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햇빛연금으로 기본소득" 대통령 칭찬한 신안군, 알고보니 실현 불가능한 계획이었다
박우량 전 신안군수가 설계한 '햇빛연금 기본소득' 모델, 피해주민 동의 없이 농림부에 제출한 정황 드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창의적인 발상"이라며 극찬했던 전남 신안군의 '햇빛연금·바람연금' 기본소득 모델이 실제로는 실현 불가능한 계획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안군은 태양광·풍력 발전의 피해보상금을 전체 주민의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농림축산식품부에 신청해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정작 해당 기금을 받아야 할 피해주민들의 동의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정황이 확인됐다. 신안군청 공무원들도 "올해는 불가능하다"며 당초 계획과 실제가 다르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 사업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박우량 전 신안군수는 채용 비리 혐의 유죄 확정으로 2025년 3월 군수직을 상실했다. 그러나 사면복권 이후 현재까지 신안군 일대에서 '햇빛연금'을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며 선거운동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햇빛연금'이란 무엇인가, 왜 기본소득 재원이 될 수 없나
먼저 '햇빛연금'과 '바람연금'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소가 들어서면 인근 주민들은 소음, 전자파, 경관 훼손 등의 피해를 입는다. 풍력발전기 날개가 돌아가는 저주파 소음은 멀리서도 계속 들려 두통과 불면을 유발한다. 이런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발전소 수익의 일부를 인근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햇빛연금'과 '바람연금'이다. 명칭은 연금이지만 본질은 피해보상금이다. 발전소 반경 일정 거리 안에 사는 주민들만 받을 수 있다.
신안군은 이 피해보상금을 전체 군민 3만6천여 명에게 지급하는 기본소득 재원으로 쓰겠다고 했다.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 피해를 직접 겪는 주민들의 보상금을 피해와 무관한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까지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둘째, 이렇게 하려면 당연히 피해주민들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절차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발전소 옆에서 소음에 시달리는 주민의 보상금을 발전소와 아무 상관없는 다른 면 주민에게 나눠주겠다는 것인데, 정작 피해주민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신안군이 '지역재원 창출형'으로 선정된 이유
농림축산식품부는 2025년 9월 인구감소지역 69개 군을 대상으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공모했다. 49개 군이 신청해 8.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최종 7개 군이 선정됐다. 선정 유형은 두 가지로 나뉜다. '일반형'은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주민에게 월 15만 원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어느 지자체나 예산만 있으면 할 수 있다. '지역재원 창출형'은 다르다. 지역 고유의 자원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해 시범사업이 끝난 뒤에도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당연히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
신안군은 '지역재원 창출형'으로 선정됐다. 농림부에 제출한 신청서에는 "재생에너지 발전 이익을 공유해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다른 지역이 1인당 월 15만 원을 지급하는 데 비해 신안군은 5만 원을 더 얹어 20만 원을 주겠다고 했다. 그 추가분 5만 원의 재원이 바로 '햇빛연금·바람연금'이라고 설명했다. 농림부는 이 모델을 "기본소득의 본래 취지인 공유부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모델"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2025년 12월 16일 국무회의에서 "햇빛과 바람은 지역의 공공자산"이라며 "신안군이 인구가 늘어나는 건 이 햇볕 때문"이라고 극찬했다. 대통령은 담당 국장을 두고 "엄청 똑똑한 것 같다, 데려다 써라"고까지 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12월 29일 신안군을 방문해 "재생에너지로 지역경제 활성화"라며 치하했다.
피해주민 "동의한 적 없다"...조합 임원들만 합의한 것 아닌가
신안군이 농림부에 제출한 서류 중에는 '재원협조 의향서'가 포함돼 있다. 재생에너지 주민협동조합과 신안군 사이에 합의가 이뤄졌다는 증빙 문서다. 신청서에는 "2025년 10월 2일 합의를 통해 특정 주민이 향유하는 기금을 전체 주민에게 공유하겠다"고 적혀 있다. 취재진은 이 의향서의 공개를 요청했지만 신안군은 거부했다.
취재진이 신안군 자은면의 해상풍력발전소 인근 주민을 직접 만났다. 이곳 주민들은 바람연금을 받고 있다. "이런 합의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주민은 "조합원들이 잘 모른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 주민들이 전자파, 소음 등 피해를 보고 있는데 왜 피해보상금을 갖다가 자기들 마음대로 군에서 쓰느냐"며 "우리 피해보상금은 따로 주민들 나눠줘야 된다"고 했다.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총회나 회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한 번도 없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조합 임원 10여 명이 자기들끼리 해가지고, 나머지 사람들은 회원으로 해놓고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 주민은 "조합 이사장이나 회장이 박우량 전 군수의 측근"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군수가 신안군을 방문하면 이들이 양옆에서 수행한다는 것이다. 피해주민 전체의 동의가 아니라 조합 임원 일부만 의향서 작성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올해는 불가능"...신안군청 공무원들, 허위 신청 사실상 자인
신안군청 예산 담당 팀장은 취재진에게 "햇빛연금·바람연금 재원을 기본소득에 산입하는 것은 올해(2026년)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27년부터 28년 정도에 가능할 것 같다"며 "검토 중"이라고 했다. 기본소득 담당 팀장도 전화 통화에서 "신청할 당시의 계획과 틀어졌다"고 인정했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2026년과 2027년 2년간 진행된다. 28년 얘기가 나온다는 건 시범사업 기간 내내 애초 계획대로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신안군은 1인당 20만 원을 어떻게 지급할 것인가. 기본소득 담당 팀장은 "불요불급한 사업비를 줄이고 그 부분을 기본소득으로 편입하는 방안"이라고 답했다. 결국 '햇빛연금'이 아니라 기존 군 예산을 쪼개서 충당하겠다는 말이다. 다른 사업 예산을 깎아서 기본소득에 돌리겠다는 것인데, 이는 어느 지자체나 할 수 있는 '일반형'과 다를 바 없다. 신안군이 '지역재원 창출형'으로 선정돼 높은 점수를 받은 근거가 흔들리는 셈이다.

같은 '지역재원 창출형'으로 선정된 다른 지역은 어떨까. 강원 정선군은 강원랜드 주식 배당금을, 경북 영양군은 풍력발전 기금과 울진 원자력발전소 지원금을 재원으로 활용한다. 두 지역 담당자 모두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신안군만 신청 당시 계획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박우량 전 군수, 군수직 상실 후에도 지역발전기금 나눠주며 "자기 공적" 과시
신안군 팔금면에서는 또 다른 정황이 확인됐다. 팔금면 주민에 따르면 박우량 전 군수가 2025년 10월경 마을을 찾아와 지역사랑상품권 10만 원씩을 직접 나눠줬다. 박 전 군수는 이미 그해 3월 군수직을 상실한 상태였다. 현직 군수가 아닌 사람이 공무원들과 함께 다니며 군의 지역발전기금을 마치 자신의 공적인 양 전달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주민은 "박 전 군수가 공무원들하고 같이 마을을 돌면서 자기가 그 일을 담당한 것처럼 지급했다"고 전했다. 그는 "주민들도 현직 군수가 아닌데 군수처럼 하고 다닌다며 부정적으로 바라봤다"고 덧붙였다. 박 전 군수가 유튜버를 대동하고 와서 홍보 촬영까지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전선거운동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박 전 군수는 2025년 11월 동문 송년회에서도 "내가 애써서 여러분들이 1월부터 20만 원씩 받게 됐다"며 "가족 4명이면 80만 원"이라고 자신의 공적을 과시했다.
대통령이 칭찬한 신재생에너지국장,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아
이재명 대통령이 "데려다 쓰라"고 칭찬한 신안군 신재생에너지국장 장희웅씨는 취재진의 연락에 응하지 않았다.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남겼지만 회신이 없었다. 신안군청 직원에게 확인한 결과, 장 국장은 2025년 1월 신재생에너지국이 신설되면서 국장으로 발령받았다. 그런데 그는 5급 사무관이다. 통상 국장은 4급 서기관 이상이 맡는 자리다. 5급 사무관이 두 단계를 건너뛰어 국장이 된 것은 통상적인 관례를 벗어난 파격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제보자는 "장 국장은 햇빛연금 초창기 멤버이긴 하지만 결정적 역할을 한 건 당시 과장이나 담당자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막내 사무관이 국장 직무대리로 승진해 과장급들의 반발이 심하다"며 "박우량 전 군수가 직위상실 전 마지막 인사에서 자신의 정책을 이어갈 인물을 앉혀놓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박우량 전 군수, 취재진 전화에 "알아서 보도하세요"
박우량 전 군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평소 쓰던 번호로는 받지 않다가 다른 번호로 전화하자 받았다. 취재진이 "뉴탐사 기자"라고 밝히고 "동문 송년 모임에서 기본소득 유치 공적을 얘기하셨는데"라고 묻자 그는 즉각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러분들이 보도한 것이니까 알아서 보도하세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햇빛연금 얘기가 나오자 뜨거운 감자를 만진 듯한 반응이었다.
박 전 군수는 최근 서울에서 '햇빛연금 투쟁기' 출판기념회까지 열었다. 책 홍보물에는 '햇빛과 바람이 니들 거냐'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피해주민들의 보상금을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리하면 이렇다. 신안군은 햇빛연금·바람연금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며 농림부에 신청해 '지역재원 창출형'으로 선정됐다. 대통령의 칭찬까지 받았다. 그러나 피해주민들은 이런 합의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신안군청 공무원들도 "당초 계획대로는 올해 시행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 결국 다른 군 예산을 깎아서 충당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사업의 설계자로 알려진 박우량 전 군수는 현재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특보직을 맡고 있다. 취재진은 박 전 군수와 장희웅 국장에게 수차례 해명 기회를 요청했으나 구체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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