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보도
법원, 더탐사 강진구·최영민 구속영장 기각…"구속 사유 소명 부족"
한동훈 장관 주거침입 혐의 영장실질심사, 강진구 2시간 반·최영민 1시간 진행
더탐사 강진구·최영민 대표 구속영장 모두 기각
경찰 구속영장에 허위사실 다수 포함…판사 사실관계 파악 어려울 정도
변호인, 언론 취재 자유·취재원 접근권 등 집중 소명
앞서 법원, 스토킹 잠정조치서 "취재 자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판시
서울중앙지방법원이 30일 오전 1시경 시민언론 더탐사 강진구 기자·최영민 PD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주거침입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영장이었다. 법원은 "구속 사유와 필요성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두 사람은 기각 결정 직후 서대문경찰서 유치장에서 석방됐다.
영장실질심사는 전날인 29일 오후 3시 30분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됐다. 강진구 기자에 대한 심사만 2시간 30분이 걸렸다. 통상 30분 안팎인 영장심사 시간을 크게 넘긴 것이다. 최영민 PD에 대한 심사도 약 1시간 동안 이어졌다. 심사를 담당한 판사는 김세영 판사였다.
영장심사가 길어진 이유
변호인단에 따르면, 심사 시간이 길어진 핵심 원인은 경찰이 작성한 구속영장 자체에 있었다. 경찰이 작성한 영장에는 허위사실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권지연 기자가 하지 않은 욕설을 영장에 기재하는가 하면, 더탐사 취재진이 한동훈 장관 자택에 침입하려 한 것처럼 실제와 다른 내용을 넣어놓았다. 변호인단은 "판사가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실관계가 왜곡돼 있었다"고 전했다. 심사 시간의 상당 부분은 판사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바로잡는 데 소요됐다.
변호인단은 크게 세 가지를 소명했다. 첫째, 더탐사는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에 따라 신문법상 등록을 마친 언론사라는 점이다. 신문법은 취재원에 자유롭게 접근할 권리를 표현의 자유에 포함시키고 있다. 변호인단은 이 규정을 근거로 한동훈 장관에 대한 취재가 위법하다는 경찰 측 주장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둘째,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이다. 변호인단은 "청담 게이트에 대해 오랜 시간 보도해온 사람이 처벌을 두려워해 도망가면 보도를 누가 하겠느냐"고 주장했다. 셋째, 증거인멸 우려도 없다는 점이다. 한동훈 장관 자택 방문 영상은 유튜브 라이브로 송출됐고, 원본은 유튜브 서버에 저장돼 있다. 경찰도 이미 원본 영상을 확보한 상태였다.
판사, 유튜브 저장 방식 이해에 시간 소요
심사 과정에서 판사는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의 기술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라이브 방송의 경우 영상이 유튜브 서버에 직접 저장되기 때문에 더탐사가 원본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변호인단이 설명했다. 경찰은 더탐사 취재진의 자택까지 압수수색하면서 원본 확보를 시도했지만, 집을 뒤져서 나올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취재진의 휴대폰 제출 거부에 대해서도 변호인단은 취재원 보호 차원이라고 소명했다. 휴대폰에는 청담 게이트 외에 다른 취재 건의 제보자 연락처, 음성, 카카오톡 대화 등이 담겨 있다. 이 사건과 무관한 제보자들의 정보가 경찰에 넘어갈 경우 취재원 보호가 불가능해진다는 논리였다. 판사도 이 부분에 대해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변호인단은 전했다.
변호인단은 앞서 법원이 내린 스토킹 잠정조치 결정문도 영장심사에 제출했다. 지난 12월 10일 법원은 강진구 기자에 대한 스토킹 잠정조치를 판단하면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취재의 자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스토킹 행위 또는 스토킹 범죄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압수수색 14번, 수상 경력 13건"
변호인단은 강진구 기자의 언론인 경력도 심사에서 제시했다. 강진구 기자가 영장심사에 제출한 수상 내역은 13건이다. 2004년, 2008년, 2013년, 2014년 네 차례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다. 한국기자상은 한국기자협회 소속 기자 중 한 해 가장 뛰어난 보도를 한 기자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이 밖에 한국신문편집인상, 노근리평화상, 민주언론특별상, 참언론인상, 용감한기자상 등을 받았다. 변호인단은 "시민언론 더탐사에는 참언론인상을 받은 기자가 두 명 있다"고 설명했고, 판사가 고개를 들어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더탐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총 14차례 발부됐다.
판사는 심사 종료 시점까지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했다고 변호인단은 전했다. 두 사람을 모두 석방할 경우의 부담, 한 사람만 구속할 경우 동일 사안에 대한 형평성 문제, 두 사람 모두 구속할 경우 기자 구속이라는 판례에 남을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강진구 기자 "민주주의에 아직 희망 남아 있다"
석방 직후 강진구 기자는 서대문경찰서 앞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그는 "12시가 넘어가도 소식이 없어 체념하려던 차에 유치장 보호관이 '영장 기각됐습니다'라고 했다"며 "그 순간 우리 민주주의에 아직은 희망이 남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는 "법리적으로는 처음부터 범죄가 성립될 수 없는 것이고, 설령 범죄가 인정된다 해도 구속은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이 상식을 법관이 인정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했고, 그 부족한 용기를 시민들이 만든 여론이 채워준 것"이라고 말했다.
더탐사 측은 영장 청구 자체가 윤석열 정권의 자충수가 됐다고 해석했다. 영장 청구 소식이 전해진 뒤 그동안 청담 게이트를 관망하던 언론사 기자들로부터 "구속영장까지는 너무하다"는 반응이 잇따랐다고 더탐사 측은 전했다. 한 기자는 "기자의 취재 내용을 가지고 구속까지 해버리면 새로운 기준이 되기 때문에 자기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해왔다고 한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는 촛불행동, 서울의소리 등 32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문에서 이들은 "언론의 정당한 취재 활동을 범죄로 규정한 것"이라며 "이번 영장 청구는 한동훈 장관의 청담동 술자리 보도에 대한 검찰의 보복성 영장 청구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동훈 장관 관용차 운행일지 미작성 논란
더탐사 측은 이날 방송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관용차 운행일지 문제도 제기했다. 더탐사가 7월 19일과 20일 한동훈 장관 관용차의 차량 운행일지를 정보공개 청구한 결과, 운행일지가 작성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용차량 운영 규정에 따르면 차량 운행일지 작성 의무가 면제되는 기관은 대통령 경호처와 국가정보원 두 곳뿐이다.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면제 규정이 없다.
더탐사 측은 블랙박스 기록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한동훈 장관이 더탐사 기자를 고발할 때는 블랙박스 정보가 있었지만, 자신의 행적을 밝혀야 하는 상황에서는 블랙박스 정보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한편, 더탐사 측은 석방 이후 청담 게이트와 관련해 새로운 제보가 입수됐으며 추가 보도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최신뉴스
여러분의 회비는 권력감시와 사법정의, 그리고 사회적 약자 보호 등을 위한 취재 및 제작에 사용되며, 뉴탐사가 우리사회 기득권을 견제할 수 있는 언론으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뉴탐사 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