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가거도 방파제 비리 수사 외압 이명준 서해청장 결국 물러나…박지원 "박우량 지지한다" 발언 파문
언론중재위서 정정·반론보도 신청 대부분 기각…설계업체 혜인이엔씨도 '조정 불성립' 망신
3천억 원이 투입된 가거도 슈퍼 방파제 비리 의혹과 수사 외압 논란의 핵심 인물인 이명준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12월 12일 인사에서 이명준 청장은 해양경찰청 본청으로 전보됐다. 승진이 아니다. 특별한 보직 없이 본청 소속으로 남아 계급 정년을 채우고 퇴직하라는 의미다. 국정감사에서 위증 의혹까지 받으며 국회 고발이 검토되는 상황에서 내려진 인사다.
이명준 청장은 최근까지도 중국 주광주 총영사관을 방문하는 등 대외 활동을 이어갔다. "아직 건재하다"는 메시지를 수사 외압 의혹 관련 참고인들에게 보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결국 승진 없이 본청행이 결정됐다. 다만 해양경찰청장 자리가 여전히 공석인 상황에서 이명준 청장이 주변에 "청장 가능성"을 언급하고 다닌다는 전언도 있어, 향후 전남경찰청의 수사 결과가 더욱 중요해졌다.
언론중재위, 이명준 청장 정정보도 신청 사실상 기각
이명준 청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뉴탐사 기자에게 "언론중재위에 조정 신청을 해놨는데 이렇게 하는 거는 보복성 취재"라고 항의한 바 있다. 그만큼 언론중재위 제소에 기대를 건 셈이다. 이명준 청장이 제출한 정정·반론보도문은 4페이지에 달했다. 언론계에서도 이례적인 분량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중재위원들이 받아들인 것은 "특정 학연 관계에 있는 피의자를 보호하기 위해 수사에 개입하거나 부당하게 인사조치 내린 사실이 없다"는 단 한 줄의 반론문뿐이었다. 4페이지 분량의 정정·반론 요구 중 나머지는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실상 기각에 가까운 결과다.
설계업체 혜인이엔씨, "혹 떼려다 혹 붙여"
가거도 방파제 설계·감리를 맡았던 혜인이엔씨도 언론중재위에 반론보도를 신청했다. "초기 실험과 최종적으로 안정적인 실험 결과가 있었다. 보고서 겉표지만 바꿨을 뿐 조작한 적 없다"는 주장이었다. 결과는 '조정 불성립'. 정정보도는 물론 반론보도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실상 기각이다.
언론중재위 현장에서 결정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뉴탐사 측이 혜인이엔씨가 제출한 보고서에 첨부된 모형 실험 사진을 확대해 보여준 것이다. 보고서에는 "실험 결과 이상 없음"이라고 기재돼 있었지만, 사진을 확대하자 블록들이 엉망으로 이탈한 상태가 드러났다. 중재위원들의 표정이 달라졌다는 후문이다.
더 결정적인 증거도 있다. 혜인이엔씨가 제출한 동영상은 50초 분량이었다. "실험 결과 이상 없음"을 보여주기 위한 영상이었다. 하지만 뉴탐사가 확보한 원본 영상은 약 15분 분량이다. 51초, 52초 지점에서 블록들이 날아오르며 이동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왜 50초에서 영상을 잘랐는지, 그 의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가거도 방파제 비리를 최초 제보한 정정재 대표는 "앞쪽으로 날아온 블록들, 유공 피복 블록 뒤편에는 저런 블록들이 있으면 안 된다"며 "파도와 월파로 블록들이 뒤편으로 가 있고, 마운드가 노출되면 세굴 현상이 일어나 거대한 케이슨이 무너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비록 언론중재위가 사법 기관은 아니지만, 국가 기관에 의해 모형 실험 결과 조작이 사실상 인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는 덮는 게 예술" 녹취 공개…전남경찰청 수사는 8개월째 제자리
가거도 방파제 비리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증거는 이철우 총경과 모금원 경위 사이의 통화 녹취다. 이철우 총경은 당시 가거도 비리 수사 결재 라인에 있지 않은 인물이었다. 수사가 시작된 지 불과 2주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 어떻게 수사 기밀을 알 수 있었을까.
녹취에서 이철우 총경은 "야, 한번 생각해 보시오. 저 뭐 있는 놈입니까? 그럼 누가 책임져요?"라며 "수사는 하는 거보다 덮는 게 예술이야"라고 말했다. 이철우 총경은 현재 대기발령 상태다. 해양경찰청 내부에서는 경징계가 아닌 중징계로 처리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모금원 경위는 "이철우 총경이 지금이라도 사실대로만 이야기해 주면 된다"며 "왜 그걸 본인이 다 짊어지고 가려고 하느냐. 이명준 청장이 한 게 확실한데"라고 호소했다. 수사 결재 라인에 없던 이철우 총경에게 수사 기밀을 알려준 사람이 누구인지, 그 확인만 하면 되는 수사를 전남경찰청이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남경찰청의 수사는 8개월째 지지부진하다. 모금원 경위가 전남청 수사팀장과 통화한 녹취가 이를 보여준다. 모금원 경위가 "인사위원회 관련자들 조사 받았느냐"고 묻자, 수사팀장은 "사실확인서를 제출했다"고 답했다. 모금원 경위는 "사실확인서 제출한다고 조사를 안 하느냐. 그 사람들은 직권남용죄 공범 아니냐"고 따졌다. 수사팀장의 대답이 의미심장하다. "알겠습니다. 저희도 하고 싶은데…"
누가 못 하게 하느냐는 질문에 수사팀장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하고 싶은데"라는 말이 던지는 의미는 무겁다. 이명준 청장과 고등학교 4년 선배 사이인 오운열 전 해수부 국장에 대한 수사도 마찬가지다. 오운열 전 국장은 JTBC 취재 당시 이명준 청장과 "통화한 사실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전남청은 "통화 내역이 없으니 죄가 안 될 것 같다"고 모금원 경위에게 여러 차례 통보했다.
전남경찰청 방문했더니 "질문지 주세요"
뉴탐사 취재진이 지난 금요일 전남경찰청을 방문했다. 담당자는 아무도 없었다. 홍보팀으로 안내받았지만, 언론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메일로 질문 주시면 답변 드리겠습니다"가 전부였다.
수소문 끝에 찾아낸 대응 담당자는 전남청 반부패수사대장이었다. 통화에서 그는 "지금 밖에 출장 나와 있다"고 했다. 서울에서 목포까지 내려온 기자가 잠깐이라도 만날 수 있느냐고 묻자, 대답은 단호했다. "만나는 거는 좀 곤란합니다. 전화 통화도 어렵습니다. 질문지를 주십시오. 제가 한 말들이 전부 여과 없이 방송에 나가서 곤란한 부분들이 있어요."
홍보 담당자들에게도 수사 상황을 공유하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무언가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호남 지역의 이른바 '우리가 남이가' 문화, 패거리 문화가 수사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지원 의원 "나는 박우량 지지해요"
박지원 의원이 최근 목포MBC 보도국장을 지역 정치인들과 함께 만났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휴일에, 아무도 없는 MBC를 방문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목포MBC가 가거도 방파제 문제를 집중 보도한 직후의 일이다.
뉴탐사 취재진이 목포 현지 행사장에서 박지원 의원을 만났다. 목포MBC 방문 건을 묻자 박지원 의원은 "전혀 가거도 소리도 없어. 그리고 가거도 나는 알지도 못하고"라고 답했다.
이어진 질문에서 충격적인 발언이 나왔다. 목포신안시민연대 관계자가 "왜 박우량 전 군수 지지하십니까"라고 묻자, 박지원 의원은 "난 박우량 지지해요"라고 답했다. "비리가 많은 사람을 지지하느냐"고 되묻자, 박지원 의원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수행원들이 해당 관계자를 끌고 나갔다.
박우량 전 신안군수는 4선 군수 출신이다. 군수직 상실 후 본인 입으로 "광복절 때 특사 사면 될 것"이라고 말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지난달에는 정청래 당대표의 특보가 됐다. 신안군은 인구 5만 명이 채 안 되지만 예산이 1조 원이 넘는다. 신안군 주민들 사이에서는 "박우량만 아니면 된다"는 말이 나온다. 휴대폰에 박우량을 '불량'으로 저장해둔 주민도 있다.
목포MBC는 가거도 방파제 문제를 장기 시리즈로 보도했다. 목포 현지에서 장기 현안을 이렇게 집중 보도한 것은 거의 유례가 없는 일이라는 평가다. 뉴탐사 보도 이후 국정감사에서 질의가 이뤄지긴 했지만, 목포MBC 보도가 없었다면 여론이 슬그머니 가라앉고 이명준 청장이 승진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의로운 수사하다 먼바다로 쫓겨난 경위, 복귀시켜야"
가거도 방파제 비리를 수사하다 부당 인사로 경비정 근무를 하게 된 모금원 경위는 여전히 공해상에서 배를 타고 있다. 정정재 대표는 "의로운 수사를 하다가 지금 먼바다 공해상에서 배를 타고 있는 모금원 전 팀장님이 하루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진정한 수사를 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호남 지역에서 뉴탐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고차 매매상가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 모금원 경위를 알아보고 "뉴탐사 보고 안다"며 커피를 대접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군대 후임들도 연락이 왔다. "멋지다"고.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라는 인식, 누구를 후보로 내세우더라도 호남 시민들은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안이한 생각이 호남 지역 적폐 세력에 대한 심판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 지역 부패 카르텔에 대한 추적 보도는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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