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정준길, '극우 보도 삭제' 가처분 패소…소송비용만 다투다 항고도 각하
서울고법 "보도 삭제 본안은 손도 안 대고 220만원 소송비용만 떼어 항고…부적법"
'극우' 보도 지우라던 가처분 전부 패소 정준길, 항고마저 각하…뉴탐사 두 번째 완승
정작 보도 삭제 본안은 포기하고 1심에서 진 소송비용 220만원만 떼어 항고
'극우는 비판적 의견, 자문변호사는 사실'이라던 1심 판단 그대로 확정
조계종 성파 종정의 법률고문을 맡고 있는 정준길 변호사가 뉴탐사를 상대로 낸 즉시항고가 각하됐다. 자신을 '극우'로 평가한 뉴탐사 보도를 내리라며 낸 가처분이 1심에서 전부 기각되자 항고에 나선 것인데, 정작 보도 삭제 자체는 더 다투지 않았다. 1심에서 진 소송비용 부담 부분만 떼어내 항고했고, 항고심은 본안 판단에 들어가지도 않은 채 항고 자체를 부적법하다며 물리쳤다.
서울고등법원 제25-3민사부(재판장 한창훈)는 6월 9일 정준길 변호사가 권지연·강진구·박대용 기자와 뉴탐사를 상대로 낸 영상게시금지 및 간접강제 항고 사건(2026라2402)에서 "이 사건 항고를 각하한다"고 결정했다. 항고비용도 정준길이 부담하게 됐다.
각하는 기각보다 무거운 결론이다. 기각은 본안을 따져본 뒤 이유가 없다는 뜻이지만, 각하는 다툴 자격이나 형식 자체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법원이 정준길의 주장을 검토할 가치조차 없다고 본 셈이다.
소송비용만 떼어 항고한 게 화근
발단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재판장 이상훈)는 3월 17일 정준길의 가처분 신청을 전부 기각했다. 소송비용도 정준길이 모두 부담하라고 결정했다.
정준길은 사흘 뒤인 3월 20일 즉시항고장을 냈다. 그런데 항고취지가 묘했다. 영상 삭제나 간접강제 같은 본안은 건드리지 않고, 오직 "원결정 중 소송비용 부분을 취소하고,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는 결정만 구했다. 항고이유서에도 "채권자는 소송비용 부분에 대해서만 항고한다"고 적었다. 1심에서 진 220만원가량의 소송비용을 양쪽이 절반씩 나누자는 것이었다.
법원은 이 지점을 정면으로 짚었다. 재판부는 "소송비용에 관한 재판에 대하여는 독립하여 항고하지 못한다"고 전제했다. 민사소송법 제443조와 제391조에 따른 원칙이다. 소송비용에 대한 불복은 본안 재판에 대한 항고가 이유 있을 때만 가능하고, 본안 항고가 이유 없으면 소송비용만 따로 다툴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까지 들었다. "본안의 재판에 대하여서는 항고하지 않고 소송비용의 재판에 대하여서만 항고를 하였다면 그 항고는 부적법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기록을 살펴보아도 제1심결정이 위법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못 박았다.
극우도 의견, 자문변호사도 사실
이번 각하로 1심 판단은 그대로 확정됐다. 정준길 변호사가 끝까지 물고 늘어졌던 쟁점들도 함께 굳어졌다.
가장 뜨거웠던 표현은 '극우'였다. 방송에서 정준길을 두고 "누가 보더라도 정준길은 이제 극우죠"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준길은 이를 인격 모독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뉴탐사 기자들이 정준길의 과거 정치활동을 비판적 입장에서 '극우'로 평가한 것이 다소간의 과장을 넘어서 사실을 왜곡하는 공표행위에 해당한다거나 과도한 비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비판적 의견 표명이라는 것이다.
정준길은 새누리당 시절 국회의원 후보로 세 차례 출마했고, 당 대변인을 지냈다. 전광훈 목사가 구속됐다 풀려날 당시 변호인으로 보석에 관여하기도 했다.
'성파 종정의 자문변호사'라는 표현도 허위로 인정받지 못했다. 정준길은 통도사 고문변호사 위촉장을 증거로 내며 "개인 자문변호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통화에서 정준길은 스스로 "저는 통도사의 변호사예요"라고 밝혔다. 1심은 "자문변호사라고 표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전체적인 취지가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먼저 전화한 쪽은 정준길이었다
음성 송출 문제도 같은 결론이 났다. 정준길 변호사는 자신의 목소리가 변조 없이 방송에 나간 점을 가장 강하게 물고 늘어졌다. 그러나 통화 경위가 그의 주장과 달랐다.
권지연 기자는 지난해 10월 23일 성파 종정에게 네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다음날인 10월 24일 오전 정준길이 먼저 권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권 기자는 통화 초반 자신의 이름을 밝혔고, 정준길이 "기자분이신가 본데"라고 짐작하자 곧바로 "뉴탐사 소속"이라고 답했다. 정준길 측이 항고심까지 되풀이한 '기자 신분 은폐' 주장은 녹취 내용과 맞지 않았다.
1심은 대화의 대부분이 성파 종정과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의 관계, 정준길과 전광훈 목사의 연락 여부 등에 관한 것이었다고 봤다. 사생활에 국한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음성을 변조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송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채권자의 음성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고도로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다.
본인이 변호사, 본인이 대리인
이 사건의 대리인 명단에는 눈에 띄는 이름이 있다. 항고심 결정문에 적힌 정준길 측 소송대리인은 '법무법인 해'다. 담당변호사는 한기혁과 정준길 본인이다. 자신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인을 통해 자기 사건을 직접 맡은 구조다.
이 사건은 뉴탐사가 지난해 10월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과 김건희 씨의 관계, 조계종 성파 종정과 통도사를 둘러싼 연결고리를 보도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뉴탐사는 이배용이 한지살리기재단을 통해 김건희 씨에게 접근한 정황, 성파 종정의 자문변호사가 전광훈을 변호했던 정준길이라는 사실 등을 단독 보도했다.
뉴탐사가 정준길과의 가처분 다툼에서 이긴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첼리스트 박모씨 사건(2024카합20763)에서도 법원은 뉴탐사를 상대로 한 영상삭제 가처분을 전부 기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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