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행어사

민갑룡 박수갈채가 만든 희생양, 답 정해놓은 조작수사의 전말

경찰 조작수사 피해자, 검찰마저 경찰 문서 베껴 불기소

2025-12-15 21:12:56

2018년 데이트폭력 1호 사건으로 8개월간 옥살이를 한 20대 청년 손솔빈씨.  재판 결과 납치 및 유사강간 혐의에 무죄로 밝혀진 이 사건은 경찰의 조작수사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피해자 어머니가 직접 찾아낸 CCTV와 증거들로 아들의 무고함을 입증했지만, 경찰을 고소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검찰이 작성한 불기소 이유서가 경찰의 불송치 이유서와 92% 유사했던 것이다.


판박이 불송치·불기소 이유서


지난 9월 보도 당시, 담당 검사는 "이 사건의 핵심은 증거조작"이라며 보완수사를 명령했다. 하지만 그 검사는 600명 규모의 인사이동으로 다른 지청으로 떠났다. 후임 검사가 사건을 맡았지만, 결과는 불기소였다.

경찰의 불송치 이유서와 검찰의 불기소 이유서를 AI에게 분석시킨 결과, 유사도가 92%로 나타났다. 두 문서의 공통 결론은 '모든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이었다. 근거도 동일했다. "진술의 엇갈림이 존재하며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고, 과거 처분과 동일한 내용이며 새로운 증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더욱 놀라운 건 검찰이 작성한 불기소 이유서에 '불송치'라는 용어가 그대로 사용됐고, 경찰 담당자의 서명까지 남아있었다는 점이다. 검찰이 경찰의 문서를 거의 그대로 옮겨 적었다는 의미다.

손씨의 어머니 이순란씨는 "이번 추석엔 아들과 따뜻한 송편을 먹을 줄 알았다"며 "추석 전날 불기소 통지를 받았을 때 누구를 믿어야 할지 막막했다"고 토로했다. 결국 그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대통령님 들리십니까? 이 모든 억울함은 국민만이 감당해야 합니다. 저는 억울합니다."


직권남용·감금죄, CCTV가 진실 말한다


사건의 발단은 2018년 10월 28일 새벽이었다. 경찰은 손씨를 데이트폭력 가해자로 긴급 체포해 구속 송치했고, 손씨는 8개월간 교도소에 갇혔다.

하지만 그들이 들른 오소고깃집 CCTV 영상은 전혀 다른 진실을 보여줬다. 영상 속에서 박양은 손씨를 반복적으로 폭행했고, 손씨가 자리를 떠나려 하자 옷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길거리 CCTV에서도 손씨가 먼저 도망가듯 떠나고, 박양이 뒤쫓아가는 장면이 찍혔다.

손씨는 긴급체포 직후 경찰에게 "오소고깃집 CCTV를 확인해달라"고 애타게 호소했다. 리버틴 호텔 앞에 있다고 정확한 위치까지 알려줬다. 하지만 경찰은 증인신문 조서에서 "손씨가 고깃집의 위치를 특정하지 못했다"며 "그래서 확인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범행 시각 특정의 미스터리


경찰은 첫날 작성한 범죄인지보고서에 범죄 시작 시간을 새벽 4시 20분으로 적었다. 하지만 피해자라고 주장한 박양은 신고 당시엔 새벽 1시경, 경찰 조사에선 새벽 2시경, 고소장에선 새벽 3시경이라고 매번 다르게 진술했다.

전직 경찰관은 "피해자가 시간을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새벽 4시 20분을 특정했느냐"며 "CCTV를 확인하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16건의 허위 수사보고서


경찰이 작성한 수사보고서 중 무려 16건의 내용이 허위였다. CCTV에는 손씨가 박양에게 일방적으로 맞는 장면이 찍혔는데, 수사보고서엔 "피해자 박양을 끌고 나오는 피의자 손씨"라고 정반대로 기재했다.

재물손괴 혐의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이 제시한 112 신고처리 결과표에는 재물손괴 내용이 전혀 없었다. 신고 시간과 종결 시간도 달랐다. 신고 시간은 오전 4시 8분인데 종결 시간은 오전 2시 32분이었다. 신고도 하기 전에 이미 종결된 것이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단순 오기"라고 주장했다. 본인들의 오기로 무고한 사람을 8개월간 감옥에 가둬놓고도 말이다.


증거 위조, 흑백으로 바뀐 CCTV


결정적 증거 위조 정황도 드러났다. 손씨의 차량에 박양이 탑승하는 마지막 길거리 CCTV 영상만 유독 흑백이었다. 같은 거리, 같은 시간대에 찍힌 다른 영상은 모두 컬러였는데 말이다.

광주 서구청은 "주차단속 영상이라 차선 색상 구분이 필수적이므로 흑백으로 촬영할 수 없다"며 "경찰서에 흑백 영상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영상의 흑백 전환과 밝기 조절은 채도값을 0으로 하면 되며, 이럴 경우 현장 확인이 어렵도록 변환할 수 있다"며 "컬러 영상이 흑백으로 전환되어 사건 현장 확인을 어렵게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더욱 의심스러운 점은 영상 속성값이었다. 검찰에 제출한 영상은 11월 7일 제작됐는데, 실제 최초 생성 시점은 11월 5일이었다. 이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컬러 영상 속에서는 손씨가 먼저 차에 올라타고, 박양이 스스로 따라 타는 장면이 선명하게 보인다. 하지만 흑백으로 전환하면 불빛 반사 때문에 자세한 상황을 알아보기 어렵다. 납치 혐의를 입증하기엔 애매해지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무단 촬영


경찰은 광주시 재난예방과를 방문해 차량번호 확인을 위한 AVNI(차량번호 자동판독기) 조회만 요청했다. 하지만 들어간 김에 요청하지도 않은 길거리의 방범용 CCTV를 무단으로 확인하고 개인 휴대폰으로 촬영했다.

AVNI는 경찰청 관리 시스템이고, 방범용 CCTV는 광주시청 관리 시스템으로 각각 분리돼 있다. 긴급한 사항이어도 두 곳에 모두 조회 요청 공문을 띄워야 한다. 하지만 경찰은 AVNI 조회 공문만 발송했고, 길거리의 방범용 CCTV 영상 제공 요청 문서는 없었다.

당시 CCTV 통합관제센터에 근무했던 유모 경사는 "센터 출입 시 휴대폰을 반납하고 촬영을 금지한다는 경고 문구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며 "경찰들이 CCTV를 촬영하는 것을 몰랐고, 알았다면 반드시 제지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적으로 증거를 수집함으로써 손씨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술자리 경찰들의 폭로


결정적 증거는 술자리에서 나왔다. 한 경찰이 술을 마시다 이순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끊어진 줄 알고 동료 경찰과 나눈 대화가 그대로 녹음됐다.

"허위공문서 작성죄로 기소하든가. 손솔빈은 피해자야. 피해자를 피의자로 바꿔버렸어."

녹취에는 '김인O 수사관'이라는 이름도 등장했다. 이 수사관은 2018년 당시 광주 동부경찰서 강력1팀장이었다. 동네 주민들은 "박양 어머니와 김 팀장이 30년간 끈끈한 사이"라며 "박양 어머니가 동네 사람들을 김 팀장이 있는 과장실에 데려가 인사시켰다"고 증언했다.

이순란씨는 "김 팀장을 찾아가 '뭐가 그렇게 돈이 필요했느냐. 왜 생면부지 애를 집어넣었느냐'고 따졌을 때 팀원들 앞에서 말 한마디 안 했다"고 전했다.


피의자 조사실의 의문스러운 장면


손씨가 긴급체포 직후 경찰 조사를 받던 영상에도 조작수사 정황이 담겼다. 옆에 있던 동료 경찰이 와서 "답 엎어지니까 이대로만 해"라며 A4 용지를 들고 온다.

담당 수사관은 혼잣말로 "불기소하면 이 새끼 싸가지 없는 새끼. 조사를 받지 마라. 어쩌려고. 뒤지려고. 나는 상관없어"라고 말했다.

수사관은 손씨에게 "너 대통령이 성범죄 하면 엄벌하라고 뉴스에 나왔는데 봤냐"고 물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데이트폭력 엄단 지시 3일 후 이 사건이 터졌고, 당시 민갑룡 경찰청장은 광주경찰청 형사과장에게 박수를 보냈다.

퇴직 경찰의 양심선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대통령이 전날 데이트폭력 엄단 지시가 나왔는데 이게 1호 사건이 있어. 첫 구속 1호 사건이야. 경찰청에서 축전이 오고 문자로 '잘했다'고 하니까 다 보고된 거야."


국가인권위 결정도 무시


국가인권위원회는 6년간의 조사 끝에 "경찰의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결정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영상 조작 의심, 인권 유린 등을 지적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를 무시하고 불송치했고, 검찰도 불기소했다.

인권위 조사관은 "국가인권위 결정문은 구속력이 없다"며 "불수용한다고 해서 처벌 절차가 있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국가인권위가 6년간 조사해 결정문을 냈고, 이순란씨는 공소시효 1년을 앞두고 경찰을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공소시효 한 달을 앞두고 불송치했고, 검찰도 공소시효 며칠을 남겨두고 불기소했다.

이순란씨는 민갑룡 전 경찰청장과 정모 형사과장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조작수사의 원인을 올해 8월에야 알았다. 민갑룡의 치하를 받았다는 것을. CCTV를 보고도 가해자와 피해자를 바꾼 이유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7년의 싸움, 끝나지 않은 투쟁


이순란씨는 "7년 동안 명절을 제대로 쇠지 못했다"며 "주위에서 그만하라고 했지만, 내 사건에서 조작과 은폐를 바로잡지 못하면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볼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경찰들은 증거 하나 없이 거짓 진술 그대로 증거를 조작했고, 검사도 속고 판사도 속았다. 억울하게 당한 건 국민이다. 20년이 걸릴지 30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여러분이 있는 한 힘껏 싸우겠다."

담당 검사는 인터뷰 요청에 "최근 인사이동으로 광주에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 사건을 담당한 검사들은 왜 그렇게 빨리 소리소문 없이 이동하는 걸까.

데이트폭력 1호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 그리고 그 진실을 덮으려는 시스템의 민낯이 7년째 국민 앞에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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