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뉴탐사

심덕섭 고창군, 맞춤형 조례로 군재산 특혜 매각 의혹

30억 금품 살포 진술 이어… 자본잠식 1인 기업에 43억 고추유통센터 수의계약

협약 한 달 뒤 수의계약 길 연 조례 신설… 7월 협약·8월 조례

자본잠식 1인 기업이 260억 투자 약속하고 43억 센터 인수

잔금 231일 연체에 목적 외 임대까지, 고창군은 환매 안 해

2026-06-15 09:20:16

고창군이 자본잠식 상태이던 1인 기업에 군 공유재산을 수의계약으로 넘겼다. 매각 대상은 고추종합유통센터, 가격은 43억여원이었다. 그런데 수의계약을 가능하게 한 조례가 매각 협약을 맺은 한 달 뒤에 신설됐다. 심덕섭 군수 행정 아래 벌어진 일이다. 뉴탐사가 매일전북신문과 함께 매각 서류와 현장을 확인한 결과 곳곳에서 의문이 드러났다.


협약은 7월, 근거 조례는 8월


고창군과 에스비푸드는 2023년 7월 20일 투자협약을 맺었다. 에스비푸드가 센터를 인수해 5년간 260억원을 투자하고 70여명을 고용한다는 내용이었다. 공유재산을 팔 때는 공개입찰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 거래는 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수의계약의 근거가 된 고창군 공유재산 관리 조례 개정안은 그해 8월 1일 신설됐다. 협약보다 앞선 7월 5일 의안이 상정됐고, 7월 13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신설 조항은 상시 종업원 30명 이상을 두거나 원자재의 30% 이상을 고창에서 조달하는 기업에 한해 수의계약을 허용했다. 실제 매매계약은 같은 해 10월 30일 체결됐다.


5000만원으로 시작한 자본잠식 기업


에스비푸드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출발한 1인 법인이다. 본점은 경기도 남양주, 공장은 경기도 광주에 있다. 농산물을 원료로 올리고당과 물엿을 만드는 회사다. 2022년 말 재무제표를 보면 자산총계 26억5700만원에 부채총계 27억200만원으로, 자본이 4500만원 잠식된 상태였다. 한 기업분석 보고서에서 이 회사의 신용은 거래 안전성이 떨어질 수 있는 등급으로, 현금흐름은 적자가 이어지는 위험 단계로 분류됐다.


계약을 앞두고 자본금은 늘었다. 그해 10월 5억원으로, 다시 15억원으로 증자됐다. 매매계약 시점의 자본금은 5000만원이 아니라 15억원이었다. 다만 이 15억원의 출처가 분명하지 않다. 에스비푸드 대표는 취재진에게 "거래처에서 투자받았다"고만 밝혔고, 투자처는 공개하지 않았다. 자본금 5억원도 없던 회사가 260억원 투자를 약속하고 43억원짜리 군 재산을 인수했다.


잔금 233일 연체, 그래도 환매는 없었다


계약서대로라면 잔금은 계약 30일 안에 내야 했다. 계약금 10%는 계약 다음 날인 10월 31일 들어왔다. 잔금 납부 마감일은 11월 28일이었다. 그러나 잔금은 해를 넘겨 2024년 7월 19일에야 납부됐다. 233일이 지난 뒤였다. 연체료만 2억4900만원이 붙었다. 이 계약은 환매특약부 매매계약이었다. 잔금을 제때 내지 않거나 소유권 이전 뒤 3개월 안에 설비투자에 착수하지 않으면, 고창군이 계약을 해제하고 재산을 도로 사들일 수 있는 조건이었다. 두 조건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고창군은 환매에 나서지 않았다.


올리고당 공장 대신 배추 창고


센터는 약속대로라면 지난해 가동에 들어갔어야 한다. 취재진이 현장에서 확인한 모습은 달랐다. 한쪽 저온창고에는 연천에서 실어 온 배추가 쌓이고 있었다. 저온창고 15개 동 가운데 9개 동을 배추 저장에 쓰고 있었다. 다른 한쪽은 황토배기유통이라는 고구마 업체가 오래전부터 임대해 쓰고 있었다. 정작 올리고당 생산 설비는 보이지 않았다. 매각 목적과 다른 임대 사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에스비푸드는 이 임대수입으로 인수 대금 대출의 이자를 메우는 정도의 금액으로 보인다.


60개월은 봐줄 수 있다는 군수


고창군청 재무과는 위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담당 팀장은 기업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기다려 주고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고창군의회에서는 한 의원이 군정질의로 이 문제를 따졌다. 환매특약 위반이면 환원 조치를 해야 하는데 왜 하지 않느냐는 물음이었다. 심덕섭 군수는 "60개월까지는 연장해 줄 수 있다"고 답했다. 늦어질수록 연체료를 더 내게 돼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군수는 설비투자를 위해 리모델링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현장 확인 결과 그것은 리모델링이 아니라 고장 난 저온창고 두 개 동을 수리한 것이었다.


1년 전과 똑같은 대답


취재진은 에스비푸드의 경기도 공장과 남양주 사무실을 찾았다. 공장 직원은 설비투자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사무실의 한 이사는 어떻게 고창 센터를 알고 인수했느냐는 질문에 "알고 있지만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대표는 전화 통화에서 연내 설비를 갖춰 내년부터 정상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1년 전 같은 회사 대표가 한 답과 거의 같았다. 그 1년 동안 공장에서 달라진 것은 없었다.


30억 살포 진술과 겹치는 의심


의혹의 배경에는 또 다른 사건이 있다. 심덕섭 군수가 2022년 군수에 당선되는 과정에서 측근들을 통해 30억원대 자금을 살포했다는 진술이 앞선 보도로 제기됐다. 이 진술은 측근 김씨가 국가수사본부 수사관 앞에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추유통센터를 둘러싼 의심도 여기서 출발한다. 군수 선거를 도운 누군가에게 군 재산을 싸게 넘겨 임대수익을 안긴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에스비푸드는 그 통로일 뿐이라는 추정이다. 취재진은 이를 어디까지나 합리적 의심이자 추정이라고 못 박았다.


보도한 기자는 회사에서 잘렸다


이 사건을 처음 파헤친 신익희 기자는 대가를 치렀다. 당시 새만금일보 소속이던 신 기자는 지난해 고추유통센터 매각을 세 차례에 걸쳐 보도했다. 고창군은 정정보도를 청구했고, 법원은 두 가지 점에 대해 정정보도를 결정했다. 계약 당시 자본금이 15억원으로 증자된 상태였다는 점, 공유재산 공고 절차가 사전에 진행됐다는 점이었다. 신 기자는 이를 지엽적인 말꼬리 잡기로 본다. 정작 매각 자체의 의혹은 다투지 않았다고 그는 반박했다. 신 기자는 정정보도 결정 직후인 지난 4월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면직됐다. 16년간 같은 신문에서 일하며 고창군 광고를 연 3000만원 안팎 따냈던 기자였다. 군 광고가 끊길 것을 우려한 회사가 그를 내보낸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신 기자는 지금 매일전북신문에서 고창군 보도를 잇고 있다.

Copyright ⓒ 시민언론뉴탐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뉴스

주요 태그

시민언론 뉴탐사 회원이 되어주세요.
여러분의 회비는 권력감시와 사법정의, 그리고 사회적 약자 보호 등을 위한 취재 및 제작에 사용되며, 뉴탐사가 우리사회 기득권을 견제할 수 있는 언론으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뉴탐사 회원가입
Image Descrip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