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뉴탐사

후보 검증보도 지역언론에 압수수색·줄소송…정동영도 반복 고소

6·3 지방선거 후보 검증한 호남 지역언론에 고소·압수수색·시정요구 집중

매일전북 이충현, 선거 다음날 압수수색…영장 근거 영상 편집 정황

재선 순창군수, 첫 행보로 열린순창 보도 11건 통째 시정요구

정청래, 대통령 "경쟁하라" 직후 호남서 "흔들리며 피는 꽃" 낭송

2026-06-22 07:14:05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대표 연임 출마를 앞두고 지난 19일과 20일 이틀 연속 호남을 돌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기자회견에서 당내 경쟁을 자제하라고 강하게 주문한 직후였다. 정 대표는 전북과 전남의 시장을 찾아 도종환 시인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을 거듭 낭송했다. 같은 시기 호남에서는 6·3 지방선거 후보들을 검증 보도한 지역 언론인들이 압수수색과 줄소송에 시달리고 있었다. 매일전북신문과 열린순창 두 곳에만 고소·고발과 시정요구가 14건 넘게 쏟아졌다.


대통령 "경쟁하라" 하루 만에 호남으로


이 대통령은 19일 기자회견에서 같은 진영끼리 전쟁하지 말고 경쟁하라고 했다. 과거를 들추거나 모욕하지 말고 미래 비전으로 겨루라는 주문이었다. 정 대표는 이 발언이 나온 당일 곧장 호남으로 내려갔다. 19일에는 전주남부시장과 군산을 돌았고, 20일에는 전남 해남과 장흥, 담양, 순천을 찾았다. 해남의 한 사찰에서는 "흔들리며 피는 꽃"을 낭송하며 "흔들릴 때마다, 눈물 젖을 때마다 이 시를 생각하며 용기 내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대통령은 같은 회견에서 포용과 개방을 강조했다. 그 취지대로라면 민주당이 크게 진 영남이나 충청을 찾는 편이 자연스러웠다. 정 대표가 향한 곳은 권리당원이 가장 많은 호남이었다. 전남에서는 정 대표 곁에 당선된 단체장들이 보이지 않았다. 반면 측근이 몰린 전북에서는 이원택 전북지사 당선인 등 측근들이 함께 사진에 담겼다. 정 대표의 SNS에는 시장 상인들과 찍은 사진이 매일 여러 건 올라왔지만, 댓글창에는 "사퇴하세요", "당비로 유람 다닌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김민석은 "완벽한 승리 아니다"…여론조사도 경고등


정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는 6·3 지방선거 당선자 워크숍 축사에서 결이 확연히 갈렸다. 정 대표는 "당정청이 원팀으로 똘똘 뭉치겠다"며 이 대통령을 "월드클래스 세계적인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 반면 김 총리는 "완벽한 승리라고 선언하기 조금 어려운 결과"라며 "더 성찰하고 더 혁신해야 한다"고 했다. 김 총리는 "중앙정부가 흔들리면, 대통령이 흔들리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정 대표를 겨눈 발언으로 읽혔다.


직무수행 평가도 정 대표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시사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6월 9~10일 전국 성인 2000명을 상대로 한 웹조사에서, 정 대표가 직무를 잘못한다는 응답이 57%였고 잘한다는 25%에 그쳤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잘함 48%, 잘못함 40%로 격차가 좁았다. 송영길 전 대표는 KBC 인터뷰에서 정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해,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출마하려는 흐름을 정리하지 못하면 집권당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이번 주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검증했더니 돌아온 건 압수수색…매일전북 이충현


정 대표가 호남 시장을 도는 동안, 같은 호남의 지역 언론인들은 전혀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후보 검증보도 뒤 호남 곳곳의 군수와 도의원들이 가처분과 손해배상, 형사고소를 한꺼번에 걸어온 탓이다. 전남 영광에서는 장세일 군수 측이 세 가지를 동시에 냈다. 군수의 딸이 낸 가처분은 광주지법에서 기각됐고, 항고심이 진행 중이다. 전북에서는 매일전북신문 이충현 대표가 선거 다음날인 6월 4일 압수수색을 당했다. 자택과 사무실이 뒤졌고, 휴대전화까지 압수됐다.


직접적인 빌미는 이미선 남원시의원을 다룬 보도 두 건이었다. 8년차 현직 시의원인 이 시의원은 도의원 경선에 처음 도전했다가 떨어졌다. 매일전북은 이 시의원이 10년 전 한 학원 원장을 괴롭혔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피해를 호소한 원장이 국민신문고에 올린 민원이 단초였다. 이 시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원장과 일면식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본인과 가족 이름으로 그 학원에 학원비를 보낸 입금 내역이 확인됐다는 게 매일전북의 보도였다.


이 시의원은 경선에서 떨어지자, 경선에서 이긴 임종명 도의원과 매일전북이 공모해 자신을 낙선시켰다며 고소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해 원장과 그 아버지, 임 의원, 이 대표까지 네 명이 공모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대표는 영장의 근거 자료가 한쪽에 유리하게 짜였다고 주장했다. 35분짜리 기자회견 풀영상에서 이 시의원이 거짓 해명을 한 부분을 잘라내고, 30분가량만 경찰에 제출됐다는 것이다. 6월 18일 기준 매일전북에 들어온 고소·고발은 모두 14건에 이른다. 이원택 전북지사 당선인 측이 낸 것만 네 건이고,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그중 하나다. 정 장관 측 사단법인은 4억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무혐의로 끝났는데, 정 장관은 취임 17일 만에 비슷한 건으로 다시 고소했다. 그 사건도 무혐의가 났지만, 며칠 전 또 재수사 요청이 들어왔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 그는 "이제까지 모두 무혐의를 받았다. 권력이 아무리 커도 겁내지 않는다"고 했다.


재선 순창군수의 첫 행보, 보도 11건 시정요구


전북 순창에서는 또 다른 방식의 압박이 벌어졌다. 재선에 성공한 최영일 순창군수가 첫 공식 행보로, 지역 주간지 열린순창을 상대로 시정요구서를 냈다. 언론중재위원회 선거기사심의위원회를 거쳐, 2월 11일부터 5월 27일까지 자신과 관련된 보도 11건 전부를 걸었다. 작성 시점은 선거가 끝난 정확히 일주일 뒤였다.


문제가 된 보도들은 대부분 사실 확인을 거친 것이었다. 열린순창은 최 군수의 친동생이 전북도 소유 하천부지를 허가 없이 점용하고 조경수를 무단으로 심은 사실을 보도했다. 그 땅은 최 군수가 군의원이 되기 전 축사를 운영하던 자리였다. 동생은 불법을 시인했다. 최육상 열린순창 편집국장은 "자택에서 군청으로 매일 출퇴근하는 도로 바로 옆"이라며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다"고 했다. 보도가 나가자 동생은 소나무 40여 그루를 인근으로 급히 옮겼다. 소나무 재선충이 국가 재난으로 번지던 때라, 신고 없이 옮긴 것 자체가 또 다른 불법이었다.


이 밖에도 2022년 군수 선거 당시 모금한 선거펀드 1억2000만원의 원금을 일부 투자자가 돌려받지 못했다는 보도, 군민들이 최 군수를 수사 의뢰하고 고발했다는 보도가 시정요구 대상에 올랐다. 경쟁 후보였던 오은미 진보당 후보의 후원 광고를 실은 것까지 문제 삼았다. 최 군수 측은 발언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군수의 반론은 기사에 전문이 실려 있었다.


투표 끝나기도 전에 뿌려진 당선 소감문


최 군수를 둘러싼 정황은 더 있다. 군수의 친형이 순창경찰서 경감으로 재직 중이고, 동생의 불법 관련 고발 사건이 순창경찰서로 넘어갔다고 열린순창은 전했다. 당선 소감문도 눈길을 끈다. 최 군수는 6월 3일 투표가 진행 중이던 오후 3시 44분, 자신의 당선 소감문을 수십 개 언론사에 배포했다. 투표 마감 9분 전인 오후 5시 51분에는 꽃다발을 든 당선 사진까지 돌렸다. 투표함도 열지 않은 시각이었다.


취재진은 최 군수에게 직접 입장을 물었다. 군수는 전화를 받았지만 이동 중이라며 끊었고, 문자로 보낸 다섯 가지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친동생이 시인한 불법을 정말 몰랐는지, 선거펀드 원금을 못 받은 투자자에게 계좌를 공개할 의향이 있는지, 친형의 직무 배제를 요청할 생각이 있는지, 투표 중 당선 소감문 배포가 공직선거법에 걸리지 않는지 선관위에 확인했는지를 물었지만 회신은 없었다.


열린순창의 보도가 물꼬를 트자, 그동안 눈치만 보던 순창 군민들은 3주 동안 페이스북 등에 군수 관련 의혹을 쏟아냈다. 최 군수는 1971년생으로, 3선까지 해도 60대 초반이다. 최육상 국장은 "팩트 체크했는데 불법이고, 누가 봐도 의혹이면 취재하고 쓴다. 그게 언론의 숙명 아니냐"고 했다. 열린순창에 대한 선거기사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는 다음 주 통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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