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심덕섭 고창군수, 통일교 계열 모나용평에 '굴욕 계약'…대외비 실시협약서 입수

공모 전 양자·3자 MOU 잇따라 체결…한 달 뒤 형식적 공모에 단독 응찰

양자 MOU 2022년 12월, 3자 MOU 이듬해 7월, 공모는 그 한 달 뒤…사업자 내정 의혹

전직 경제국장, MOU 직전 인근 토지 매입 후 5개월 만에 4배 가격으로 군에 매각

20만 평 골프장 부지 월 1억 원에 30년 임대, 의회 보고도 없어

실시협약서에 30년 비밀유지 조항…원전 상생자금 140억 원은 컨벤션센터 건축비로

2026-04-08 06:25:37

전북 고창군이 통일교 계열사인 모나용평(구 HJ매그놀리아 용평호텔앤리조트, 이하 모나용평)에 종합 테마파크 사업을 사실상 맞춤형으로 설계해 넘긴 정황이 뉴탐사 취재로 드러났다. 공모 절차 이전에 양자 MOU와 3자 MOU를 잇따라 체결해 사업자를 사실상 내정했고, 실시협약서에는 고창군에만 일방적 의무를 지우는 독소 조항이 가득했다. 비밀유지 기간은 사업 종료 후 30년이다. 뉴탐사가 입수한 모나용평 내부 IR 자료에 따르면 당초 알려진 것보다 사업 규모가 확대된 사실도 확인됐다.


공모 전에 이미 사업자를 정해놓았다


고창군과 모나용평이 양자 투자협약(MOU)을 체결한 것은 지난 2022년 12월 28일이다. 심덕섭 군수가 당선된 지 약 6개월 만이다. 이 시점에 사실상 사업자가 내정됐다. 이듬해인 지난 2023년 7월 6일에는 전북도까지 포함된 3자 MOU가 체결되면서 사업이 도 차원에서 공식화됐다. 같은 달 심 군수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용평 리조트의 방 수는 473실로 당초 300실보다 173실 늘었다"며 "내년 2월 정도에 땅을 실질적으로 팔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 시행자를 결정하는 공모 절차가 시작된 것은 3자 MOU 체결로부터 불과 한 달 뒤인 지난 2023년 8월이다. 양자 MOU(2022년 12월) → 3자 MOU(2023년 7월) → 공모(2023년 8월) → 실시협약(2023년 11월)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사업자를 먼저 정해놓고 공모 절차를 뒤늦게 밟은 셈이다.


공모 결과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참가 업체는 모나용평 단 한 곳이었다. 공모 지침에는 "사업 신청자가 1인인 경우 평가 점수 60점 이상이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다"는 조항까지 미리 포함돼 있었다. 경쟁 입찰 없이 단독 응찰로 우선협상대상자가 확정됐다.


1천억 원대 땅을 월 1억 원에 30년 임대


모나용평이 확보한 것은 리조트 부지 2만 평만이 아니다. 리조트 부지에 인접한 20만 평 규모의 골프장 부지까지 모나용평이 운영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고창군은 이 골프장 부지를 20년에 10년을 더한 30년간 임대해 줄 계획이다. 임대료는 월 1억 원. 연 12억 원이면 30년간 총 360억 원이다. 현지 시민단체에 따르면 해당 부지를 평당 50만 원으로 잡아도 토지 가치만 1천억 원에 달한다.


골프장 부지는 작년까지도 소금을 생산하던 염전이었다. 15개 염전 농가 중 8개 농가가 보상금을 받고 떠났고, 보상금 약 30억 원은 고창군이 지급했다. 성토 공사와 도로 개설 비용도 군비로 집행되고 있다. 이 사실은 군의회에 사전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 고창군의원들은 "골프장 조성을 당연시하며 보고하는 것이 유감"이라고 반발했다.


전직 경제국장, MOU 직전 인근 토지 매입


고창군 경제국장 출신 이모 씨는 지난 2020년 말 퇴임한 뒤 한 달도 안 돼 '서울개발'이라는 유한회사의 대표로 취임했다. 40일 만에 대표에서 사임했지만, 주민들에 따르면 사임 이후에도 사무실에 출입하는 정황이 확인된다.


서울개발은 고창군과 모나용평이 양자 MOU를 체결하기 두 달 전인 지난 2022년 10월, 테마파크 부지에 인접한 방조제 일대 약 4천 평의 토지를 약 2억 원에 매입했다. 5개월 뒤인 지난 2023년 3월, 고창군은 '선셋 드라이브 명소화 사업'을 명목으로 이 땅을 8억여 원에 다시 사들였다. 약 6억 원의 시세 차익이 발생한 것이다.


이모 씨는 심덕섭 군수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선거 캠프 관계자로 알려져 있다. 뉴탐사와의 통화에서 이모 씨는 "토지 계약은 2021년 5월에 한 것"이라며 "테마파크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창군에서 이 사업을 10여 년간 담당했다는 공무원은 뉴탐사에 "용평과의 접촉은 2019~2020년부터 있었다"고 밝혔다. 이모 씨가 경제국장 재직 당시 이미 사업 추진 정보를 알 수 있었다는 방증이다.


서울개발 명의로 매입된 토지는 이 4천 평에 그치지 않는다. 테마파크 부지를 따라 해안가 방조제 인근과 노울대교 진입 예정지 인접 토지까지 합하면 총 2만여 평에 이른다.


대외비 실시협약서, 고창군에만 의무를 지웠다


뉴탐사가 입수한 지난 2023년 11월 3일 체결 실시협약서에는 고창군의 손발을 묶는 조항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제6조 1항은 민간 사업자의 투자 금액에 따른 대규모 투자 보조금을 지원하되 "고창군은 조례가 개정·폐지되었음을 이유로 투자 보조금 지원을 거부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군수가 바뀌고 의회가 새로 구성돼 관련 조례를 폐지하더라도 보조금은 계속 줘야 한다는 뜻이다.


6조 2항은 전라북도의 대규모 투자 보조금 지급을 위해 고창군이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4항은 민간 사업자의 숙박 시설 분양과 관련해 고창군이 "활용 가능한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최대한 협조·지원"하도록 했다. 군청이 사실상 분양 대행 역할까지 떠안는 구조다.


반면 민간 사업자에 대한 제재 조항은 허술하다. 25조 2항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승인이 지연될 경우 착공 일정을 변경하거나 공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34조 2항은 군이 약속한 투자 보조금 지급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민간 사업자가 협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자금 확보 실패의 책임도 사실상 군에 떠넘기는 구조다.


44조 비밀유지 조항의 적용 기간은 사업 종료 후 30년이다. 통상 3~5년인 비밀유지 기간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모나용평 내부 자료, 사업 범위 무단 확대 확인


뉴탐사가 확인한 모나용평의 지난 2023년 3분기 IR 자료에는 리조트(콘도 300실)와 골프장(18홀)만 기재돼 있었다. 부지 면적은 약 22만 평이었다. 그러나 이후 IR 자료에는 카누 경기장이 추가됐고, 부지 면적은 26만 평으로 늘었다. 4만 평이 추가된 것이다. 의회 보고 없이 사업 범위가 확대된 셈이다. 총 사업비도 당초 고창군이 발표한 3,500억 원과 모나용평 자료상의 2,874억 원 사이에 약 600억 원의 차이가 있다.


고창군 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용평 리조트에 함께 건설되는 컨벤션센터 건축비로 원전 상생자금 140억 원이 투입된다. 원전 상생자금은 한빛원전 인근 주민을 위한 재원인데, 민간 사업자의 시설 건축에 쓰이는 것이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한가운데 골프장


고창군은 행정구역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돼 있다. 테마파크 부지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고창 갯벌 바로 옆이다. 현지 주민은 "황새가 월동지로 자리 잡은 곳인데 골프장이 들어서면 서식지가 위협받는다"고 우려했다. 게르마늄 함량이 전국 최고 수준으로 알려진 이 일대 천일염은 작년 추석 대통령실 선물로도 쓰였다. 염전 농가와 해리농협 가공공장, 죽염 업체로 이어지는 지역 산업 생태계가 특정 기업 한 곳의 골프장으로 대체되는 셈이다.


현지에서 염전을 운영하는 한 농가 대표는 "보상받고 나간 분들도 다시 염전을 하고 싶어한다"며 "평생 염전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다. 염전을 살리고 싶다"고 말했다.


심덕섭 군수, 취재진 질문에 문 걸어 잠가


뉴탐사 취재진은 사전에 면담을 요청하고 약 2시간 동안 군수실 앞에서 기다린 끝에 심덕섭 군수를 직접 만나 질문을 시도했다. 심 군수는 "나중에 하세요"라고만 답한 채 자리를 떴고, 이후 응대는 수행원이 대신했다. 공모 전 MOU 체결 경위, 전직 경제국장의 토지 거래, 실시협약서의 독소 조항 등에 대한 질문에 본인은 일체 답하지 않았다. 모나용평 측도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 고창군에 문의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고창군 정책관은 골프장 임대료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아니다"라고 답했고, 비밀유지 30년 조항에 대해서는 "그것을 찾아보시라"며 답변을 피했다. 심덕섭 군수는 이 사업 외에도 측근 금품수수 의혹으로 전북경찰청 반부패수사팀에 고발장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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