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국과수 감정 결과 분석]② 청담동 첼리스트폰 조작 정황 무더기…한동훈 행적 4년째 침묵

해시값 같은 파일 수십 개·초까지 같은 시각 생성·술자리 7시간 위치 공백…국과수 감정 불가에 민간 분석 착수

국과수 감정으로 시간·경로 확인 불가 드러난 뒤 민간 분석서 조작 정황 잇따라 확인

해시값 일치 파일 수십 개·동일 시각 생성·술자리 시간대 7시간 위치 공백

국과수 감정 불가로 김세의 구속된 전례, 한동훈 14시간 초과근무수당은 미해명

2026-06-02 09:19:25

국과수 감정 결과 분석 1탄, 먼저 보면 좋은 기사
청담동 술자리 내비 파일 조작 의혹 짙어져…국과수 감정 결과 입수 ›

청담동 술자리 형사재판의 핵심 증거인 첼리스트 휴대폰 내비게이션 파일에서 조작이 의심되는 단서가 잇따라 추가 확인됐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으로 이 파일의 시간 정보와 이동 경로가 모두 확인 불가로 드러난 데 이은 후속 분석 결과다. 민간 전문가와 함께 파일을 다시 뜯어보니 같은 시각에 초까지 똑같이 만들어진 파일, 이름만 다르고 내용은 완전히 같은 파일 수십 개, 술자리 시간대 7시간의 위치 기록 공백이 새로 나왔다. 국과수가 짚지 않은 자리에서 의문이 잇따르고 있다.


국과수가 안 한 '파일 로그' 분석, 민간이 했다


국과수 감정은 지난 3월 27일 회보로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이 첼리스트 휴대폰 두 대에서 뽑은 내비게이션 파일을 국과수에 맡긴 결과다. 결론은 세 가지였다. 파일 내부에 시간 정보가 없고, 이미지·음성 파일로는 이동 경로를 특정할 수 없으며, 원본 여부도 알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경찰이 기소의 근거로 삼은 디지털 증거가 안팎으로 비어 있었다.


국과수는 확인한 것보다 확인하지 않은 것이 많았다. 감정 의뢰서에서 파일 시스템 로그 분석을 명시적으로 요청했지만, 감정서에는 그 답이 없었다. 파일 시스템 로그는 휴대폰 안에서 파일이 언제 생기고 어디서 복사됐는지를 운영 체제가 적어두는 일지다. 조작 여부를 가르는 가장 직접적인 단서다. 국과수가 그 자리를 비워두자, 민간 전문가와 직접 파일을 들여다봤다. 의문점이 약 30가지 나왔고, 그중 공개 가능한 것을 추렸다.


초까지 같은 시각 생성, '지문' 같은 파일 무더기


앞서 국과수는 '압구정로'라는 음성 파일 세 개의 생성 시각이 초 단위까지 같다고 확인했다. 같은 양상이 다른 날짜에서도 나왔다. 지난 2022년 11월 4일 오전 10시 21분, 세 개의 파일이 같은 시각에 생성됐다. 생성 시각이 초까지 일치했다. 사람이 직접 하나씩 만든 파일로 보기 어려운 기록이다. 이틀 뒤인 11월 6일에는 같은 파일이 이름만 바뀐 채 또 생성됐다.


해시값이 같은 파일도 무더기로 나왔다. 해시값은 파일의 지문이다. 내용이 똑같으면 같은 값이 나오고, 한 글자라도 다르면 값이 달라진다. 35만159바이트까지 정확히 일치하는 파일이 36개 발견됐다. 이름만 다를 뿐 내용은 한 글자도 다르지 않았다. 구형 휴대폰의 내비게이션 파일 1506개 가운데 해시값이 같은 종류가 117종이었다. 어떤 값은 무려 381개 파일에서 똑같이 나왔다. 신형 휴대폰에서도 101개 가운데 52종이 겹쳤다.


같은 지문을 가진 파일이 이렇게 쏟아지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일반 사용자가 휴대폰을 쓰면서 해시값이 같은 파일을 수백 개씩 남기기는 어렵다. 이런 파일이 왜 이렇게 많은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술자리 7시간 위치 공백, 내비는 이틀치만 남았다


위치 기록에도 큰 구멍이 있었다. 청담동 술자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오후 8시쯤부터 다음 날 새벽 3시 무렵까지, 약 7시간의 위치 기록이 비어 있었다. 첼리스트가 전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건 시각 직전까지다. 술자리가 진행됐을 시간 동안 동선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사라졌다.


내비게이션 파일은 더 묘했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제기된 지난 2022년 7월 19일과 20일의 음성·화면 파일만 휴대폰에 남아 있었다.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없었다. 구글 타임라인 기록도 없었다. 수사관들은 동선을 보통 휴대폰의 위치 정보로 파악한다. 이 사건만 유독 내비게이션 파일에 기댔고, 그 파일조차 특정 이틀치만 남았다.


날짜도 공교롭다. 파일이 무더기로 생성된 11월 4일은 첼리스트가 휴대폰을 정지한 날이다. 11월 6일은 첼리스트가 한 유튜브 방송 공간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날이다. 휴대폰을 정지한 시점과 조작이 의심되는 파일이 만들어진 시점이 맞물린다.


INVESTIGATION
청담게이트: 계산서
정산은 끝나지 않았다. 녹취부터 증거 조작까지, 2022~2026 청담동 술자리 전체 타임라인.


국과수 '판정 불가' 뒤, 김세의는 구속됐다


국과수가 모른다고 했을 때 그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이미 봤다. 지난해 12월 국과수는 가로세로연구소가 배우 김수현을 공격하며 내놓은 녹취록의 AI 조작 여부를 판정 불가로 처리했다. 경찰은 국과수에서 멈추지 않았다. 민간 감정을 의뢰했다. 음성은 판정 불가였지만 메시지 조작이 확인됐다. 법원은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를 들어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청담동 술자리 휴대폰을 두고도 국과수의 결론은 똑같았다. 감정 불가. 김세의 대표 사건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민간 감정으로 결론에 이르렀다. 청담동 술자리 휴대폰도 민간 감정을 검토하고 있다. 형사재판 재판부는 조작 의혹을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 감정 신청을 받아들였고, 추가 감정도 허용했다.


한동훈 수행기사·비서 14시간, 그날은 침묵


청담동 술자리 재판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주장처럼 끝난 싸움이 아니다. 형사 1심은 아직 진행 중이다. 첫 증인 신문을 한 차례 했을 뿐, 두 번째 증인인 첼리스트 신문은 조작 의혹 감정 때문에 멈춰 있다. 재판부는 지난달 둘째 주 공판에서 추가 감정을 받아들였고, 오는 8월 12일 그 결과를 토대로 재판을 다시 열기로 했다. 한 전 장관이 1심에서 이긴 민사도 2심 변론기일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사실상 형사 뒤로 밀렸다.


디지털 증거 못지않게 한 전 장관 본인의 행적도 비어 있다. 법무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술자리 당일 한 전 장관의 수행기사와 비서는 두 사람 합쳐 14시간의 초과근무수당을 받았다. 한 사람당 7시간꼴이다. 그날 밤 한 전 장관은 집에 들어가지 않고 수행기사와 비서를 데리고 심야에 밖에 있었다는 뜻이다. 대통령과의 술자리였다면 공무 수행으로 볼 수 있다. 사적인 모임에 공무원을 데리고 다녔다면 의무 없는 일을 시킨 직권남용이 된다. 한 전 장관이 그날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는 4년째 공개되지 않았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그를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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