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청담동 다 빌렸어, 한동훈·윤석열 다 왔어" 첼리스트 녹취 확보
이세창 전 총재 "뭐 늦지도 않았어요" 술자리 인정 뒤 국감 후 "소설" 돌변…한동훈 "장관직 건다" 전면 부인
- 7월 청담동 고급 바에서 윤석열·한동훈·김앤장 변호사 30여 명 심야 술자리 의혹
- 현장 첼리스트, 남자친구에게 40분간 구체적 정황 진술…통화 녹취 확보
-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10월 11일·20일 두 차례 통화서 술자리 사실상 인정 뒤 국감 후 전면 부인
- 한동훈 "장관직 건다"…대통령실 "소설"…정권 전체가 부인에 나서
지난 7월 20일 오전 2시 56분. 첼리스트 박OO 씨가 남자친구 이OO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앤장 애들을 모아놓고 하는 거였어. 청담동 어디를 다 빌렸어. 근데 한동훈이랑 윤석열까지 다 온 거야." 박 씨는 방금 끝난 술자리에서 겪은 일을 40분에 걸쳐 쏟아냈다. 시민언론 더탐사가 이 통화 녹취를 확보했다. 이 술자리를 주선한 것으로 지목된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사실상 확인까지 받았다.
첼리스트가 남친에게 쏟아낸 40분
박 씨의 진술은 구체적이었다. 그날 낮에 이세창 총재가 주최하는 모임이 먼저 있었다. 소고깃집에서 인수위 출신 인사들과 김앤장 변호사들이 함께 식사했다. 이후 2차로 청담동의 바로 자리를 옮겼다. 바에는 그랜드 피아노와 고급 음향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밴드 마스터가 상주하는 오픈바 형태였다.
박 씨가 도착하자 이세창 총재는 김앤장 변호사들에게 박 씨를 "서울대 나오셔서 이탈리아에서 공부하고 오신 분"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는 한양대 출신이었지만 박 씨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김앤장 변호사들은 "저도 서울대인데 몇 학번이냐"고 물었고, 이세창 총재가 "우리 교수님한테는 자꾸 많은 얘기하지 마시라"고 막았다.
한동훈 장관이 먼저 도착했다. 박 씨는 "걔 올 때까지만 해도 조용했다"고 했다. 한동훈 장관이 오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갑자기 막 일어나서 노래 하나 하십시오 이러더니, 우리 첼리스트가 연주부터 한 곡 하고"라며 박 씨에게 연주를 요청했다. 한동훈 장관은 핸델 곡 연주가 끝나자 직접 노래를 불렀다. 박 씨는 한동훈 장관에 대해 "되게 날카로워", "싸가지 없어. 근데 총재한테는 수그리더라"고 묘사했다.
"VIP 들어오십니다"…새벽 1시에 나타난 윤석열
이후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박 씨는 "갑자기 'VIP 들어오십니다' 이러는 거야. 그 돼지가 들어오는 거야. 근데 그때가 1시야"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경호원들과 함께 새벽 1시에 나타났다. 이미 다른 곳에서 술을 마시고 온 상태였다. 박 씨는 "걔는 술을 먹고 온 거야. '어디서 오십니까' 이랬을 때 보니까 '어디 어디서 아 거기' 그러니까"라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동백 아가씨를 불렀다. 첼로 반주를 요청했다. 박 씨는 "3시간을 놀러 갔어"라고 했다. 참석자들은 태극기 배지를 만들어 서로 달아줬다. 건배사로 "우리는 하나다"를 외쳤다. 박 씨는 남자친구에게 "구호 외치던데. 건배사하고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 좋다고. 야, 그래도 머리 다 까진 할아버지들이 '우리는 하나다' 이런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인원은 약 35명이었다. "김앤장 애들만 30명이 넘어. 거기서도 대가리들만 온 거야"라고 했다. 처음에 서빙하던 여성들은 모두 내보냈다. "여자는 싹 내보내고 아예 없어." 박 씨 본인과 바의 사장, 밴드 마스터, 웨이터만 남았다. 대통령이 자리를 뜨기 전에는 먼저 나갈 수 없었다. 남자친구가 계속 전화를 걸어왔지만 받지 못했다.
연주 사례금은 200만원이었다. 이세창 총재의 보좌관이 미리 계좌로 입금했다. 대통령 앞에서 연주했는데 추가 사례는 없었다. 박 씨는 "대통령 그 새끼는 팁도 안 줘. 아무것도 돈도 안 줘"라고 했다.
"다 같은 패야"…첼리스트가 목격한 권력 구도
박 씨는 그날 본 권력 서열을 남자친구에게 이렇게 전했다. "윤석열도 그 총재한테 함부로 못 하더라고. 아 네네 이러면서 서로 존댓말 하더라고." 한동훈 장관에 대해서도 "그냥 좁밥이야. 총재한테 다 고개 숙이더만"이라고 했다.
이세창 총재가 이미 6월부터 "장제원, 권성동 이런 애들이랑은 아니야. 윤상현이 당대표 될 수도 있다"고 말해왔다는 것도 전했다. 박 씨는 "김앤장 애들이 다 움직이는 거야", "다 같은 패야"라고 정리했다. 김앤장과 한동훈, 윤석열, 인수위 출신 인사들, 미래전략 관계자들이 한데 어울린 자리였다.
지지율에 대해서도 언급이 나왔다. 박 씨가 "지지율이 너무 많이 떨어져서 심각한 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전혀 상관없다"였다. 박 씨는 "나라 망하는 걸 얘네가 더 바라고 있어. 지네 해먹을 게 더 많아"라고 했다. 수소 에너지 관련 이권으로 수백억씩 해먹는다는 이야기도 옆에서 들었다고 전했다.
술자리 장소…간판 없는 지하, 1인당 300만~400만원
박 씨는 바의 위치를 "청담동 갤러리아 뒤쪽 골목"이라고 했다. "차 들어오기 되게 불편한 데"라고도 했다. 지하였다. 사장은 "옛날 배우인가 모르겠는" 나이 든 여성이었다. 간판은 없었다.
더탐사가 청담동 현장을 취재하면서 만난 업계 관계자는 이런 바를 "룸바"라고 불렀다. 1인당 기본 비용이 300만~400만원이라고 했다. 아는 사람만 가는 곳이다. 발렛파킹 업자들도 입을 열지 않는다. 비밀을 유지하는 대가로 받는 수입이 한 달에 억대라는 설명이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왔다 가면 몇 년 동안 울어먹는다. 근데 여기는 그런 데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세창 총재, 두 번의 통화에서 술자리 사실상 인정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수석부총재는 경인일보가 "윤석열 당선의 숨은 일등 공신"이라고 보도한 인물이다. 대선 당시 국민의힘 동서화합미래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윤상현 의원과 여의도에서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술자리를 하다 과태료를 부과받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더탐사 강진구 기자는 첫 보도 전 이세창 총재와 두 차례 통화했다. 10월 11일 첫 번째 통화에서 강 기자가 "7월 20일 날 청담동 갤러리아 인근 카페에서 한동훈 장관, 윤석열 대통령, 김앤장 변호사들 모임이 있었잖아요"라고 묻자, 이세창 총재는 스스로 '대통령'과 '한동훈'이라는 이름을 입에 올리며 답했다. "대통령과 한동훈이 자리에서 일어난 일을 내가 말할 수는 없죠. 그렇잖아? 친하고 이렇게 할 수 있는데, 그건 예의가 아니고." 술자리가 없었다면 나올 수 없는 답변이었다. 강 기자가 "밤에 굉장히 늦은 시간이었는데"라고 하자 이세창 총재는 "뭐 늦지도 않았어요"라고 받았다. "자정 넘어서 모이셨잖아요, 새벽 3시까지 있었던 걸로"라는 말에도 부인하지 않았다. 어떤 취지의 모임이었느냐는 질문에 "서로 정부를 잘 해보자, 격려하는 모임이었나요"라고 묻자 "예,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10월 20일 두 번째 통화는 이세창 총재가 먼저 걸어왔다. 강 기자가 이세창 총재의 특보 유승관 씨에게 먼저 취재 전화를 한 뒤였다. 이세창 총재는 대뜸 "우리 유승관한테 그 첼로 이야기했어요?"라고 물었다. 강 기자가 첼리스트 닉네임을 '세아'라고 잘못 말하자 인지하지 못했지만, '채아'라고 바로잡자 곧바로 알아들었다. 강 기자가 "대통령하고 한동훈 장관 왔을 때 반주해 준 채아 씨요"라고 하자 "아~ 그래서?"라며 자연스럽게 받았다. 술자리 자체를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첼리스트가 대중가요 반주도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못 하는 게 없죠"라고 했다. "대통령도 굉장히 칭찬했다면서요, 연주를 듣고"라는 말에 "그러니까"라고 인정했다. "동백아가씨를 좋아하는 모양이죠"라는 질문에는 웃으면서 "글쎄 나는 모르겠어"라고 했지만, "동백아가씨 부르고 총재님께서도 많이 칭찬해 주셨다고 그러던데요"라는 말에는 "예, 맞아요"라고 답했다.
유승관 특보에게도 별도로 확인을 거쳤다. 유 특보는 첼리스트의 개런티에 대해 "많이 안 비싸요"라고 답했다. 금액을 아는 사람만 할 수 있는 대답이었다.
한동훈, 국감서 "장관직 건다"…그러나 즉답은 피했다
10월 24일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김의겸 의원이 이 의혹을 꺼냈다. "7월 19일 밤 술자리를 가신 기억이 있으십니까." 한동훈 장관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질문 다 해주시면 제가 답 드리겠습니다"라며 김 의원이 어떤 카드를 갖고 있는지 먼저 확인하려 했다.
이세창 총재의 녹취, 첼리스트의 통화 녹취가 차례로 공개되자 한동훈 장관은 격앙됐다. "저는 저 자리에 있거나 비슷한 자리에 있거나 반경 몇 킬로 안에라도 있었으면 다 걸겠습니다"라며 장관직을 걸었다. "이세창 총재라는 사람하고 스쳐본 적도 없다"고도 했다.
그런데 한동훈 장관은 의문을 남겼다. 10월 6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묻지도 않은 말을 꺼냈다. "제가 이상한 술집이라도 가는 걸 바랬겠죠." 기자가 스토킹 고소에 대해 물었을 뿐인데, 스스로 "이상한 술집"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대통령실·이세창, 국감 후 일제히 "소설"
국감이 끝나자 부인의 대열이 형성됐다. 이세창 총재는 경인일보와 조선일보에 "술자리 금시초문이다", "나쁜 놈들이 소설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9일 전 "뭐 늦지도 않았어요"라고 했던 사람, 4일 전 "대통령하고 한동훈 장관 왔을 때 반주해 준 채아 씨" 운운하며 첼리스트의 닉네임까지 알아들었던 사람이었다. 같은 날 밤 8시 27분, 대통령실도 "허무맹랑한 소설"이라고 했다. 이세창 총재와 대통령실이 "소설"이라는 동일한 단어를 사용했다.
첼리스트 박 씨에게도 확인을 시도했다. 강 기자가 "청담동 카페에 이세창 총재와 함께 가서 윤석열, 한동훈 앞에서 연주해 주신 적 있죠? 남친으로부터 들었습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박 씨는 "드릴 말씀 없고 이런 연락 다시는 받고 싶지 않습니다. 차단할게요"라고 답했다. 부인하지 않았다.
법무장관과 김앤장의 술자리, 왜 문제인가
대한민국 정부와 론스타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을 둘러싸고 소송 중이다. 한동훈 장관은 정부를 대표하는 법무부의 수장이고, 김앤장은 론스타의 법률 대리인이다. 소송의 양쪽 당사자 격인 법무장관과 상대측 로펌 변호사들이 심야에 한자리에서 술을 마셨다면 직무 관련성 문제가 발생한다. 술값을 김앤장 측에서 냈다면 뇌물 의혹까지 불거진다. 1인당 기본 300만~400만원인 바에서 김영란법 기준은 의미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다음 날 일정도 의문을 남겼다. 7월 20일 예정된 여성가족부 업무보고가 당일 갑작스럽게 연기됐다. 출근 사진에서 윤 대통령은 어깨가 축 처지고 눈빛이 밝지 않았다.
한동훈 장관이 장관직을 걸었고, 대통령실이 해명에 나섰다. 정권 전체가 이 술자리를 부인한 셈이다. 이 술자리가 사실로 드러나면 부적절한 만남 자체보다 거짓말의 후폭풍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더탐사는 CCTV 영상이나 현장 녹음 같은 직접 증거를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첼리스트의 통화 녹취, 이세창 총재의 두 차례 인정 발언, 유승관 특보의 부분 확인이라는 세 갈래의 취재 결과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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