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뱅이 주술사 쥴리'라는 제목으로 시작해 '신명'으로 개봉한 이 영화는 김건희 풍자극이다. 78만 관객이 들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손익분기점을 두 배 이상 넘겼지만, 투자자들에게는 당초 약속의 3분의 1 수준 배당금만 돌아갔다. 그 배경에는 '큰손 3인'이라 불리는 익명의 투자자들과 촬영 종료 이후 갑자기 두 배로 뛴 제작비가 있다. 열린공감TV 실질적 운영자이자 열공영화제작소 대표 정천수는 과거 '윤석열X파일' 판매 당시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자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같은 수법이 반복되고 있다.
숫자가 바뀐 시점, 정산 직전이었다
영화 '신명'의 제작비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15억 원'으로 알려졌다. 2025년 5월 2일 촬영 종료 직후에도, 5월 16일 홍보·배급비 모금 생방송에서도, 개봉 직후인 6월 6일 방송에서도 정천수는 "순제작비 15억"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연합뉴스는 6월 16일자 기사에서 "제작비 규모가 15억 원으로 손익분기점은 30만 명"이라고 보도했다. 미디어인뉴스 역시 6월 23일자 기사에서 "15억 원의 낮은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순수 시민들의 자금 참여로 완성되어 개봉 3주 만에 관객 70만 명을 돌파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12월 들어 정천수 입에서 전혀 다른 숫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12월 12일 방송에서 그는 "제작비가 30억 가까이 들었다"고 말했고, 12월 19일에는 "순제작비가 약 27~28억"이라고 구체화했다. 촬영이 끝난 지 7개월, 개봉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공교롭게도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배분해야 하는 정산 국면과 정확히 맞물렸다.
| 시점 | 내용 | 비고 |
|---|---|---|
| 2024년 12월 18일 | 가칭 '쥴리' 영화 제작 발표 | |
| 2024년 12월 31일 | 오마이컴퍼니 크라우드펀딩 오픈 | |
| 2025년 3월 24일 | 촬영 시작 | |
| 2025년 4월 30일 | 촬영 종료 | 40일간 촬영 |
| 2025년 5월 2일 | "순제작비 15억" | 정천수 발언 |
| 2025년 5월 16일 | "총 제작비 15억" | 정천수 발언·투자 모집 |
| 2025년 5월 29일 | 제작발표회 | |
| 2025년 5월 31일 | 유료시사회 | |
| 2025년 6월 2일 | 전국 극장 개봉 | |
| 2025년 6월 6일 | "순수제작비 15억(홍보비 제외)" | 정천수 발언 |
| 2025년 8월 22일 | 총 관객 78만 8,239명 / 매출 74억 9,600만 원 | KOBIS 통계 |
| 2025년 12월 12일 | "제작비 30억 가까이" | 정천수 발언 |
| 2025년 12월 19일 | "순제작비 27~28억" | 정천수 발언 |
40일 촬영에 급행료 15억, 말이 되나
정천수는 제작비 급증의 원인으로 '급행료'를 꼽았다. 12월 12일 방송에서 그는 "요즘 영화 제작할 때 스태프들도 노동법에 의거해서 딱 정시 퇴근이다. 야근하려면 두 배 세 배 돈 줘야 된다. 그래서 제작비가 두 배 세 배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화 '신명'의 촬영 기간은 2025년 3월 24일부터 4월 30일까지 불과 40일 남짓이었다. 정천수 본인이 5월 2일 방송에서 "40일 만에 촬영이 끝났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급행료는 촬영 기간 중 매일 누적되는 비용이다. 제작비가 두 배로 뛰어오를 정도의 급행료가 발생했다면, 촬영 종료 직후 또는 적어도 개봉 전에는 이 사실이 인지되었어야 한다.
오히려 논리가 거꾸로다. 통상 3~4개월 걸리는 촬영을 40일로 단축했다면, 연장·야간수당이 발생하더라도 전체 인건비는 줄어드는 구조다. 정천수 논리대로라면 건설현장에서 공기 단축을 위해 야간·연장 근로를 시킬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정천수는 촬영 종료 후인 5월 16일에도 "총 제작비 15억"을 강조하며 투자를 모집했고, "최대 500%까지 수익이 가능하다"고 약속했다. 40일 촬영 기간에 통상 임금의 3배 이상을 전 스태프에게 매일 지급했어야만 성립하는 계산인데, 영화 제작 실무의 관점은 물론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
존재 여부조차 확인 안 된 '큰손 3인'
제작비 28억 원 주장의 핵심에는 '큰손 3인'이 있다. 정천수는 12월 19일 방송에서 "오마이컴퍼니 크라우드펀딩이 끝난 이후에 비용이 모자라서 구독자 큰손 3명에게 10억 원을 추가로 투자받았다"고 밝혔다.

오마이컴퍼니 펀딩 내역에 따르면 총 4,200여 명의 후원자 및 투자자가 참여해 약 19억 원이 조달됐다. 여기에 큰손 3인의 10억을 더하면 29억 원이 된다. 정천수가 주장하는 총제작비 27~28억 원과 대략 맞아떨어지는 구조다.
문제는 이 10억 원의 실체다. 영화 촬영은 4월 말에 이미 종료됐다. 크라우드펀딩 종료 이후에 조달됐다는 이 자금이 실제로 '영화 제작비'에 투입되었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촬영이 끝난 영화에 10억 원 규모의 추가 제작비가 필요했다면, 그것은 어떤 항목에 지출되었을까. 추가 촬영이 있었는지, 스태프나 장비가 추가 투입되었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없다. 이 10억 원이 실재하는지, 실재한다면 입금 시점과 사용처가 어디인지가 사건의 핵심이다.
| 구분 | 금액 | 출처 |
|---|---|---|
| 크라우드펀딩 | 약 19억 원 | 오마이컴퍼니 |
| 큰손 3인 | 약 10억 원 | 정천수 주장 |
| 합계 | 약 29억 원 | |
| 제작비 주장(5~6월) | 15억 원 | 정천수 발언·언론 보도 |
| 제작비 주장(12월) | 27~28억 원 | 정천수 발언 |
78만 관객 대박, 투자자 손에 쥐어진 건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 통계에 따르면 '신명'의 총 매출액은 약 74억 9,600만 원, 총 관객 수는 78만 8,200명이다. 한국 극장 매출의 통상적인 배분 구조를 적용하면 제작·투자 측 귀속분은 30억에서 37억 원 사이로 추정된다. 당초 제작비 15억 원을 기준으로 하면 15억에서 22억 원의 순수익이 발생했어야 한다.
정천수는 12월 30일 방송에서 "천만 원 투자하신 분이 400만 원 가까이 이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원금을 포함한 회수율은 약 140%다. 순수익률로 따지면 약 40%에 불과하다. 그러나 5월 16일 방송에서 약속된 수익률은 "최대 500%"였다. 1천만 원 투자 시 5천만 원을 받아갈 수 있다던 약속과 비교하면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제작비가 15억에서 28억으로 증액되면서 배당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4,200여 명 시민투자자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다.
배급사 회계 감사, 제작비는 검증 안 한다
정천수는 "배급사가 외부 회계 감사를 맡겨서 정산을 했으므로 정확하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영화 산업 구조상 배급사가 의뢰하는 회계 감사는 '극장 매출액과 배급 수수료의 정확성'을 확인하는 절차다. 제작사가 영화를 만들 때 지출한 '순제작비' 내역, 즉 인건비, 진행비, 장비비 등을 감사하는 것은 아니다. 제작비 지출 내역은 오로지 제작사의 내부 소관이다. 배급사는 정천수가 제출한 영수증을 믿고 정산해 줬을 뿐, 그 돈이 실제 급행료로 쓰였는지 인테리어 비용으로 샜는지는 알 길이 없다.
본인 입으로 털어놓은 '빚 갚는 데 썼다'
12월 12일 방송에서 정천수는 "영화 정산 후 마이너스"라고 주장하며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1층 인테리어 복구비 4억 원, 8층 공사비, 밀린 변호사 비용 2억 원 등 갚아야 할 빚이 7~8억 원에 달한다"는 내용이었다.
인테리어 복구비나 변호사 비용은 영화 '신명'의 제작비 항목이 아니다. 영화 흥행으로 발생한 수익금이 투자자 배당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되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정천수는 12월 30일 방송에서도 "지금 마이너스"라며 "운영비도 안 나왔다"고 토로했다. 동시에 열린공감TV로 후원받은 자금을 열공영화제작소로 대여했고, 이를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고도 밝혔다. 법인 간 자금 이동과 사용처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고소 1년, 경찰 수사는 어디까지 왔나
열린공감TV 사외이사였던 박대용 기자는 2025년 1월 정천수를 업무상배임과 사기 혐의로 양주경찰서에 고소했다. 명백한 녹취 증거와 회계 모순이 제출되었음에도, 경찰 수사는 1년 가까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정천수가 "2025년 12월 정산자료를 제출하며 해명하겠다"고 한 말을 이유로 입건 이후 약 1년간 실질적인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초기 단계에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하고 신속히 결론을 내려야 할 사안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피의자의 일방적 해명 예고에 의존하여 수사를 방치했다. 사실상 직무유기에 준하는 수사 태만이다.
박대용 기자는 수사기관에 '큰손 10억 실재 여부'에 대한 자금조달 확인, 15억에서 28억으로 증액된 항목의 실사, 열공영화제작소 관련 계좌 자금 흐름 추적을 요청한 상태다.
윤석열X파일 때와 같은 수법
영화 '신명'은 시민 펀딩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컸다. 4,200여 명의 후원자와 투자자가 참여했고, 정치적 소재에도 불구하고 78만 관객을 동원하며 시민 참여형 콘텐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천수는 과거 '윤석열X파일' 출판 때도 유사한 수법을 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에는 김두일 명의 출판사를 이용해 회사 자금을 대여 형식으로 빼돌린 뒤 수익을 나눠 가졌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제3자 명의의 '큰손'을 내세워 가공의 채무를 만들고, 그 돈으로 제작비를 부풀려 수익을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의 십시일반 성금이 또다시 정천수 개인의 빚을 갚는 데 쓰였다면, 이는 단순한 회계 착오가 아니라 계획된 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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