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의 우연한 제보가 결정적 증거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가결한 지 닷새만이다. 영장전담 남세진 판사가 심리를 맡았다. 남 판사는 지난 7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구속시킨 판사다.
특검이 제출한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권 의원이 2022년 1월 5일 여의도 고급 중식당에서 통일교 관계자로부터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가 담겼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일관된 진술과 다이어리, 문자메시지, 현금 사진 등이 증거로 제시됐다. 여기에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라스베이거스 원정도박 수사 정보를 사전 누설한 혐의도 포함됐다.
권 의원 측의 증거인멸 시도는 뜻밖의 곳에서 드러났다. 권 의원 보좌관이 특검 조사를 받은 통일교 관계자와 접촉하려다 실수로 택배기사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JTBC가 보도한 이 사건은 권 의원 측이 공범과 입을 맞추려 했다는 정황증거가 됐다. 보좌관은 "오늘 특검에 출석하셨죠? 우리 의원님이 통화하길 원한다"고 했지만, 상대는 권 의원실에 물건을 배달했던 택배기사였다.
특검은 구속 사유로 "자신의 정치적 최대 위기라고 생각하는 상황으로 불구속 시 도주 우려가 있다"고 명시했다. 실제로 권 의원은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차명폰을 사용하며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48억원 로비 현장 목격자 황성일의 정체
워치독 탐사보도팀의 취재로 권성동과 KH그룹 간 48억원 로비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핵심 증인은 조경식 전 KH그룹 부회장이다. 그는 국회 청문회에서 "2024년 7월 롯데호텔에서 권성동이 KH 배상윤 회장과 국제전화를 하며 거래했다"고 증언했다.
조 전 부회장은 "권성동이 배상윤의 귀국을 주선하면서 공항에서 이재명, 이화영의 이름을 언급하게 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검찰은 대북송금 사건 수사가 막히자 해외 도피 중인 배상윤을 활용해 이재명 대통령을 엮으려 했다는 것이다. 그 대가로 권성동은 신사임당권 48억원을 받았다고 조 전 부회장은 주장했다.
이 현장을 목격하고 사진을 찍은 인물이 황성일 씨다. 오마이뉴스가 황 씨를 직접 찾아가 확인한 결과, 그는 자신을 "김성동"이라고 주장했지만 지역 주민들은 모두 그를 황성일로 알고 있었다. 황 씨는 권성동, 염동열 의원과 친분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촬영한 48억원 수수 사진이 존재한다면 결정적 증거가 될 전망이다.
KH그룹 실세들 "부회장님" 극존칭 사용
KH그룹은 조경식을 "자칭 부회장"이라며 관계를 부인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워치독팀이 입수한 조 전 부회장의 휴대전화에는 정반대의 증거가 가득했다.
배상윤 회장의 매제이자 KH그룹 실질적 2인자인 장철원 대표는 조경식에게 "부회장님, 감사합니다. 잘 대응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고 도와주십시오"라며 극존칭을 사용했다. 장 대표는 KH필룩스 대표이자 KH건설, KH강원개발 이사를 맡고 있는 핵심 인물이다.
2024년 4월 1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KH그룹에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담합으로 510억원 과징금을 부과했을 때도 장철원은 즉시 조경식에게 보고했다.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라는 문자가 오갔다. 조경식은 "우리 일이잖아, 장대표 이겨내야지"라고 답했다.
심지어 2024년 7월에도 장철원은 몽골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사업 관련 내용을 조경식과 공유했다. 조 전 부회장이 단순한 사기꾼이라는 KH그룹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용산 비밀 요정에서 대통령실 비서관과 밀회
조경식 전 부회장의 휴대전화에서 권성동의 '비밀 요정'에 대한 언급이 발견됐다. 2024년 6월 12일 조경식이 김성태에게 보낸 문자에는 "권박사님 이용하시는 비밀 요정에 왔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김성태는 "ㅇㅋ, 물어뜯어"라고 답했다. 이는 권성동에게 충분히 투자했으니 이제 대가를 받아내라는 지시로 해석된다.
김광민 변호사는 "비밀 요정은 용산 인근의 모 식당으로, 이곳에서 조경식은 권성동뿐 아니라 대통령실 비서관 등을 여러 차례 만났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조 전 부회장의 휴대전화에는 윤석열 캠프 핵심 인사로 추정되는 인물과 해당 장소 주소를 주고받은 문자가 남아 있었다.
"권박사 사모님 민원 티타임 체크 바랍니다"라는 문자도 발견됐다. 여기서 '티타임'은 골프장 티업 시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의 부인까지 알펜시아 골프장에서 접대받았다는 정황이다.
권성동은 여의도 고급 중식당 '싱카이', 롯데호텔, 그리고 용산의 비밀 요정을 오가며 통일교, KH그룹,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은밀한 거래를 이어온 것으로 보인다.
김성태, 총선 로고송까지 제작 지원
쌍방울 김성태 회장은 2024년 4월 총선에서 권성동을 전폭 지원했다. KBS 고위 간부를 동원해 선거 로고송을 제작했고, VIP(김성태를 지칭하는 암호)가 강릉으로 여러 차례 내려갔다는 문자도 확인됐다. 워치독팀이 확인한 결과 로고송 제작자는 KBS 관계자이자 엔터테인먼트 업계 유명 인사였다.
조경식은 황성일에게 "권성동을 위해 우리가 로고송 만들었어. 알고 있어야 해"라고 문자를 보냈다. 이는 명백한 정치자금법 위반이지만, 중앙선관위는 "1년이 지난 선거 자료는 공개할 수 없다"며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강릉 왕국의 실세, 권은동과 신화건설
권성동의 부패 네트워크는 강릉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 핵심은 사촌동생 권은동이 운영하는 신화건설이다. 시사IN 보도에 따르면 "강릉시청 직원 상당수가 권은동 대표가 나타나면 90도로 인사한다"고 한다.
신화건설은 2층짜리 작은 건물에 있는 토목회사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 갑자기 수백억원대 바이오의료 R&D 사업을 수주했다. '정서장애 예방 기술개발' 같은 의료 분야 사업이다. 토목회사가 우울증 치료 연구를 한다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양대 김형숙 교수가 핵심 역할을 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무용 전공자인데 갑자기 한양대 공대 교수가 됐다. 김우영 의원실이 촬영한 사진에 따르면, 김 교수는 국정감사 직전인 2024년 10월 2일 아침 일찍 권성동 의원실을 방문했다. 신화건설 R&D 의혹이 국감에서 제기될 것을 미리 알고 대응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도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채용 명단에 '권시트'라는 파일이 있었는데, 법원은 "권이 권성동인지 권은동인지 알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강릉에서는 "권은동에게 공천을 부탁하러 간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로 두 사람의 관계는 명확하다.
이철규 의원까지 KH그룹 옹호 나서
흥미로운 것은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의 움직임이다. KH그룹이 조경식과 무관하다는 보도자료를 낸 직후, 이철규는 이를 민주당 의원들에게 직접 전달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철규가 KH 보도자료를 보내며 '함부로 엮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전혀 관련 없다면 굳이 나서서 해명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이런 행동은 이철규 의원도 KH그룹과 연결돼 있음을 의심케 한다.
특검 "추가 범죄 의혹 있어 구속 필요"
특검은 구속영장 청구서 말미에 의미심장한 문구를 넣었다. "본건 정치자금 1억원 외에 추가로 수수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으므로 수사를 위해 구속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통일교 1억원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권성동은 쇼핑백 수수, 윤 핵관들의 쪼개기 후원, 백현동 땅 거래, 필리핀 차관사업 개입 등 수많은 의혹에 휩싸여 있다. 특히 KH그룹으로부터 받았다는 48억원이 사실로 확인되면 정치자금법 위반을 넘어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다.
권성동이 구속되면 그동안 침묵했던 제보자들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미 워치독팀과 뉴탐사에는 권성동, 이철규 의원과 관련된 추가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16일 영장실질심사가 권성동 의원 정치생명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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