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 공무원 정희철 면장(단월면)이 지난 추석 연휴 중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가운데, 그의 사망 전 행적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김건희 특검의 공흥지구 개발 비리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은 뒤 일주일 만에 사망한 정 면장은 개발부담금 미부과 당시 팀장을 지낸 인물이다. 27일 뉴탐사 특별방송에 출연한 여현정 양평군의원은 "특검 조사를 받고 나온 10월 3일부터 극단적 선택을 한 10월 10일까지 누구를 만났고 어떤 경위로 메모를 작성해 김선교 의원에게 전달했는지 반드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선교 의원, 고인 사망 직후 메모 먼저 공개
가장 큰 의혹은 김선교 의원이 고인의 메모를 가장 먼저 공개했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정 면장 사망 직후 자신의 SNS에 고인의 메모 사진을 첨부해 올렸다. 여 의원은 "온전하게 고인을 애도하고 추모했다기보다는 '봐라 나는 결백하지 않냐'는 메시지를 주려고 했던 것"이라며 "양평군 공무원들이 김선교 의원 한 사람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데도 자신의 결백만 생각하는 반인륜적이고 비겁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경찰은 메모가 고인의 사인을 가리는 데 있어 타살 혐의점을 판단하는 증거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메모 작성 경위와 김 의원에게 전달된 과정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사망 3일 전 횟집 회동 참석자 누구인가
정 면장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 3일 전인 10월 7일 횟집에서 누군가와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 의원과 뉴탐사는 이 자리에서 메모가 전달됐거나 작성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여 의원은 "완성된 메모가 건네졌을 수도 있지만 횟집에서 가필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횟집 회동 참석자가 고인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면 자살방조 혐의가 있을 수 있다. 이교섭 이장(단월면)의 아들이 김선교 의원의 비서관으로 재직 중인 점도 주목된다. 이교섭 이장이 뉴탐사와의 통화에서 "통화를 하면 전화 기록이 다 나온다"는 말을 반복한 것은 고인의 휴대폰에서 특정 기록이 삭제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극단적 선택 이틀 전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출신 변호인 선임
정 면장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 하루 전인 10월 8일 박경호 변호사를 선임했다. 박 변호사는 검사 출신으로 현재 국민의힘 대전시 대덕구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대전시당위원장 출마를 선언했고 내년 지방선거 출마가 예상되는 인물이다. 여 의원은 "누구를 위해 변호사를 선임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특검 조사 당시 피의자 신분이었던 정 면장이 검사 출신에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인 변호인을 선임한 것은 개인적 수사 대응을 넘어 정치적·조직적 대응 차원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검사 출신으로 수사 절차에 정통하고 국민의힘 핵심 인사인 변호사를 선임한 배경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더욱이 김선교 의원 보좌관과 정 면장이 10월 4일 통화한 사실이 1주일 뒤 정 면장 사망 후에야 공개된 점도 석연치 않다. 여 의원은 "왜 풀녹취를 공개하지 못하느냐"며 "통화 내용에 뭔가 숨기고 싶은 것이 있는 게 아니냐"고 의심했다.
국민의힘, 특검 방해 위해 고인 정쟁에 이용
국민의힘과 김선교 의원은 정 면장의 죽음을 특검의 강압 수사 탓으로 몰아가고 있다. 양평 지역에서는 관변 단체들이 나서 특검을 비난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하지만 여 의원은 "양평의 민심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국민들과 공무원들은 이 죽음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선교 의원이 본인 때문에 고통받는 공무원들을 생각하지 않고 정치적 면죄부를 받기 위한 도구로 고인의 죽음을 정쟁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평군의회는 이번 주 중 결의문을 채택해 행정안전부와 특검, 법무부 등에 발송할 예정이지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결의문 내용 수정을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김선교-윤석열, 20년 넘게 얽힌 관계
김선교 의원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관계는 2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 김 의원은 1980년부터 양평군 공무원으로 근무했고, 1985년에는 건설과에 있었다. 김건희 씨의 부친 김광섭 씨가 1987년 사망하기 전 양평군 공무원으로 산림과에 근무했던 점을 고려하면 김선교 의원과 김건희 씨 가족의 인연은 오래됐을 가능성이 크다. 김 의원은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양평군수 3선을 지냈다. 이 시기인 2012년 윤석열과 김건희 씨가 결혼했고, 2013년 윤석열이 여주지청장으로 부임했다. 김 의원은 최은순 씨(김건희 모친)가 군수실로 찾아와 개발 사업 관련 면담을 했다고 본인이 직접 밝힌 바 있다. 이후 김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적극 참여하며 캠프에서 각종 직책을 맡았고, 윤석열 당선 이후 국회의원이 됐다.
휴대폰 디지털 세탁 가능성도 제기
여 의원과 뉴탐사는 정 면장의 휴대폰이 극단적 선택 전에 디지털 세탁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교섭 이장이 "전화 기록은 다 나온다"는 말을 반복한 것은 오히려 휴대폰에 남아 있는 기록이 별로 없다는 확신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여 의원은 "휴대폰을 새로 교체했거나 필요한 정보들만 남겨져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뉴탐사가 취재한 청담동 술자리 은폐 사건에서도 관련자가 휴대폰을 교체하고 새 휴대폰이 누군가에게 건네져 완전히 세탁되는 과정이 확인됐다.
양평군의회 의장 사의 표명도 논란
황선호 양평군의회 의장(국민의힘)은 최근 의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언론에 밝힌 이유는 '공무원을 지켜주지 못한 책임'이었다. 하지만 여 의원은 "인도적인 차원이라기보다는 김선교 의원을 위한 또 다른 분위기 깔아주기로 보는 시선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선교 의원이 군수로 있으면서 못된 일을 한 것 때문에 결국 많은 양평군 공무원들이 괴로워하고 심지어 극단적 선택까지 하게 된 것 아니냐"며 "특검을 원망하기 전에 본인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진실 규명 위해서는 마지막 7일간 행적 밝혀야
여 의원은 "계속 특검을 흔드는 것은 김선교 의원에게만 도움을 주는 것"이라며 "고인이 마지막에 누구를 만나서 어떤 대화를 하고 어떤 상태에 있었는지를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메모만으로는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며 "특검 조사를 받은 10월 3일부터 극단적 선택을 한 10월 10일까지 7일간의 행적이 샅샅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 면장의 안타까운 죽음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이 무엇인지, 그리고 누가 이 죽음에 책임이 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고인에 대한 진정한 추모가 될 것이다.
최신뉴스
여러분의 회비는 권력감시와 사법정의, 그리고 사회적 약자 보호 등을 위한 취재 및 제작에 사용되며, 뉴탐사가 우리사회 기득권을 견제할 수 있는 언론으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뉴탐사 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