지 게시판에 올린 글도 언급했다. 정 대표는 자신이 10년 전 컷오프된 날임을 상기시키며 "나는 그런 시련을 당하고도 배신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김 평론가는 이것이 이재명 대통령과 대조되는 효과를 노린 것이며, 정 대표도 이 흐름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10년 전 컷오프를 회고한 글 자체가 장인수 전 기자의 폭로를 사전에 알았다는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김 평론가 본인도 "주장"이라고 전제했다.
검찰 개혁, 공포 마케팅과 현실 사이
김 평론가는 합당 패배 이후 김어준 씨의 관심이 지방선거보다 8월 당대표 선거에 있었다고 분석했다. "김민석 총리를 검찰 개혁으로 묻어버리려고 드라이브를 걸었는데,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SNS에서 '이건 내 뜻'이라고 밝히면서 구도가 완전히 어그러졌다"는 것이다.
김 평론가는 검찰 개혁안을 둘러싼 논의가 정치적으로 소비되는 현상을 강하게 비판했다. "검찰 개혁이 어떻게 되든 간에 완성됐다는 주장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며 "계속 실패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흐름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완수사권 논의를 6월 이후로 미루기로 했던 것을 지금으로 당기려는 움직임이 있다. 6월 이후에 논의하면 지방선거 전에 이슈 소비가 안 된다. 이걸 지방선거 아젠다로 만들려는 의도가 읽힌다.
뉴스공장에서 지난 2주간 검찰 개혁안을 다루면서 찬반 패널을 붙여놓고 토론한 적은 없다. 일방적으로 정부 입법예고안이 통과되면 중수청이 과거 검찰청보다 강한 괴물이 된다는 식으로 공포감을 자극했다. 노종면 의원까지 여기에 동참했다.
그러나 사건 통보 시스템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대한민국의 모든 금융 거래가 금융결제원이나 예탁원에 통보되는 것은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사건도 공소청에 통보가 되면 암장하거나 부당하게 처리하기가 어려워진다. 경찰이 누구에게도 통보하지 않고 사건 처리를 전일적으로 관장하면 부정하게 처리하려는 유인이 생긴다.
뉴탐사가 최근 보도한 공천 부적격자들에 대한 사건 암장이 대표적이다. 가거도 방파제 비리에서 이명준 청장의 수사 외압을 직권남용으로 진정했지만 전남경찰청이 1년 가까이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경우 중수청을 통해 공소청에 보고가 되면, 다른 기관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견제가 된다.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에 공소청이 '대북송금으로 입건하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건의 동일성이 유지돼야 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주가조작 사건을 파고 있는데 갑자기 대북송금 사건으로 전환하면 법왜곡죄에 해당하고, 최소한 직권남용이다.
정부 조직법이 먼저 정리되고 형사소송법이 나중에 정리되는 것은 형식 논리적으로도 맞다. 공소청과 중수청의 틀이 먼저 세워져야 그 안에 내용을 채울 수 있다. 형사소송법은 400개가 넘는 조항이 촘촘히 연결돼 있어 방대한 작업이다. 형사소송법과 정부 조직법을 묶어서 처리하자는 주장은 사실상 입법을 지연시킨다. 6월까지 정부 조직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예산을 세울 수 없고, 올해 안에 검찰 개혁은 물 건너간다.
민주당이 입법권을 가지고 있다. 검찰 개혁안을 민주당의 깃발이고 상징이라고까지 얘기했다면, 본인들이 생각하는 안을 책임지고 통과시키면 된다. 대통령의 의견을 꼭 따라갈 필요도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기 의견을 얘기한 것이고, 여당이 다수의 절차를 밟아 통과시키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다.
인적 청산이 가장 강력한 방어 기제다
보완수사권에 대해서는 전면적 허용은 반대하지만, 제한적 허용을 열어놓고 부작용이 크면 과감히 폐지하면 된다. 이재명 대통령 임기가 4년 남았고,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보완할 시간은 충분하다. 이걸 극한 대결로 몰고 가는 것은 '이거 하나만 먹으면 다 낫는다'는 만병통치약 장사와 다를 바 없다.
제도로 검찰의 힘을 빼앗으려는 것 못지않게, 정치 검찰에 대한 인적 청산이 중요하다. 12·3 계엄 때 투입된 특전사 하사관들이 시민에게 함부로 하지 못한 것은 5·18 당시 잔혹한 진압에 대해 책임을 물었기 때문이다. 자기 부대에 선배들의 진압 장비가 전시돼 있는 것을 보면서 역사의 죄인이 될 수 있다는 걸 의식했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정치 검찰 노릇을 했던 선배들이 역사의 심판을 받았다는 선례가 남으면 그것이 가장 강력한 방어 기제가 된다. 대북송금 국정조사를 통해 박상용, 김영일, 김영철, 한동훈까지 확실하게 단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고문 경찰을 처벌한 뒤 일선 형사들이 고문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몸으로 느꼈던 것처럼, 검사들도 정치 검찰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알게 된다.
김 평론가는 "그런데 그 국정조사를 실제로 막고 있는 게 뉴스공장이 돼 있다"며 "도대체 누구를 지키기 위해 있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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