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시사타파 이종원, 민주당 전당대회 여론조사 지역·나이 허위응답 유도
정청래만 국민여론조사 50.7%… 생방송서 "전화 한 통화가 80표야"
권리당원·대의원은 김민석 우세, 국민여론조사만 정반대 결과
진행자 "대구 경북이나 강원에 20대로"… 3시간 방송서 8차례
지시 42초 만에 채팅에 '센스' 확산… 허위응답 자백 28건 포착
17일 발표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후보가 이긴 곳은 딱 하나, 국민여론조사였다. 50.7% 대 49.3%, 1.4%포인트 차였다. 권리당원 투표와 대의원 투표에서는 김민석 후보가 모두 앞섰다. 그 사흘 전부터 시사타파TV 이종원 대표는 생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사는 곳과 나이를 바꿔 답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뉴탐사 취재진이 13~15일 방송 3편의 자막과 실시간 채팅 3만8000여건을 전량 내려받아 대조한 결과다.
여론조사에서만 흐름이 거꾸로 갔다
국민여론조사는 표본 4000명이다. 조사기관 두 곳이 2000명씩 맡았고, 결과는 전당대회 최종 득표의 30%에 반영된다. 권리당원 투표와 대의원 투표에서 김민석 후보는 모두 여유 있게 앞섰다. 두 표심이 같은 쪽을 가리켰으니 여론조사도 같은 방향으로 나오는 게 자연스럽다. 결과는 반대였다.
최고위원 순위도 갈라졌다. 국민여론조사 1위는 이성윤 후보, 3위는 한민수 후보였다. 두 사람은 당원 표보다 여론조사에서 각각 3%포인트, 1.94%포인트를 더 얻었다. 나머지 후보들은 여론조사에서 오히려 표가 깎였다. 이성윤 후보는 전당대회 기간 공표된 어떤 여론조사에서도 1위를 한 적이 없다.
"4천 명이 30%가 되면 전화 한 통화가 80표야"
이종원은 14일 방송 3시간 15분대에 계산을 직접 설명했다. "여론조사 30%가 몇 표냐고? 32만 표. 여론조사를 4천 명이 될 때까지 해요. (…) 그래서 4천 명이 30%가 되면 전화 한 통화가 80표야."
실제 투표수를 넣으면 숫자는 더 커진다. 권리당원 투표수 78만3357표를 기준으로 하면 여론조사 응답 한 명은 권리당원 84명분이다. 투표율이 50%였으니 당원 전체를 놓고 보면 160명분에 해당한다. 전당대회 내내 정청래 후보 측이 내건 구호는 '1인 1표'였다.
이 계산을 꺼낸 사람은 이종원만이 아니다. 최민희 최고위원은 15일 오전 8시 38분 페이스북에 '국민 여론조사 대응 가이드'를 올리면서 여론조사 응답 한 명이 권리당원 80표와 맞먹는다고 적었다.
"대구 경북이나 강원에 20대"
준비는 조사 하루 전인 13일부터였다. 이종원은 통신사 수신차단부터 풀라고 안내했다. "080, 070 혹시 모르니까 080이나 070으로 오는 전화 통신사에 전화해서 나 차단 해제하게 해달라고. (…) 이게 여러분들 국민 여론조사 대응 가이드입니다." 같은 방송 2시간 9분대에도 "02나 070, 080 다 풀어놓으세요"라고 반복했다. 차단을 해제했다는 채팅은 76건 확인됐다.
조사 문항도 방송을 탔다. 14일 1시간 41분대에 이종원은 시청자가 보내온 ARS 녹음을 그대로 틀었다. 거주 지역을 다섯 개 권역 중에서 고르라는 안내음이 스피커로 흘러나왔다. 일반 여론조사와 구별되는 이 조사만의 목소리가 공개됐다.
지역과 나이를 콕 집어 지목한 대목은 14일 방송에서만 8차례 나온다. 0시간 37분대에 이종원은 "지역이 서울, 경기로 하시면 투표 못해요. (…) 대구, 경북, 강원 이쪽이라고 하면 투표가 가능하고, 그냥 무당층이라고 하면 ARS가 뒤로 넘어갈 거예요"라고 말했다. 1시간 22분대에는 "여러분들이 센스있게 순발력을 발휘하시려 그러면, 여론조사 전화를 받으면 대구 경북 또는 강원이 (…) 20대에 이렇게 하면"이라고 했다.
방송 막바지에는 안내가 더 정밀해졌다. 3시간 14분대 발언은 이렇다. "강원 20대가 지금 남았어요. 참고하세요. 강원도 20대. 지금 다른 지역 40대 50대는 다 찼다라고 얘기하니까." 비어 있는 할당 칸을 실시간으로 찾아 응답을 밀어 넣는 방식이다. 이종원이 부른 연령대는 20대가 27번으로 가장 많았다. 40대와 50대도 각각 14번 나오는데, 뒤의 두 연령대는 피하라는 맥락이었다.
이종원 자신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있었다. 1시간 40분대에 그는 "지역 속여서 했던 그 사람들이 순간순간 센스를 발휘하는 걸"이라고 말했다.
42초 만에 퍼진 '센스'
'센스'라는 말이 이종원 입에서 처음 나온 시각은 1시간 22분 10초다. 채팅창에 이 말이 처음 등장한 시각은 1시간 22분 52초, 42초 뒤다. 그 전까지 채팅에 '센스'는 한 건도 없었다. 이후 17건이 쏟아졌다. "센스있게" "우리가 알아서 센스있게합시다" "전화주시는분들 다들 눈치껏 센스있게" 같은 글이다.
지역이나 나이를 바꿔 답했다는 취지의 채팅은 28건이 확인됐다. 그중 18건이 이종원의 지시가 나온 지 10분 안에 올라왔다. "저는경남50댄데20대라고 했어요" "총수님 말씀대로 했어요 강원으로 20대로요" "서울인데 강원으로 대박" 같은 내용이다.
전화 연결로 확인된 사례는 더 구체적이다. 1시간 23분대에 연결된 서울 거주 40대 여성은 "표본 차서 전화 받는 분들은 강원에 20대로 하는 게 유리할 거다, 이렇게 얘기하시는데 딱 온 거예요. 너무 놀라가지고… 너무 떨려가지고 그대로 했어요"라고 말했다.
2시간 33분대에는 서울에 사는 60대 후반 응답자가 나이를 20대로 답했다고 밝혔다. 이종원의 반응은 이랬다. "그걸 알아서 개인기 발휘한 거 굳이 얘기 안 해도 돼요." 경기 시흥 거주자가 "나이는 혹시 몰라서 그냥 20대로 했거든요. 개딸이니까"라고 하자 이종원은 "순발력 발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축하합니다"라고 답했다. 대전 거주자가 강원으로 답했다고 하자 "센스가 발휘가 되셨군요"라고 했다.
가족 휴대폰을 동원한 사례도 방송에 그대로 실렸다. 아들 전화로 걸려온 조사를 스피커폰으로 함께 받았다는 시청자, 남편 폰과 어머니 폰으로 받았다는 시청자가 차례로 연결됐다. 이종원은 1시간 13분대에 그 경로까지 설명했다. "당원 가입할 때 가입된 전화번호 이외에는… 일반당원 또는 그냥 국민이잖아. (…) 전화기 두 세대 갖고 있는 분들에게는 전화 올 확률이 많다는 거예요." 3시간 16분대에는 "저도 지금 우리 와이프, 우리 가족들 전화기 다 모아놨어요"라고 말했다.
권리당원 투표를 이미 마친 사람이 국민여론조사 전화를 또 받은 사례도 나왔다. 이종원은 "이건 오류인데? 권리당원 데이터가 빠져야 되는 건데?"라고 되물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80표를 확보했다며 축하했다. 이종원 본인도 메타보이스라는 조사기관에서 전화를 받았다고 방송에서 밝혔다.
"부정선거 얘기하는 사람들 다 차단해버리세요"
위험 신호는 채팅에서 먼저 나왔다. 이종원은 1시간 21분대에 "로렌님, 부정선거 얘기하는 사람들 다 차단해버리세요. 부정선거 개소리하는 사람들 다 차단하세요"라고 말했다. 2시간 35분대에 한 시청자가 "총수님 위험합니다. 전화연결 그만"이라고 하자 "선비 나셨네. 내가 알아서 해"라고 받았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한 발언도 나왔다. "민주당 선관위가 뭘 지랄을 해? (…) 선관위가 투표 독려할 거 내가 해주는 거니까 고맙다고 해야지." 방송을 마치며 이종원은 "오늘 우리 한 5,000표 건진 것 같은데. 그쵸?"라고 결산했다.
호남 경선에서 참패한 15일, 이종원은 다시 계산기를 두드렸다. 자신에게 응답 사실을 알려온 사람만 200명이 넘는다고 했다. 80표씩 곱하면 1만6000표다. 같은 방송에서 그는 "제가 왜 이틀 동안 국민 여론조사 할 때 여러분들에게 휴대폰 번호 차단 해제하고 무조건 02의…"라고 말끝을 흐렸다. "여러분들이랑 나랑 국민 여론조사 이거 안 했으면 기대할 게 없어요"라고도 했다.
뉴탐사 취재진은 방송 3편의 자막과 채팅 전량을 내려받아 newtamsa.org/p/sisatapa 에 공개했다. 시각을 누르면 해당 대목이 영상으로 곧바로 재생된다. 이종원은 뉴탐사를 고소했고, 뉴탐사도 이종원을 고소해 고소인 조사를 마쳤다.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와 수사기관의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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