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씨가 24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첫 출석했다. 수갑을 찬 자세 그대로 두 손을 모은 채 법정에 들어선 김 씨는 직업을 묻는 재판부 질문에 "무직입니다"라고 답했다. 40분 만에 끝난 이날 공판준비기일에서 김 씨 측은 도이치모터스, 명태균, 통일교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그러나 같은 날 통일교와 윤석열 정권 간 거대한 거래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JTBC와 한겨레는 통일교가 2022년 1월 대선을 앞두고 100억 원의 자금을 조성했다는 회계 자료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수첩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특검은 이날 한학자 총재와 권성동 의원을 동시에 소환해 조사했다.
텅 빈 김건희 응원 집회, "보수는 의리가 없어"
김건희 씨의 법정 출석일, 서초동 법원 앞 풍경은 처참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출석 때마다 운집했던 극우 세력들은 간데없고, 달랑 10여 명만이 모여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한 참가자는 "보수들이 원래 그렇다"며 씁쓸해했다.
비가 내렸다는 핑계도 통하지 않았다. 김건희 씨를 태운 호송차가 법원 앞을 지날 때, 그를 응원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불과 3년 전 권력의 정점에 있던 인물이 이토록 빠르게 잊혀진다는 것. 정치적으로만 이용당했던 극우 세력조차 이제는 등을 돌렸다.
통일교 100억 대선자금, 한학자 교시로 조직적 선거개입
특검이 주목하는 핵심은 통일교의 100억 원 대선자금이다. JTBC가 입수한 회계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월 한학자의 지시로 효정글로벌문화재단에서 통일교 세계본부로 100억 원이 이동했다. 한겨레가 확인한 윤영호 수첩에는 '북 및 대선 500'이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2022년 3월 22일, 윤영호는 당선자 신분의 윤석열을 만났다. 이후 통일교 신도들 앞에서 "전 세계 ODA 사업을 통해 교세를 확산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는 아프리카에 100억 달러(약 14조 원)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대선 직전인 3월 2일, 한학자는 천정궁에서 교시를 내렸다. "20대 대통령 선거에 가장 적합한 후보를 내세웠다. 한일관계를 개선시킬 인물이어야 한다." 이 교시는 전 세계 재한외국인회 단톡방 2,378명을 통해 전파됐다. 통일교 서울남부대교구 강남교구장은 "2번 사전투표 꼭 갑시다"라는 노골적인 선거법 위반 메시지를 발송했다.
대법원의 굴복, 조희대 탄핵 경고에 꼬리 내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우리 국민은 이명박도 감옥에 보냈고 박근혜와 윤석열도 탄핵했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을 압박하자, 법원이 한발 물러섰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국회의장을 찾아 "내란 재판 신속 진행을 위해 판사를 추가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조희대는 "법이 왕권 강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며 강경하게 맞섰다. 그러나 대법원장도 국회 과반만 있으면 탄핵 소추가 가능하다는 현실 앞에 굴복했다.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막아보려는 마지막 시도였다.
열린공감TV의 배신, 서영교에 책임 떠넘기기
TV조선은 열린공감TV의 정천수, 김두일, 김용민이 서영교 의원을 배신하는 발언을 그대로 방영했다. 정천수는 "서영교 의원 전화번호도 모른다. 일면식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불과 4개월 전인 5월 7일 방송에서 그는 "민주당 법사위원을 통해 크로스체크하고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
최혁진 의원은 19일 매불쇼에 출연해 "신뢰할 만한 제보자가 있었다. 구여권 고위급 인사"라고 증언했지만, 다음날인 20일 뉴탐사 취재진과의 통화에서는 "누군지 모른다"고 말을 바꿨다. 정천수와 최혁진은 이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경찰청 수사를 받는다. 공동운명체였던 두 사람이 조만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특검 수사 한 달 연장, 시간과의 싸움
김건희 특검이 한 달 연장됐지만 시간은 촉박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게이트, 통일교 대선자금,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비리, IMS모빌리티 의혹까지 밝혀내야 할 사건이 산적해 있다.
특검은 한학자와 권성동을 동시 소환하는 등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권성동은 이날 신문을 거부했다. 1억 원 수수 혐의는 이미 입증됐지만, 100억 원 대선자금의 전모를 밝히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강진구·최영민, 3년 만에 출국금지 해제
한편 뉴탐사 강진구 기자와 최영민 PD가 3년 만에 출국금지에서 해제됐다. 2022년 9월부터 시작된 출국금지는 2025년 9월 18일 해제 결정이 내려졌고, 10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쥴리 의혹 보도와 관련해 명예훼손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았지만, 검찰은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3년간 출국을 금지시켰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가 해제를 요청했는데, 이곳은 과거 임아랑 검사와 유관모 검사가 근무했던 부서다. 기소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은 보석 신청까지 하며 낙관론에 빠져 있지만, 김건희는 달랐다. 일반 접견을 두 배로 늘리며 입맞추기를 시도하고, 법정에서도 끝까지 항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윤석열 정권 3년간 실질적 권력을 행사했던 인물답게 냉철함을 잃지 않았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UN 총회 기조연설에서 "내란의 어둠에 맞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뤄낸 빛의 혁명"을 언급하며 "새로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완전히 복귀했다"고 선언했다. 수갑 찬 자세로 법정에 출석한 김건희와 세계 무대에 선 이재명. 극명하게 엇갈린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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