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이종원 육성 공개 "정청래·어준이 형과 나 셋이서 추미애 등판"

2021년 11월 개국본 임원진 회의 발언 녹취 확보

"추미애가 출마 선언을 왜 개국본에서 하겠어요" 본인 목소리

"1등 할 수 없는 거 아시죠" 사전 설득 정황도 녹취에

증언 보도 8일 지나도록 반박 없어…추미애 측엔 해명 요구

2026-09-09 08:53:08

개혁국민운동본부(개국본) 대표이자 시사타파TV를 운영하는 이종원씨가 2021년 대선 경선 당시 추미애 후보의 출마를 두고 "정청래, 어준이 형, 나 우리 셋이서 얘기를 해서 그렇게 된 거예요"라고 말한 육성 녹취가 나왔다. 뉴탐사가 8월 31일 개국본 전 회원의 증언과 호남 개국본 활동일지를 근거로 보도했던 발언이다. 그동안 이씨는 이 보도에 아무런 반론을 내지 않았다. 보도가 나간 뒤 당시 회의를 녹음한 파일이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취재진이 이를 입수했다.


개국본은 2019년 서초동 조국 수호 집회에서 출발한 '개싸움 국민운동본부'를 이씨가 2021년 3월 사단법인으로 다시 세운 조직이다. 20대 대선 경선이 시작되던 무렵이다. 본부는 서울에 있었지만 회원 동원은 호남에서 나왔다.


"우리 셋이서 얘기를 해서 그렇게 된 거예요"


발언이 나온 자리는 2021년 11월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개국본 스튜디오에서 열린 전국 임원진 회의다.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고 한 달가량 지난 시점이었다. 이씨는 회의 열흘 전부터 시사타파 방송으로 소집을 알렸다. 아주 중요한 사안을 다룬다고 했다. 지방 임원들은 새벽밥을 먹고 서울로 올라왔다.


회의는 지역별 활동 보고로 이어졌다. 부산 차례에서 문제가 터졌다. 부산에서 열심히 뛰던 회원들이 빠져나갔다는 보고가 올라왔기 때문이다. 이유는 하나였다. 개국본이 이재명을 응원하지 못하게 막았다는 것이다. 회의에 참석했던 개국본 전 회원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부산에서 (열심히) 했던 사람들이 빠져버려. 그 사람들이 왜 빠졌냐면 이재명 응원 못 하게 하니까."


이씨는 이 대목에서 열을 냈다. 활동일지에 실린 그날 사진에는 모자를 쓰고 마이크를 잡은 이씨를 임원들이 둘러싸고 앉은 장면이 담겨 있다. 녹취에 남은 그의 말은 이렇다.


"이재명을 살리기 위해서 추미애를 등판시켰다는 거는 모르나. 원래 작전이었어요. 이제 처음 얘기하는데 추미애 등판시키는 과정이 작전이었어요."


뒤이어 나온 말은 더 노골적이다.


"막판에 추미애가 결선을 갔으면 좋겠다는 소리를 하니까 제가 이거는 안 된다 싶어서. 이거는 고도의 우리가 사실 정치공작을 한 거예요."


그리고 이름이 등장한다.


"추미애가 출마 선언을 왜 개국본에서 하겠어요. 다 그때 솔직히 정청래, 어준이 형, 나 우리 셋이서 얘기를 해서 그렇게 된 거예요."


추 전 장관의 경선 출마 자체가 자신과 정청래 의원, 김어준씨가 함께 만든 그림이었다는 것이다. 이씨는 정청래 의원은 직함 없이 이름만 부르고, 김어준씨는 "어준이 형"이라고 칭했다.


"1등 할 수 없는 거 아시죠"


녹취에는 이씨가 추 전 장관 쪽을 어떻게 설득했다고 말했는지도 담겨 있다.


"추미애한테도 얘기했어요. 1등 할 수 없는 거 아시죠? 외롭지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 등판시킨 거예요."


경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점을 미리 알리고 출마를 권했다는 이야기다. 이씨는 추 전 장관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추미애한테도 손해될 게 없으니까 추미애가 받아들인 거고요. 그렇게 해서 출마를 시킨 거예요"라고 했다.


이씨 말대로라면 추 전 장관은 기획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다. 다만 사전에 어떤 설명을 듣고 출마를 결심했는지는 본인만 안다. 추 전 장관은 6·3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당선됐다. 취재진은 추 지사 쪽의 설명을 요청한 상태다. 앞서 추 전 장관 캠프에서 일했던 관계자는 정치공작 차원에서 추미애를 등판시켰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고 취재진에게 밝힌 바 있다.


"지금 녹취하고 있는 건 없죠"


이씨는 이 말을 마친 직후 임원들을 향해 한마디를 덧붙인다.


"그래서 지금 녹취하고 있는 건 없죠."


임원 25명이 앉아 있는 자리였다. 이씨는 녹음 여부부터 확인하고 넘어갔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나 그 녹음이 나왔다.


활동일지와 녹취가 맞물렸다


호남 개국본 회원들이 2021년 3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기록한 활동일지에는 이날 회의 내용이 이미 정리돼 있다. "이재명을 살리기 위해 추미애를 등판시켰다. 원래 작전이었어요"라는 문장이 이씨의 강조 사항으로 적혀 있다. 다만 문서에는 정청래 의원과 김어준씨의 이름이 없다. 문서에 없던 대목이 이씨의 목소리로 확인됐다.


회의에 참석했던 개국본 전 회원은 이씨의 해명을 그대로 믿지 않는다. 이재명 후보를 돕기 위한 작전이었다는 설명과 개국본의 실제 활동이 어긋났기 때문이다. 이 회원은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이낙연을 응원하기 위해서 저렇게 공작을 하는 것 같아요. 추미애를 내보냈던 것은 그 몫도 나눠 보려고"라고 말했다. 활동일지에도 추미애 응원 지시를 두고 "표를 분산시키기 위한 고도의 정치공작의 일환으로 의심된다"는 회원들의 판단이 남아 있다.


광주 개국본에서 이씨를 가까이서 지켜본 회원들의 평가도 다르지 않다. 대선 막바지에 회원들 속은 타들어 가는데 이씨는 열심히 하지 말라는 말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활동일지에는 이를 두고 "격려를 하는 듯 포장했지만 지역 임원들 힘빼기 발언이었다"고 적혀 있다.


반박 대신 '조작 방송' 주장


8월 31일 첫 보도가 나간 뒤 이씨는 취재진에게 어떤 해명도 보내오지 않았다. 그날 이씨는 시사타파TV 정규 방송을 쉬다가 뉴탐사 방송이 진행되는 도중 방송을 시작했다. 이후에는 뉴탐사 보도를 조작 방송이라고 주장하는 방송을 이틀 연속 내보냈다. 정작 자신이 임원들 앞에서 한 발언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김어준씨와 정청래 의원도 답이 없다. 취재진은 8월 31일 저녁 김씨에게 텔레그램으로, 정 의원에게 문자로 질문을 보냈다. 두 사람 모두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았다. 정 의원은 여론조사 조작 의혹 질의를 보낸 8월 24일 이후 취재진의 문자에 응하지 않고 있다.


취재진은 이씨에게 반론 기회를 열어두고 있다. 개국본 관련 취재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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