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법원 "극우는 비판적 의견"…정준길, 뉴탐사 영상삭제 가처분 전부 기각

서울중앙지법 "'자문변호사' 표현도 허위 아냐…채권자가 먼저 전화한 사실 확인"

2026-03-19 10:20:31

조계종 성파 종정의 법률고문을 자처하는 정준길 변호사가 뉴탐사를 상대로 낸 영상게시금지 가처분 신청이 전부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뉴탐사 기자들이 정준길을 '극우'로 평가한 것은 비판적 의견 표명에 해당하고, '성파 종정의 자문변호사'라는 표현도 허위사실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재판장 이상훈)는 3월 17일 정준길 변호사가 권지연·강진구·박대용 기자와 주식회사 시민언론뉴탐사를 상대로 낸 영상게시금지 및 간접강제 가처분 사건(2025카합21777)에서 "이 사건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고 결정했다. 소송비용도 정준길이 부담하게 됐다.


정준길은 뉴탐사에 어떤 소송을 걸었나


정준길은 통도사의 법률고문 봉사를 하는 변호사다. 그는 뉴탐사가 지난해 10월 28일과 29일 유튜브 채널에 게재한 영상 두 건의 일부를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삭제 대상으로 지목한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권지연 기자와 정준길의 전화 통화 내용, 강진구 기자가 정준길을 '극우'로 평가하고 성파 종정의 자문변호사라고 지칭한 부분, 그리고 정준길이 전광훈 목사와의 연락이 드러나 당황스러워한다는 취지의 발언 부분이다.

정준길은 이 영상들이 자신을 극우변호사로 매도했고, 성파 종정의 자문변호사라며 허위사실을 발언했으며, 전광훈 목사와의 관계에 대해 근거 없는 추정을 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영상에 자신의 음성이 그대로 송출돼 인격권과 음성권,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됐다고 했다. 영상 삭제와 함께 유사 영상의 제작·게시·전송 금지, 위반 시 1회당 100만원의 간접강제까지 요구했다.


법원 "'극우'는 과도한 비난 아니다"


법원은 정준길의 주장을 하나하나 따져본 뒤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극우' 표현에 대해 법원은 이렇게 판단했다. "'극우'라는 표현은 채권자의 활동이 정치적 성향의 관점에서 이른바 '우익' 내지 '우파'에 해당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법원은 정준길의 정치적 성향이 '우익'이나 '우파'와 배치되거나 상반되는 기치를 표방하고 있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봤다. 뉴탐사 기자들이 정준길의 과거 정치활동을 비판적 입장에서 '극우'로 평가한 것이 "다소간의 과장을 넘어서 사실을 왜곡하는 공표행위에 해당한다거나 과도한 비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가처분 사건(2025카합21777) 결정문 p.5

'자문변호사' 표현에 대해서도 법원은 정준길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결정문에 따르면, 권지연 기자가 지난해 10월 23일쯤 성파 종정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그런데 그 다음날인 10월 24일 정준길이 먼저 권지연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정준길은 스스로 '통도사의 고문변호사'라고 밝히면서 권지연 기자가 성파 종정의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게 됐는지, 왜 전화했는지를 물었다. 법원은 "채권자가 이 사건 종정을 위하여 사실상 개인적인 법률자문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여 '자문변호사'라고 표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전체적인 취지가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전광훈 관련 발언도 의견에 불과


성파 종정이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냈다는 뉴탐사 기자들의 발언에 대해서도 법원은 "이 사건 종정의 정치적 성향에 관한 내용으로 보일 뿐 채권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정준길이 전광훈 목사와의 연락이 드러나 당황스러워한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채권자의 반응에 대한 채무자 기자들의 의견이나 추측을 표시한 것에 불과하여 허위사실을 적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준길이 가장 강하게 문제 삼은 음성 송출 부분도 기각됐다. 영상 일부에 정준길의 목소리가 그대로 나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법원은 여러 사정을 종합했다. 첫째, 정준길이 먼저 권지연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둘째, 대화의 대부분은 '성파 종정과 이배용의 관계', '정준길이 전광훈 목사와 연락을 지속하는지 여부' 등에 관한 질문과 답변이었다. 법원은 이 대화가 "채권자의 사생활에 국한되는 내용이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결국 "음성을 변조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송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채권자의 음성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고도로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만족적 가처분의 높은 문턱도 넘지 못해


법원은 이 사건이 '만족적 가처분'에 해당한다는 점도 짚었다. 만족적 가처분이란 본안판결을 통해 얻고자 하는 내용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결과를 미리 얻게 되는 가처분을 뜻한다. 정준길이 가처분을 통해 영상 삭제를 관철하면 본안 소송 전에 이미 목적을 달성하는 셈이 된다. 반대로 뉴탐사는 본안에서 다투어 볼 기회를 갖기도 전에 표현의 자유를 제한받게 된다. 법원은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고도의 소명이 요구된다"고 전제한 뒤, 정준길의 주장과 자료만으로는 그 기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영상게시금지 가처분이 기각됐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간접강제 신청도 함께 기각됐다.


이 사건은 뉴탐사가 지난해 10월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과 김건희 씨의 관계, 조계종 성파 종정과 통도사를 둘러싼 연결고리를 보도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뉴탐사는 이배용이 한지살리기재단을 통해 김건희에게 접근한 정황, 성파 종정의 자문변호사가 전광훈을 변호했던 정준길이라는 사실 등을 단독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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