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화순군 경선서 돈봉투·권리당원 명부 살포 잇따라…임지락 캠프 이중투표 독려 녹취도
이장 포섭해 50만원·20만원 봉투 건네고 권리당원 명부까지 전달
제보자 경찰 고발·선관위 신고…녹취·물증 확보
임지락 군수 후보 총괄선대본부장, 이중투표 사주 녹취 입수
돈봉투 전달 당사자들, 신고 뒤 일제히 말 바꿔
민주당 화순군수 경선을 앞두고 이장들을 대상으로 한 금품 살포가 잇따라 포착됐다. 돈봉투뿐 아니라 권리당원 명부까지 이장에게 건네진 정황이 드러났다. 임지락 군수 후보의 총괄선대본부장이 이중투표를 독려하는 녹취까지 확보됐다. 정청래 대표의 묻지마 1인1표제가 불러온 부작용이 화순에서 적나라하게 터져 나오고 있다.
"입 막으려고 돈 준 거 같다"…비닐하우스 밀실 회동
4월 4일 화순군 능주면. 차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부동산 사무실 옆 비닐하우스로 이장인 구씨를 불렀다. 구씨가 도착하자 차씨는 유기준 도의원 후보를 불러들였다. 유기준 후보가 지지를 부탁하고 자리를 뜬 뒤, 차씨는 구씨에게 현금 50만원을 건넸다.
그날 저녁 7시쯤, 구씨는 술에 취한 채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상이 이래도 되냐"며 양심 고백을 쏟아냈다. 전화를 받은 제보자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구씨와 통화했고, 그 내용을 모두 녹취했다. 구씨는 세 차례 통화에서 일관되게 돈의 액수, 전달 장소, 등장 인물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녹취에서 구씨는 "내가 유기준 반대하니까 입 막으려고 돈 준 거 같다"고 말했다. 차씨가 구씨를 비닐하우스로 부르고, 유기준 후보가 찾아오고, 후보가 떠난 뒤 돈봉투가 건네지는 과정이 녹취록에 그대로 담겨 있다.
제보자는 처음에는 신고 대신 유기준 후보 측 인사들에게 경고를 했다. 그만하라고 전했다. 그러자 오히려 구씨에게 확인 전화가 갔다. "자네가 밖에다 얘기를 했느냐"는 압박이었다. 제보자는 결국 4월 10일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하고 선관위에 신고했다. 민주당 전남도당에도 재심을 청구했다.
유기준 후보는 이날 오전 공천이 확정된 상태였다. 제보자는 "원래는 안 하려고 했다. 조용히 넘어가려고 했다"면서도 "군수 선거가 너무 더럽게 간다. 화순의 선거문화 개선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돈봉투에 권리당원 명부까지…이장이 이장을 불렀다
화순의 금품 선거는 비닐하우스 한 건으로 끝나지 않았다. 전혀 별개의 제보가 또 들어왔다. 이번에는 돈봉투에 권리당원 명부까지 붙었다.
4월 1일 오전 9시 10분쯤, 인근 마을 번영회 회장이자 이장인 박O석씨가 한 이장의 자택을 찾아왔다. 처음에는 "쌓인 감정을 풀고 가자"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군의원 후보 이름을 꺼냈고, 유기준 도의원 후보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A4 용지 한 장짜리 권리당원 명부를 건넸다. 해당 마을 권리당원 열몇 명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박씨는 자리를 뜨면서 봉투를 내밀었다. "전화 통화료"라고 했다. 봉투 안에는 현금 20만원이 들어 있었다. 나가면서는 "군수는 임지락 후보를 찍어 달라"고 했고, "임 후보한테 부탁할 일 있으면 자기한테 말하라"고 덧붙였다. 군수 후보, 도의원 후보, 군의원 후보까지 세 명의 이름이 한 자리에서 나온 것이다.
이 이장은 점심 뒤 돈봉투와 권리당원 명부를 들고 곧장 경찰서로 갔다. 경찰은 조서를 받고 무인까지 찍었다. 봉투와 명부에서 DNA 채취도 이뤄졌다. 권리당원 명부에는 박씨의 지문이나 체액이 남아 있을 수 있어 향후 수사의 핵심 물증이 될 전망이다.
공교로운 일은 그 뒤에 벌어졌다. 박씨가 다녀간 지 몇 시간 뒤인 낮 12시 반쯤, 임지락 군수 후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 지지 좀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우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이장은 임지락 후보와 개인적으로 통화한 적이 그때까지 없었다.
신고 뒤 일제히 말 바꾼 당사자들
두 건 모두 신고 이후 같은 패턴이 나타났다. 당사자들이 말을 바꿨다.
비닐하우스 사건의 구씨는 50만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선거와 관련된 돈이 아니라 전기 공사 비용"이라고 번복했다. 세 차례 통화에서 일관되게 금품 살포 경위를 털어놨던 것과는 정반대 진술이다.
번영회 회장 박씨도 마찬가지였다. 20만원을 건넨 것은 시인했지만 권리당원 명부를 전달한 사실은 부인했다. 그뿐 아니라 신고한 이장을 무고 혐의로 역고발했다.
유기준 도의원 후보는 "그날 만난 것 자체는 부인하지 않지만 돈봉투는 자기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당사자들에게 물어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임지락 군수 후보에게는 문자로 질의를 보냈으나 읽지 않았고, 이후 전화를 걸자 차단됐다. 다른 번호로 전화하면 정상적으로 신호음이 갔다.
"당원이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눌러라"…이중투표 독려 녹취
금품 선거에 이어 이중투표 사주 녹취까지 나왔다. 임지락 군수 후보의 총괄선대본부장 강순팔씨가 직접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이중투표를 독려한 음성이 입수됐다.
녹취에서 강씨는 이렇게 말했다. "당원은 투표한다 하면 주민번호 뒷자리 여섯 자를 눌러서 찍어 주라." 이어 "일반 여론조사 전화가 오면 당원입니까 당원 아닙니까 물어보는데, 당원 아니라고 누르면 한 표 더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리당원 투표와 일반 여론조사 양쪽에서 모두 표를 행사하라는 노골적인 이중투표 사주다.

민주당 경선은 당원 투표 50%,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로 구성된다. 권리당원이 당원 투표를 한 뒤 여론조사 전화에서 "당원이 아니다"라고 응답하면 일반 국민 자격으로 다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강씨는 이 허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조직적으로 전파하고 있었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아니라 풀뿌리 비리 카르텔
화순군은 현 구복규 군수가 올해 1월 불법 당원 모집 징계와 개인 사유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무주공산이 됐다. 군수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해졌고,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인 호남 지역 특성상 경선 자체가 본선거나 다름없다.
두 건의 금품 살포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이장이다. 비닐하우스 사건에서 돈을 건넨 차씨도 이장이고, 받은 구씨도 이장이다. 권리당원 명부를 들고 찾아온 박씨도 이장이다. 신고한 제보자도 이장이다. 농촌 지역에서 이장은 마을 주민들에게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다. 도시의 통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권력이다.
이장을 포섭하면 군의원이 되고, 군의원 조직을 확보하면 도의원이 되고, 그 위로 군수가 된다. 화순에서 드러난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가 아니라 풀뿌리 비리 카르텔이 경선을 통해 빌드업되는 과정이다.
전북 도지사 경선에서는 참석자에게 대리기사비 명목으로 5만원씩 건넨 것만으로 현직 도지사가 제명됐다. 같은 잣대를 적용한다면 화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공천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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