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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2주 합의가 감춘 것…통행료 30억은 전쟁이 만든 돈이다
트럼프는 FREE 대신 SAFE라고 했고, 이란은 "전략적 승리"를 선언했다
미국·이란 2주 휴전, 호르무즈 통행료 200만 달러(30억원)는 유지
트럼프 원문에 SAFE만 있고 FREE는 빠져, G7 성명과 불일치
이란 10개 조항에 핵 제한 아닌 핵 인정 요구, JCPOA보다 이란에 유리
한국 선박 26척·선원 173명 노출, 등급 미확정 상태로 2주 돌입
미국과 이란이 7일(현지시간) 파키스탄의 중재로 2주간 휴전에 합의했다. 2월 28일 시작된 전쟁 40일 만이다. 이란을 40일 동안 폭격한 미국이 멈추고, 이란도 방어 작전을 중단한다. 그 대신 호르무즈 해협을 2주간 열기로 했다.
국제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WTI 기준 배럴당 12달러가 빠져 100.90달러를 기록했다. 하루 만에 10% 넘게 떨어진 것이다. 시장이 이 합의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보여주는 숫자다.
그런데 이 합의에는 국내 언론 대부분이 놓친 핵심이 있다.
트럼프 원문에 FREE 없고 SAFE만
트럼프가 트루스소셜에 올린 원문을 보면 "COMPLETE, IMMEDIATE, SAFE OPENING"이라고 돼 있다. 완전하고, 즉각적이고, 안전한 개방.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SAFE라는 단어다. FREE가 아니다.

같은 시기 G7 외무장관 공동성명에는 "toll-free freedom of navigation"이라고 적혀 있다. 통행료 없는 자유 항행. G7은 FREE를 분명히 썼는데, 트럼프 원문에는 FREE가 빠져 있다. 이란 아라그치 외무장관도 "안전 통항(safe passage)"이라는 표현을 썼다. 트럼프도 SAFE, 이란도 SAFE.
이 빈자리에 돈이 들어간다. 선박 한 척당 200만 달러, 한국 돈으로 약 30억원이다.
전쟁 전 0원, 전쟁 후 30억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 사이에 있는 좁은 바닷길이다. 전 세계 원유의 20%가 이 길을 지나간다. 전쟁 전까지 이란이 여기서 통행료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전쟁이 시작되고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3월 23일 블룸버그가 이란의 통행료 징수 시작을 보도했다. 어떤 선박이 얼마를 냈는지는 블룸버그 원문도 "미확인"이라고 밝혔다. 인도는 LPG 선박 4척을 통행료 없이 통과시키며 "국제법상 누구도 통행료를 부과할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
3월 30일에는 이란 의회가 선박당 200만 달러 통행료 법안을 공식 통과시켰다. 결제 수단은 위안화와 스테이블코인이다. 달러가 아니다. 4월 2일 이란 부외무장관은 "전쟁이 끝나도 허가받아야 한다"고 했다. 영구적으로 받겠다는 뜻이다.
JCPOA 파기 후 핵 제한→핵 인정, 방향 뒤집힘
이번 합의의 토대는 이란이 내놓은 10개 조항이다. 미국의 15개 요구안을 이란이 거부하고 자체 안을 냈다. 트럼프는 전날까지 "충분하지 않다"고 했지만 하루 만에 이를 협상 토대로 수용했다.
| 1 | 미국의 대이란 불가침 보장 |
| 2 | 이란의 호르무즈 통제권 유지·확대 (선박당 200만 달러 통행료 포함) |
| 3 |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권리 미국 공식 수용 |
| 4 | 1차 제재 전면 해제 |
| 5 | 2차 제재 전면 해제 (이란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 포함) |
| 6 | 이란 관련 UN 안보리 결의 전체 종식 |
| 7 | IAEA 핵 사찰 관련 결의 전체 종식 |
| 8 | 전쟁 피해 배상·재건 지원 |
| 9 | 역내 미군 전투부대 완전 철수 |
| 10 | 레바논 헤즈볼라 포함 전 전선 전면 휴전 |
| 1~3번 이란 핵심 요구 | 출처: SNSC 공식 성명, NYT, i24NEWS, Times of Israel | |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와 뉴욕타임스가 확인한 10개 조항의 핵심은 세 가지다. 미국이 이란을 다시는 공격하지 않겠다는 보장,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권 유지(통행료 포함), 그리고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미국이 공식 인정하라는 요구다. 나머지에는 모든 제재 해제, UN 안보리 결의 종식, IAEA 핵 사찰 결의 종식, 미군 철수, 전 전선 휴전이 들어 있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이 있다. 2018년 트럼프가 "역사상 최악의 합의"라며 파기한 JCPOA(이란 핵 합의)에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제한하는 조항이 있었다. 부족했지만 핵을 묶어두는 장치는 있었다.
이란 10개 조항에는 핵 제한이 아니라 핵 인정이 들어 있다. 방향이 뒤집어진 것이다. IAEA 핵 사찰까지 종식시키라는 요구도 포함됐다. 핵 합의를 찢고 전쟁을 시작했더니, 찢기 전보다 이란에 유리한 합의 토대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 선박 26척, 선원 173명 호르무즈 대기 중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란 통행료 대상에 놓인 한국 선박은 26척이다. 이 배들 위에 한국인 선원 173명이 있다.
한국 정부 입장은 "통행료를 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G7 공동성명도 지지했다. 외교부는 "이란과 양자 협의를 한 적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그런데 이란은 선박 발송국을 5개 등급으로 나눴다. 친이란 국가는 면제, 미국 동맹국은 최고가다. 한국이 몇 등급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4등급(미국 동맹) 기준 할인 없이 계산하면, 정유 4사가 한 달에 필요한 유조선 약 25척에 30억원을 곱해 월 750억원이다. 연간 약 9000억원. 전쟁 전에는 이 비용이 0원이었다.
정부가 통행료를 직접 내기도 어렵다. 이란에 돈을 보내면 미국의 대이란 금융 제재를 위반할 수 있고, 국제법상 무료인 바다에서 돈을 낸 선례가 된다. 그래서 정부는 직접 납부 대신 우회 운임 관세 면제라는 우회 방식을 택했다.
4월 10일 이슬라마바드, 통행료 존폐 결정
4월 10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미국 위트코프 중동 특사와 이란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만난다. 영구 종전 협상이다. 통행료가 사라지느냐, 남느냐가 여기서 결정된다.
산업부 4월 7일 발표 기준, 4월 대체원유 확보량은 평시의 60%인 5000만 배럴이다. 비축유는 약 2억 배럴로 208일치가 남아 있다. 정유 4사 비축유 스와프 신청은 3000만 배럴 이상이었으나 실제 공급은 280만 배럴에 그쳤다. 구윤철 부총리는 두바이유가 130달러를 넘으면 민간 차량 5부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4월 8일부터 공공기관 차량 2부제가 시행됐다.
전쟁 전 호르무즈는 무료였다. 40일 폭격 뒤 이란은 선박당 30억원을 받고 있다. 법으로 만들었고, 전쟁이 끝나도 계속 받겠다고 했다. 이란은 이번 합의를 "전략적 승리"라고 선언했다. 이 표현을 제목에 넣은 국내 언론은 한겨레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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