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보도

고소는 요란했고, 조사는 거부했다…첼리스트 측 고소 100일 만에 '각하'

청담동 술자리 디지털 증거 조작 의혹 보도에 맞고소, 고소인 본인은 끝내 경찰 출석 안 해

2026-02-06 21:22:49

서울 방배경찰서가 6일 첼리스트 박모씨의 고소 사건에 각하 결정을 내렸다. 첼리스트가 시민언론 뉴탐사 기자 등 3명을 강요미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다. 각하 사유는 단순하다. 고소인 본인이 경찰 조사에 끝내 나오지 않았다.

▲ 방배경찰서 2025-3554 사건 수사결과 통지서(2026.2.6)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며 수사를 요청한 사람이, 정작 수사관 앞에는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100일 전으로 돌아가 보자.


증거 조작 의혹에 이제일 변호사, 고소로 맞불


지난해 10월 말, 뉴탐사가 첼리스트 휴대폰에서 추출된 내비게이션 파일 1,200여 개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KTX보다 빠른 속도로 서울 시내를 달린 것으로 찍힌 기록, 두 개의 네비게이션 앱이 동시에 켜진 기록, 사건 당일 핵심 시간대 7시간의 데이터가 통째로 사라진 정황. 누군가 데이터를 인위적으로 편집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기록들이었다.

▲ 뉴탐사 보도 직후 이제일 변호사가 강진구 기자에게 보낸 문자(2025.10.29)


이틀 뒤 첼리스트의 법률대리인 이제일 변호사가 움직였다. 서초경찰서에 고소장을 내고 SNS로 알렸고, 노컷뉴스·아시아경제·조선일보·TV조선이 일제히 보도했다. 4개 매체 모두 처음에는 첼리스트 측 주장만 실었다가, 뉴탐사가 반론을 요청하자 이를 반영했다.

▲첼리스트 고소 사실을 일방적으로 전달한 4개 매체 기사



변호인이 감춰진 퍼즐 조각을 스스로 꺼냈다


이제일 변호사의 반박이 오히려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다. 그는 첼리스트가 구룡터널을 통과하지 않고 내곡IC에서 P턴해 염곡사거리로 갔다고 주장했다. "현대자동차 건물이 좌측으로 보이는 지점"이라고 구체적으로 특정까지 했다.


문제는 이 염곡사거리가 경찰 수사보고서에서 의도적으로 빠진 바로 그 구간이었다는 점이다. 내비게이션 이미지 5장 중 하나를 경찰이 수사보고서에서 누락시켰는데, 첼리스트의 변호사가 그걸 스스로 세상에 꺼내놓았다.


뉴탐사가 직접 차를 몰고 달려봤다. 구룡터널 사거리에서 염곡사거리까지 4.3km. 그런데 내비 기록에는 40초 만에 도착한 것으로 찍혀 있다. 시속 387km. KTX보다 빠르다. 축지법을 쓰지 않는 한 불가능한 속도다. 실제로는 신호등 없이 밟아도 5분이 걸렸다.


같은 날 밤 8시 1분 58초. 논현동에서 "출발합니다" 안내음이 나왔다. 그런데 정확히 같은 초에 압구정로 안내음도 기록돼 있었다. 두 지점은 차로 3~4분 거리다. 출발하자마자 3분 뒤 도착할 곳을 안내하는 네비게이션은 세상에 없다. 게다가 이 압구정로 파일은 같은 이름으로 세 번 복사돼 있었다. 컴퓨터에서 파일을 수동으로 붙여넣을 때만 생기는 흔적이다.


변호하려다 조작의 증거를 만들어줬다.


고소 보도가 증거 의혹을 전국에 알렸다


뉴탐사의 반박 보도가 나오자, 국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동안 국회 기자회견에서도 묵살됐던 디지털 증거 조작 의혹이 4개 매체를 통해 동시에 보도된 것이다. 고소 소식을 전하려던 기사가 증거 오염 의혹을 전국에 알리는 결과를 낳았다.


뉴탐사도 곧바로 이제일 변호사와 첼리스트를 무고죄(형법 제156조)로 맞고소했다. 경찰이 직접 확인한 이동 경로는 '구룡터널 통과'다. 그런데 고소장에는 "P턴해서 양재 방면으로 갔다"고 적혀 있다. 경찰이 확정한 사실과 정반대되는 내용을 고소의 전제로 삼은 것이다.


관할 이송도 묘하게 교차했다. 첼리스트 측이 서초서에 낸 고소장은 방배서로 넘어갔고, 뉴탐사가 방배서에 낸 무고 고소장은 서초서로 넘어갔다. 청담동 술자리를 최초 수사했던 바로 그 서초서가 무고 사건까지 맡게 된 셈이다.


구분 고소인 피고소인 혐의 관할 결과
첼리스트(이제일 변호사 대리) 강진구, 박대용, 김성수 강요미수 서초서→방배서 각하 (2.6)
강진구, 박대용 첼리스트, 이제일 변호사 무고 방배서→서초서 수사 중


침묵만이 유일한 탈출구였다


방배서의 첼리스트 측 고소는 100일을 끌다 6일 각하됐다. 고소인이 조사에 안 나왔으니 수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일 변호사는 큰소리를 쳤다. 그런데 왜 정작 첼리스트 본인은 경찰 앞에 서지 않았을까.


조사에 응하면 P턴 주장에 대해 심문을 받는다. "P턴을 했다"고 말하면 경찰 자체 기록과 모순되는 허위 진술이 된다. "사실은 터널로 갔다"고 말하면 변호인의 주장이 거짓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어느 쪽을 말해도 서초서에서 수사 중인 무고 사건의 증거가 된다.


결국 침묵만이 유일한 탈출구였던 셈이다.


하지만 각하됐다고 끝이 아니다. 무고죄는 허위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한 순간 이미 범죄가 완성된다. 나중에 진술을 안 했다고 해서 없던 일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자신이 건 고소에서는 조사를 거부할 수 있지만, 무고 피의자로서의 조사는 거부할 수 없다. 출석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이 청구될 수도 있다.


고소로 공세를 폈던 이제일 변호사와 첼리스트가 스스로 놓은 덫에 걸린 셈이다.


이제 '말'이 아닌 '과학'이 심판할 차례다


지난 1월 14일 서울중앙지법 재판 변론기일. 방청석에 열린공감TV 서정필 기자 한 명만 앉아 있었다. 2022년 언론이 앞다투어 몰려들었던 사건이다.


서정필 기자는 자신의 전 직장인 평화나무와 인터뷰를 했지만, 정작 본인의 매체인 열린공감TV에는 관련 기사를 내지 않았다. 유일한 방청객이 취재 목적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재판 상황을 이제일 변호사를 통해 첼리스트 측에 전달하는 역할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디지털 증거 감정을 의뢰했고, 첼리스트 증인 출석은 감정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연기됐다. 증인을 부르기 전에 증거가 진짜인지부터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첼리스트 측에는 불리한 신호다.


현재 이 사건에는 세 갈래 절차가 동시에 돌아가고 있다. 서초서의 무고 수사, 국과수의 디지털 증거 감정, 그리고 3월 12일로 예정된 다음 재판.

고소는 요란했지만, 남은 것은 조작의 흔적뿐이다. 이제 '말'이 아닌 '과학'이 그날 밤의 진실을 심판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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