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아무도 트럼프를 믿지 않는다… 이번엔 트럼프도 떠나겠다고 한다
적도 동맹도 무시한 종전 선언, 4월 2일 대국민 연설이 분수령
트럼프 "2~3주 안에 이란에서 떠날 것. 우리가 이걸 할 이유가 없다." 호르무즈는 "기름 필요한 나라들이 알아서"
이란 외무장관 "미국과 공식 협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란 대통령은 "조건 충족 시 종전 의지"
IRGC, 애플·구글·메타 등 미국 기업 18곳 중동 시설 타격 예고. 이란 "최소 6개월 전쟁 준비 돼 있다"
백악관, 미 동부시간 4월 1일 밤 9시(한국시각 4월 2일 오전 10시) 이란 관련 대국민 연설 공식 확인
4월 1일 코스피 개장 직후 매수 사이드카 발동, 5,330선 폭등. 시장은 종전을 선반영했지만 협상은 미확인 상태
지난 31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전쟁에서 빠지겠다는 뜻을 가장 분명하게 말했다.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2주, 아마 3주면 떠날 것이다. 우리가 이걸 계속할 이유가 없다."
같은 날 오전에는 트루스소셜에 정반대 메시지를 올렸다.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지 않으면 이란의 발전소와 석유시설을 전부 파괴하겠다." 최대 위협과 최대 양보가 하루 안에 공존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가지가 달라졌다. 호르무즈에 대해서도 손을 놓겠다고 한 것이다. 트럼프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해 "우리는 아무 관련이 없을 것"이라며, 해협 보안은 그 기름이 필요한 나라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했다. 4월 1일 코스피는 개장 직후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며 5,330선까지 폭등했다. 시장은 종전을 먼저 반영했지만, 이란 외무장관은 같은 날 "공식 협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란은 협상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부정
트럼프의 철수 선언에 이란은 즉각 반박했다. 이란 외무장관 아라그치는 같은 날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협상이란 두 나라가 합의를 위해 대화하는 것이다. 그런 건 미국과 우리 사이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이란이 "최소 6개월간 전쟁을 이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이란 대통령 페제시키안은 유럽이사회 의장과 통화에서 "공격 재발 방지가 보장되면 전쟁을 끝낼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고 이란 프레스TV가 전했다. 종전 의지를 말하면서도, 조건은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다. 닷새 전인 3월 25일 이란이 내건 5가지 조건에는 전쟁 배상금 지급,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주권 인정이 포함돼 있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바가에이는 3월 30일 정례 브리핑에서도 선을 그었다. "미국과 직접 협상한 적 없다. 중재자를 통해 받은 메시지만 있었을 뿐이다." 그는 "상대방은 계속 입장을 바꾸지만, 우리 임무는 명확하다"고 했다. 아나돌루통신과 이란 반관영 누르뉴스가 각각 독립 보도했다.
동맹도 각자 다른 전쟁중
이란만 그런 게 아니다. 3월 28일, 이스라엘 국방장관 카츠는 "이란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확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걸프 국가들은 한 발 더 나갔다. 로이터에 따르면 걸프 국가들은 미국에 "종전만으론 부족하다, 이란 미사일 능력의 영구 제한과 프록시 세력(이란이 지원하는 주변국 무장단체)에 대한 지원 차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달했다.
이란은 대화를 부인하고, 이스라엘은 멈출 생각이 없고, 걸프는 조건을 올렸다. 그런데 이제 트럼프는 여기서 추가로, 이 전쟁 자체에서 빠지겠다고 한다.
전쟁은 끝나는데 새 전선이 열리고 있어
트럼프가 출구를 찾는 사이, 이란은 전선을 넓히고 있다. 3월 31일 IRGC(이란 혁명수비대)는 애플,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테슬라, 보잉 등 미국 기업 18곳의 중동 시설을 공격 대상으로 지목했다. 미국 기업의 기술이 이란 지도부 암살에 사용됐다는 이유다. 타격 시한은 4월 1일 테헤란시간 오후 8시(한국시각 4월 2일 오전 12시 30분). 이란은 이미 전쟁 초기에 아마존 데이터센터를 드론으로 타격한 전례가 있다.
IRGC는 장기 소모전을 공식화하면서 "이스라엘과 미군의 전력을 소진시키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가 철수를 말하는 같은 날, 이란 혁명수비대는 공습 확대와 미국 기업 타격을 동시에 진행했다.
호르무즈는 우리나라에게 '남의 문제'가 아니다
WSJ은 5일 전인 3월 25일, 트럼프가 참모들에게 호르무즈 없이도 종전할 수 있다는 의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3월 31일 이 의향은 공개 발언으로 공식화됐다. 트럼프는 호르무즈 보안을 "그 기름이 필요한 나라들"의 책임으로 돌렸다.
미국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낮다. 셰일오일 덕분에 미국은 호르무즈가 닫혀도 당장은 버틸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혀 다른 처지다. 원유 수입의 6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산업부·한국석유공사 기준, 국내 복수 언론 확인). 트럼프가 호르무즈를 빼고 떠나면, 전쟁은 끝나는데 기름길은 막혀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금융시장은 이 전쟁의 온도를 가장 빠르게 반영해왔다. 코스피는 전쟁 발발 전 6,244에서 3월 말 5,052까지 19% 넘게 밀렸다. 국제유가는 50% 급등해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고,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값은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섰다. OECD는 3월 27일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2.1%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그런데 4월 1일 오전, 시장이 뒤집혔다. 트럼프의 "2~3주 철수" 발언과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종전 의지" 발언이 겹치자 코스피는 개장 직후 5.49% 갭상승하며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전일 5,050선이던 코스피는 5,330선까지 폭등해 전날 4% 급락분을 하루 만에 전량 회복했다. 삼성전자는 6%대 올라 17만 원선을 탈환했고, SK하이닉스는 7%대 급등했다. 원달러 환율은 1,530원대에서 1,508원대로 20원 이상 떨어졌고, WTI 유가는 상승세가 꺾이며 하락 전환했다.
뉴욕도 같은 방향이었다. 전일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폭등 마감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6%대 뛰었다.
시장은 종전을 가장 기다리는 쪽이다. 다만 이것은 "기대를 반영한 것"이지 종전이 확정된 것이 아니다. 이란 외무장관은 같은 날 "공식 협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트럼프의 대국민 연설 전까지 협상 내용은 미확인 상태다. 포춘은 "트럼프는 3주 전에도 '전쟁이 완전히 끝났다'고 했다, 유가는 그 이후 50% 더 올랐다"고 짚었다. 시장의 기대와 외교 현실 사이의 거리가 4월 2일 연설 이후 어느 쪽으로 좁혀질지에 달려 있다.
4월 2일이 분수령
백악관은 트럼프가 미 동부시간 4월 1일 밤 9시(한국시각 4월 2일 오전 10시) 이란에 관한 대국민 연설을 할 것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전쟁 종결 선언이 나올 수도, 마지막 군사 행동 예고가 나올 수도 있다.
트럼프의 "2~3주 내 철수"가 진짜 출구인지, 아니면 또 다른 협상 압박 카드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한 달간 트럼프의 데드라인은 48시간에서 닷새로, 다시 열흘로, 이제 2~3주로 바뀌어왔다. 이번에도 바뀔 수 있다.
트럼프가 떠나든 남든, 호르무즈에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가진 나라 중 하나인 우리나라가 이 과정에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고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한국시각 4월 2일 오전 10시 트럼프의 대국민 연설이 그 답을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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