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정청래, 대통령 경고 하루 만에 호남 줄세우기…순방 출국장엔 초청 못 받아
기자회견 당일 오후 3시 김대중컨벤션센터 급예약…단체장들엔 참배 동행 전화
대통령 순방 출국장에 정청래 불참…친명 의원 "오지 말라고 하니까 안 간 것"
기자회견 당일 오후 3시 광주 컨벤션센터 급예약…12일 현장 최고위 발표
차기 당대표 조사 김민석 28.8% 정청래 17.2%…민주당 지지층선 격차 더 커
이재명 대통령이 유럽 순방길에 오른 9일, 출국장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이 출국할 때는 집권당 대표가 배웅하고, 귀국할 때는 국무총리가 영접하는 것이 그간의 의전 관례다. 이날은 거꾸로 김민석 총리가 출국장에 나왔다. 정 대표는 같은 날 전북 선운사를 찾아 이원택 전북지사 당선인과 오찬을 했다.
이 대통령이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길 수 있는 데서 졌다"며 6·3 지방선거 결과를 오만에 대한 국민의 경고로 규정한 지 하루 만이다. 당대표가 선거 패배에 책임을 표명하는 대신 전북으로 향한 셈이다. 서울에서 낙선한 후보들을 위로하는 행보와는 정반대 방향이다.
초청받지 못한 당대표
청와대는 이날 공식 입장을 냈다. 중앙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으로 상황이 어수선해 환송 행사를 최소화하자는 공감대가 당청 사이에 있었고, 냉기류는 과한 해석이라는 설명이다.
당 안팎에서 들리는 말은 달랐다. 이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친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정 대표의 불참을 두고 "무슨 배려야? 오지 말라고 하니까 안 간 거지"라고 말했다. 친명 성향의 민주당 전 대변인도 "청와대와 당대표 사이가 어색해도 당대표가 가겠다면 누가 말리겠나"라며 "청와대에서 강하게 오지 말라고 한 거니까 못 간 거겠지"라고 했다. 그는 8일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정청래 대표를 대놓고 비판한 걸로 봐야지"라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여러 대외 상황 때문에 인원 참석을 최소화한 것, 그 정도만 알아 달라"며 말을 아꼈다.
한병도 원내대표도 이날 출국장에 나가지 않았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전화가 수백 통 걸려오고 있다"며 "원래는 가려던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회견 끝나기도 전에 올라온 "대체불가 대통령"
8일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선거 책임을 거론하면서 특정인의 실명을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 대신 김민석 총리를 향해서는 지난 1년간 잡음 없이 국정을 이끈 리더십을 평가하며 "또 다른 역할을 맡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차기 당대표로 김 총리에게 힘을 실은 발언이라는 해석이 곧바로 나왔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에 앞서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선거 결과에 책임지는 모습을 먼저 보인 것이다. 정 대표의 선택은 달랐다. 기자회견이 끝나기도 전에 SNS에 "대체불가 대통령"이라는 글을 올렸다. 대통령 발언의 핵심인 책임론에 대한 입장은 담기지 않았다.
회견 당일 오후 3시, 컨벤션센터 급예약
정 대표는 1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고, 그에 앞서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겠다고 밝혔다. 취재 결과 김대중컨벤션센터 예약이 이뤄진 시각은 기자회견이 열린 8일 오후 3시였다. 갑작스러운 예약에 컨벤션센터 쪽이 없는 자리를 마련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가 끝난 뒤 차분히 준비된 일정이 아니라 대통령 기자회견 직후 급하게 결정된 일정이라는 뜻이다.
참배에 동행할 기초단체장 당선인들에게는 일일이 전화를 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당대표의 전화를 받은 당선인으로서는 참석하지 않기 어렵다. 8월 17일 전당대회에서 호남 표심은 캐스팅보트다. 당내에서 호남 단체장 줄세우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11일로 잡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와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은 취소했다. 투표용지 부족 국정조사 계획서 처리를 위한 본회의 등이 이유로 제시됐다. 정 대표 스스로 과열을 의식해 접은 것인지, 상대 쪽 요청에 따라 취소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주일 전 광주에서 열린 KBC 주관 뉴호남포럼에서는 김민석 총리가 주발제를 맡고 송영길 전 대표가 참석해 주목받았다. 그 자리에 정 대표는 없었다.
책임론 화살은 대통령에게
정 대표와 가까운 방송 진영의 9일 움직임도 눈에 띈다. 김어준씨의 '뉴스공장'에는 이날 김어준씨가 나오지 않았고 주진우씨가 대신 진행했다. 출연한 최민희 의원은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의 득표율 48.07%와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득표율 43.86%를 비교하며 후보 개인의 경쟁력은 있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패배 책임을 캠프의 선거 전략으로 돌린 셈이다. 그러나 거대 정당 후보의 득표율이 비례 정당 득표율보다 높게 나오는 것은 사표 방지 심리상 일반적인 현상이다.
노영희 변호사는 같은 날 CBS 라디오에서 결이 다른 말을 했다. 그는 "정청래 대표가 '대통령 덕분에 승리했습니다'라고 말을 했는데, 오늘 우리 대통령은 '졌어, 너 때문에 졌어' 이러고 있잖아요"라며 "딱 한 방향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박시영 대표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도 논란이다. 7일 한 단체대화방에 올라온 이 글은 서울시장 선거 패배 원인으로 평택을 선거에 따른 지지층 균열, 군소정당을 대하는 민주당의 오만한 태도와 함께 "대통령의 오만한 모습"을 꼽았다. 투표지 노출 장면, 스타벅스 관련 SNS 글 등이 근거로 적혀 있다. 정작 후보 공천권을 행사한 정 대표의 책임은 어디에도 없다. 이 글은 캡처돼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졌다. 글을 쓴 것이 맞는지 묻는 질의에 박 대표는 9일까지 답하지 않았다.
박지원 의원은 한발 더 나갔다. 그는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두고 "실제로 대통령께서 전당대회에 등판을 하신 거예요"라며 "안 하셔야 되는 것은 안 하셔야 돼요"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전당대회 개입으로 규정한 발언이다. 정작 박 의원이 선거 기간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희수 진도군수를 치켜세우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확인됐다. 지역구 민주당 후보 입장에서는 해당 행위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론조사 격차는 11.6%포인트
8일 발표된 차기 민주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김민석 총리는 28.8%로 3.3%포인트 올랐다. 정 대표는 17.2%로 8.4%포인트 떨어졌다. 민주당 지지층만 놓고 보면 51.2% 대 28.4%로 격차가 더 벌어진다. 정 대표는 조국혁신당 지지층에서 28.9%를 얻어 민주당 지지층에서보다 높은 지지를 받았다. 정 대표가 선거 다음 날 "서울이 아프다"며 선거 연대를 언급한 것과 맞물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조사 방식에 따라 정 대표가 앞서는 결과도 있어 수치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8월 17일 열린다. 당규상 당대표 사퇴 시한은 정해져 있지 않다. 친명계 이건태 의원은 "선수가 룰 만들면 안 된다"며 정 대표가 연임에 도전하려면 먼저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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