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해수부, 국무회의서 "세월호 진상규명 끝났다" 보고…사참위 전 조사국장 "허위 보고"
박병욱 전 조사국장 "내인설로는 84초 만에 45도 전복 설명 불가…미채택 조사 결과 산더미"
해수부 차관, 국무회의서 "진상규명 다 끝났다" 보고
중앙해심원, 내인설 복합 원인으로 재결…사참위 조사 결과와 충돌
블랙박스 분석 결과 "33.3도까지 차량 이동 없었다"
AIS 항적 데이터 6시간 공백, 데이터 정합성 불일치 확인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앞두고, 해양수산부가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은 끝났다"고 보고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세월호는 어느 부처가 주관하고 있느냐"고 묻자, 해수부 차관은 "진상규명은 다 끝났고, 일부 추모 사업과 유족 민원만 남아 있다"고 답했다.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전 진상규명 조사국장 박병욱은 뉴탐사에 출연해 이를 "허위 보고"라고 반박했다.
해심원 재결과 사참위 조사의 충돌
박병욱 전 국장이 문제 삼은 것은 중앙해양안전심판원(해심원)의 최근 재결이다. 해심원은 세월호 침몰 원인을 '낮은 복원성,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대각도 변침'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고 결론 내렸다. 이른바 내인설의 복합 원인론이다. 박 전 국장은 "사참위 조사 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사참위 조사국은 세월호의 복원성을 대한조선학회 자문을 거쳐 산출했다. 나파(NAPA) 프로그램을 활용해 자유수 유동 효과까지 반영한 결과, 복원성 수치는 0.49에서 0.5632 범위였다. 박 전 국장은 "이 범위에서는 17.5노트 속력으로 35도 전타를 해도 횡경사가 30도에 이르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내인설 측 자문위원도 이 수치 산출 과정에 참여해 이견이 없었다고 했다.
박 전 국장은 추가 분석 결과도 제시했다. 세월호가 인천을 출발해 사고 구간에 이르기까지 10도 이상 변침한 구간이 여덟 곳이었는데, 모든 구간에서 횡경사는 5도 미만이었다. 속력은 대부분 20노트 가까이로, 한 번도 줄이지 않았다. 같은 조건에서 사고 구간에서만 45도로 전복된 것은 복원성 문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33.3도까지 차량은 움직이지 않았다"
화물 이동이 침몰의 직접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박 전 국장은 반론을 펼쳤다. 세월호 내부에서 발견된 일곱 대의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한 결과, 선체가 33.3도에 이를 때까지 차량의 움직임은 관찰되지 않았다. 33.3도를 넘어서면서 모든 차량이 동시에 좌측으로 쏠렸다.
박 전 국장은 "고박 불량으로 화물이 순차적으로 쓰러져 배가 기울었다는 설명이라면, 고박이 안 된 것이 먼저 떨어지고 나머지가 밀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블랙박스 영상에는 그런 순차적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았다. 탑차처럼 무게중심이 높은 차량이 1~2초 먼저 넘어간 것을 제외하면, 전체 차량이 거의 동시에 쏠렸다. 박 전 국장은 "이것은 화물 이동이 침몰의 원인이 아니라, 이미 심하게 기운 선체 때문에 화물이 쏟아진 결과"라고 주장했다.
6,300톤급 화객선의 규모도 근거로 들었다. "고속버스 선반 위 짐이 움직여서 버스가 뒤집혔다는 말과 비슷한 논리"라는 것이다. 복원성에 영향을 줄 만한 화물 이동이 되려면 최소 1톤급 이상의 자동차나 철근 더미가 한꺼번에 쏠려야 하는데, 33.3도 이전에는 그런 현상이 없었다.
AIS 항적 데이터 6시간 공백
사참위 조사에서 드러난 또 다른 쟁점은 AIS(선박자동식별장치) 데이터의 공백이다. 참사 당일 새벽 3시 37분부터 오전 9시 30분까지 약 6시간 동안, 대한민국 전 해역의 AIS 데이터가 저장되지 않았다. 박 전 국장은 "자동차 블랙박스에 해당하는 전국 선박 항적이 6시간 동안 통째로 비어 있었다"고 했다.
사참위 조사국은 대전 통합전산센터의 로그 데이터를 전수 분석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6시간 동안 항적이 저장되지 않았다는 해수부의 발표와 달리, 로그 데이터에는 해당 시간대에도 데이터가 정상적으로 입력된 기록이 남아 있었다. 박 전 국장은 "해수부의 보고는 허위"라고 했다.
데이터 정합성 조사도 이뤄졌다. 참사 당일 전후 수개월간의 AIS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 다른 시간대에는 데이터 패턴이 유사했으나 해당 6시간만 패턴이 달랐다. 이 분석 결과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물리학 교수 다섯 명에게 의뢰했고, 다섯 명 전원이 "조사 결과에 하자가 없으며 채택이 마땅하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사참위 전원위원회에서 채택되지 않았다.
항적 조작 의혹도 제기됐다. 참사 당일 오후 2시 이전에 해수부 상황실이 언론에 보여준 세월호 항적과, 오후 4시 이후 복구됐다는 항적이 서로 달랐다. 오후 4시 복구 항적에는 세월호의 회전 구간이 빠져 있었다. 해당 데이터를 관리한 용역업체 담당자는 처음에는 "직장 상사의 지시로 회전 구간을 뺐다"고 진술했다가, 이후 "임의로 뺐는데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번복했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제안하자 거부하고 조사를 중단했다.
선체 거동 그래프가 보여주는 84초
박 전 국장은 사참위 조사국이 CCTV 추가 복원과 블랙박스 분석을 통해 작성한 선체 거동 그래프를 공개했다. 8시 48분 24초부터 8시 49분 47초까지, 약 84초간의 횡경사 변화를 초 단위로 기록한 자료다.
그래프에 따르면 선체는 처음 서서히 기울다가 4구간(약 8도 부근)에서 기울기가 줄어든다. 박 전 국장은 이 구간에서 조타수가 좌현으로 타를 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월호 인양 후 확인된 러더(방향타)는 좌현 8도, 타각지시기 세 곳은 좌현 10~11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는 적어도 4구간까지는 솔레노이드 밸브가 정상 작동했다는 근거가 된다고 박 전 국장은 주장했다.
5구간 이후 기울기는 급격히 증가했다. 6구간에서 약 6~7초간 기울기 변화가 거의 없는 구간이 나타난 뒤, 7구간부터 선체는 급속도로 전복됐다. 박 전 국장은 이 6~7초의 정체 구간에 대해 핀 스태빌라이저(선체 안정장치)의 공회전 가능성을 제시했다. 핀 축과 날개가 분리되는 순간 대포 소리와 같은 충격음이 발생하며, 블랙박스에 49분 31초경 녹음된 '꽝' 소리와 시간적으로 일치한다는 것이다.
생존자들의 증언도 이 분석과 맞물린다. 선원 재판 과정에서 다수의 생존자가 "'꽝' 소리가 나고 나서 배가 기울었다"고 진술했다. 소리와 기울어짐의 선후관계가 명확했다.
다만 사참위는 이 분석에 대해 "외력에 의한 침몰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국 의견을 내놓았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외력인지는 특정하지 못했다. 잠수함 등에 대한 본격 조사는 시간과 권한의 한계로 수행되지 않았다.
"진상규명, 끝난 것이 아니라 제대로 시작도 안 됐다"
박 전 국장은 "진상규명이 끝났다고 말하려면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사참위 조사국이 작성한 보고서 중 전원위원회에서 채택되지 않은 조사 결과가 다수 존재한다. 내부 갈등으로 수사기관에 이첩하지 못한 사안도 있다. 박 전 국장은 "조사관들의 피땀 어린 조사 결과가 묻혀 있다"면서 "민간 차원에서라도 진상규명을 이어갈 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해수부 차관의 국무회의 발언은 정부가 세월호 진상규명을 사실상 종결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사참위 공식 결론조차 침몰 원인을 내인과 외력 어느 쪽으로도 확정짓지 못한 채 3대 3으로 끝났다. 해심원의 최근 재결은 사참위 조사 결과와 상충하는 부분이 있고, 미채택된 조사 데이터는 해수부의 해명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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