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가거도 방파제 3000억 비리 수사 외압 의혹, "수사는 덮는 게 예술" 녹취 공개
이명준 서해청장, 부당 인사 폭로한 모금원 경위에 언론중재·손배 1억 청구...국정감사 앞두고 태도 급변
가거도 방파제 건설 비리 수사를 진행하다 부당 인사 발령을 받았다고 주장한 모금원 경위의 폭로에 대해 이명준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이 언론중재를 신청했다. 3000억 원이 투입된 가거도 방파제가 설계 단계부터 부실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던 모금원 경위는 수사 외압을 받았다며 지난달 뉴탐사를 통해 실명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명준 청장은 그동안 뉴탐사의 취재 요청을 회피하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갑자기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와 손해배상 1억 원을 청구했다.
검찰 3차례 무혐의, 그러나 수사는 제대로 안 했다
모금원 경위에 따르면 가거도 방파제 건설 비리는 이미 목포지검에서 3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이다. 검찰은 고발인과 피고발인 조사만 하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모금원 경위는 "수사라는 것은 현장 사실을 밝히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고 중요 참고인을 조사하며 강제수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한 후 피의자를 조사해 혐의 사실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고발인과 피고발인만 조사하고 부인한다고 사건을 종결하면 그게 수사냐"고 반문했다.
검찰 수사 기록을 정보공개 청구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금원 경위는 "검찰 기록을 보면 전혀 수사가 안 됐다"며 "제대로 된 수사였다면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수사에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것으로 봤다.
"수사는 덮는 게 예술"...본청 과장의 노골적 외압
지난해 10월, 모금원 경위가 가거도 방파제 비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준비하자 본청의 이 모 과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수사 라인에 있지 않은 본청 과장이 어떻게 수사 진행 상황을 알았는지는 의문이다. 이 과장은 모금원 경위와 친분이 있는 사람이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과장은 "수사는 하는 것보다 덮는 게 예술이야"라고 말했다. 3개월 안에 수사를 끝내라는 압박도 있었다. 모금원 경위는 "이런 사건을 3개월 만에 끝낼 수 있는 사람은 신"이라고 반박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과장이 모금원 경위의 인사 발령까지 예고했다는 점이다. "내가 보기에 내년 1월에는 너 서해 바다 한가운데서 3000톤급 항해 부서원이나 돼 있을 것 같다"는 발언이 그대로 현실이 됐다.
삼성물산 현장소장 "본사에 말해요"...책임 회피
뉴탐사는 가거도 방파제 공사 관련자들을 직접 만났다. 삼성물산 당시 현장소장 고경환 상무는 법정에서 만난 자리에서 "본사 토목담당 부장한테 얘기하세요"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관동대 모형실험에서 근고블록 이탈이 확인됐고, 삼성물산이 이를 먼저 발견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도의적 책임을 묻는 질문에는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 3000억 원이 투입된 방파제가 계속 보수공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시공 책임자의 이런 태도는 논란을 키운다.
설계사 대표의 폭탄 발언 "공무원들 다 봤다"
혜인E&C 김흥식 전 사장의 발언은 더 충격적이다. 모형실험 결과 조작 의혹에 대해 그는 "공무원들이 다 입회했다"고 말했다. 관동대 김규한 교수의 모형실험에 해수부 공무원들이 참석해 근고블록 이탈을 직접 목격했다는 것이다.
김 전 사장은 "우리가 무슨 힘이 있다고 보고서를 고치냐"며 "발주처 공무원들이 다 봤는데 그들의 동의 없이 어떻게 고치냐"고 반문했다. 이는 해수부 공무원들이 설계 조작을 방조했거나 지시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후임 수사팀은 혜인E&C가 해수부를 속였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김 전 사장의 진술은 이와 정반대다. 수사팀이 혜인E&C 관계자를 제대로 조사했다면 공무원 책임을 밝혀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준 청장 "수사 외압 지시한 적 없다"
이명준 청장은 언론중재 신청서에서 수사 외압 지시 사실을 부인했다. 피의자 중 한 명이 지인(광주 동신고 4년 선배)이어서 수사 내용을 보고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수사 라인에 있지 않은 본청 과장에게 외압을 지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금원 경위의 반박은 구체적이다. 압수수색 영장을 보고하러 갔을 때 광역수사대장이 청장실에서 극대노를 당했다. 대장이 청장실에서 전화할 때 직원들이 전화기 너머로 이명준 청장의 고함소리를 들었다. 대장은 내려와서 "지금까지 직장생활 몇십 년 동안 이렇게 치욕 느껴본 적 없다"며 분노했다.
수사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모금원 경위가 작성한 사건 진행 보고서에는 "향후 압수수색 영장 신청 검토"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 보고서를 광역수사대장이 청장에게 보고했고, 그 자리에서 청장이 극대노했다.
맞춤형 인사 규정 개정으로 모금원 경위 축출
더 큰 문제는 인사 규정 조작이다. 이명준 청장은 인사 규정을 바꾸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수사과에서 최대 7년간 근무할 수 있는 규정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그러나 2025년 2월 작성된 서해청 수사과 보직 기준에는 새로운 조항이 생겼다. "수사부서 동일 계 또는 동일 대에서 연속 근무는 3년을 초과할 수 없음." 4년차였던 모금원 경위를 겨냥한 맞춤형 규정이다.
인사위원회도 형식에 불과했다. 4년차 이상 근무자 7명 중 6명은 1년 유예가 승인됐다. 모금원 경위만 유일하게 부결됐다. 위원장은 도 모 수사과장이었는데, 그는 이명준 청장이 모금원 경위를 발령 내려 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호남 지역 카르텔의 평화를 깬 수사
모금원 경위는 왜 이렇게 집요하게 쫓겨났을까. 그는 과거에도 목포시 지자체 공무원들의 83억 원 국고보조금 횡령 사건을 수사하려다 이명준 청장의 외압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이명준 청장은 "딴 데 쓴 것도 아닌데"라며 수사를 막으려 했다.
가거도 방파제는 3000억 원 규모다. 지역 건설업체들이 참여했고, 이들은 지역 정치인과 연결돼 있다. 목포지검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도 지역 평화를 위해서였을 가능성이 있다. 모금원 경위의 수사는 이 평화를 깨뜨리는 행위였다.
더욱이 이명준 청장의 고등학교 선배가 해수부 국장으로 가거도 방파제 실무 책임자였다. JTBC 인터뷰에서 이명준 청장은 이 선배와 통화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수사 관련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 질의를 범죄로 몰아
이명준 청장 측은 더 나아가 국회의원의 정당한 감시 활동을 범죄로 규정하려 했다. 문금주 의원이 모금원 경위의 부당 인사에 대해 질의하자, 서해청은 내부 문건에서 "국회의원이 경찰 인사와 수사에 개입하는 행위는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청탁금지법 위반 가능성을 검토했다.
국회법 위반 징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헌법 46조를 근거로 "국회의원은 지위를 남용하여 계약이나 처분에 의하여 권리·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하여 그 취득을 알선할 수 없다"고 적었다.
피감기관이 국회의 감시 활동을 불법으로 규정하려 한 것은 중대한 국회 모독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법 독립을 내세워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거부한 것과 유사한 논리다.
국정감사에서 진실 가려질까
이명준 청장과 모금원 경위, 본청 이 모 과장은 모두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모금원 경위는 "이명준 청장이 당당하다면 국정감사에서 지금 주장하는 내용을 그대로 증언하면 된다"고 말했다.
서해청 직원들은 대부분 이명준 청장이 모금원 경위를 발령 내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청장이 현직에 있는 상황에서 증언하기 어렵다. 국회가 사실관계를 제대로 조사하려면 이명준 청장을 일시적으로라도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모금원 경위는 "만약 거짓말을 하면 징역 5년을 살아야 한다"며 "이명준 청장도 뒤에 숨지 말고 당당하게 나와서 본인의 증거를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가거도 방파제는 지금도 매년 수백억 원의 보수비가 투입되고 있다. 3000억 원을 들여 지은 방파제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국민 혈세 낭비를 막으려던 경찰관이 쫓겨나고, 비리를 덮으려던 책임자는 해양경찰청장 후보로 거론된다. 국정감사가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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