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탐사
정진석 조부는 친일 면장 '오다니 마사오'… 보궐 출마설에 드리운 그림자
내란 비서실장 정진석 재등판설, 헌법재판관 임명 직권남용 재판 중 공주·부여·청양 보궐 유력
조부 정인각, 계룡면장 재직하며 군수물자 공출·애국기 헌납자금 모집·성지참배단 선발
1938년 동아일보 "군내 면장 중 모범적 인물"…만주사변 공로자로 조선총독부 표창도
선거 때마다 처외조부 이기세 전 충남지사 '청백리' 이력만 앞세워…친조부 행적은 침묵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충남도지사 후보로 선출되면서 공주시·부여군·청양군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 지역구에서 육선 국회의원을 지낸 부친 정석모에 이어 오선을 지낸 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재등판이 거론된다. 정 전 실장은 현재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정진석 전 실장은 그동안 선거 때마다 처외조부 이기세 전 충남도지사의 '청백리' 이력을 앞세워왔다. 정작 친조부 정인각의 친일 행적은 입에 올린 적이 없다. 시민언론 뉴탐사는 지난 16일 '역사탐사' 방송에서 정인각의 공적 기록을 다시 들여다봤다.
조선총독부 관보가 남긴 창씨명 '오다니 마사오'
정인각은 일제강점기 충남 공주군 계룡면장을 지냈다. 1919년 면서기로 출발해 1929년부터 1942년까지 계룡면장에 재직한 기록이 남아 있다. 창씨명은 오다니 마사오(大谷正夫)다. 1940년 6월 6일자 조선총독부 관보에 해당 이름이 등재돼 있다.
지난 2013년 인터넷매체 뉴스파고는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에 보관된 '지나사변 공로자 공적조서'에서 정인각의 공적 기록을 발견해 보도했다. 공적조서는 일제가 중일전쟁 수행에 협력한 공로자를 기록한 문서다. 이 문서에 정인각의 이름이 올라 있다.
공적조서에 기재된 정인각의 활동은 네 갈래로 나뉜다. 첫째, 군수용 물자 조달과 공출이다. 군용 말먹이 10.8석, 군용 가마니 1천 장, 모시섬유 2천110근, 군용 마자 3시 2.25석, 모피 303매를 모았다. 둘째, 출정 군인 편의 공여와 유가족 위문이다. 군사원호사업 자금 589원, 상병위문금 240원, 위문대 150개를 냈다. 셋째, 시국강연 15회, 시국간담회 26회를 개최해 전쟁 여론 조성에 나섰다. 넷째, 국방헌금 172원과 애국기 헌납자금 266원을 모금했다. 애국기 헌납자금은 일본군 전투기 제작에 쓰였다.
1941년 조선총독부는 각 도에서 6명씩 선발해 성지참배단을 꾸렸다. 정인각은 여기에도 이름을 올렸다. 1938년 5월 22일자 동아일보는 정인각을 두고 "군내 면장 중 모범적 인물"이라며 "당국의 신임과 면민의 신망은 날로 높아간다"고 소개했다. 만주사변 공로자로 조선총독부 표창을 받은 기록도 남아 있다.
부친은 6선 의원·내무장관, 처외조부는 '청백리'로 소비
정 전 실장의 부친 정석모는 박정희·전두환 정권에서 내무부 치안국장, 충남지사, 내무부 차관, 내무장관을 지냈다. 1978년 10대부터 15대까지 공주·부여·청양에서 내리 6선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지역구를 아들 정진석에게 물려줬다.
정 전 실장이 지역 유세에서 반복적으로 호명하는 인물은 따로 있다. 처외조부 이기세 전 충남도지사다. 이 전 지사는 충남지사를 두 차례 지낸 인물로, 유품이 가방과 지갑, 출장용 칫솔, 일기장, 관급 시계 정도만 남을 정도로 청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실장이 비서실장 취임 연설을 비롯해 지역 유세에서 처외조부 이기세 도지사와 부친 정석모는 반복해 거명하면서도, 조부 정인각이 계룡면장을 지낸 인물이라는 사실은 꺼내지 않아왔다. 친조부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정치인의 도리겠지만, 정 전 실장에게 조부 정인각은 입 밖으로 꺼내서는 안 되는 이름이다.
보궐 당선 시 불체포특권으로 재판 지연 우려
정 전 실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현재진행형이다. 4월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에서 첫 공판이 열렸다. 혐의는 헌법재판관 추천권 행사 과정에서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직무유기다.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이완규·함상훈을 지명한 과정에서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공소사실의 골자다.
첫 공판에서는 인사검증 실무자인 김 모 행정관을 상대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재판을 맡은 이진관 부장판사는 이완규 후보자가 2024년 12월 4일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실, 2025년 1월 3일 내란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된 사실,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이력 등을 언급하며 "헌법재판관으로서 자격 여부의 의혹 내지 문제점이 많은 분 아니었냐"고 물었다. 증인은 "본인이 담당한 것은 재산 현황과 재산 변동 내역 검증"이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4월 17일 김 행정관을 다시 불러 증인신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정 전 실장은 경찰 수사도 받고 있다. 20대 대통령직 인수인계 과정에서 대통령실 PC를 초기화하고 집기를 비운 채 넘겨 '무덤 대통령실'로 불린 사건이다. 경찰은 이 사건을 지시한 책임자로 정 전 실장과 윤재순 전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을 지목해 송치했다.
정 전 실장이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이 발생한다. 회기 중 체포·구속이 어려워지는 만큼 재판 지연 가능성이 커진다. 박수현 의원이 5월 1일 이전에 의원직을 사퇴하면 하반기 보궐선거가 확정된다.
"지역 여론 듣겠다"… 조용한 복귀 신호
정 전 실장은 최근 자신이 데리고 있던 측근의 공주시장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국민의힘 후보들은 자기 고향에서 직접 씨를 뿌린 텃밭에서 선거를 치르는 만큼, 중앙 정세에 구애받지 말고 늘 하고 싶은 말, 자기 목소리를 진정성 있게 내야 한다"고 말했다. 보궐 출마와 관련해서는 "지역 여론을 많이 들어보겠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양승조 전 충남도지사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나는 보궐선거가 열려 정진석이 부활할 염려가 없는 후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박수현 의원의 당선으로 그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뉴탐사는 방송에서 "처외조부 이기세만 되풀이해 소환하지 말고, 친조부 정인각의 기록부터 공개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1919년부터 1942년까지 계룡면서기와 면장을 지내며 조선총독부 관보와 공적조서에 이름을 남긴 인물의 행적이, 그 손자의 정치 이력에서 지워져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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