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탐사

"대통령 뜻이라더니"…홍익표, 의중 왜곡 전달 반복에 이재명 대통령 공개 경고

정청래 대표 사과했지만 당정 갈등 봉합 미지수…호남 공천에선 '친청 황제, 비청 황사' 논란

대통령 사진 활용 금지 지침, 청와대 요청 아닌 당 과잉 대응으로 확인

홍익표 수석, 임종석 공천 때도 이해찬 발언 와전한 전력

이재명 대통령 "청와대 파리한 사람 감찰하라" 사실상 홍익표 겨냥

정청래 "사무4강 공천 잘됐다" 자화자찬에 최고위원·현장서 동시 반발

이원택 후보 식사비 대납 의혹, 전화 두 통으로 '혐의없음' 종결 논란

신안군 안좌읍서 휴대폰 수거 뒤 여론조사 응답률 50%…경찰 수사 착수

2026-04-11 10:39:52

이재명 대통령이 홍익표 정무수석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사실상 공개 경고를 날렸다. 당정 간 소통 과정에서 대통령의 의중이 반복적으로 왜곡·전달되면서다.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둔 시점에 터진 이번 파문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당정 관계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발단은 조승래 사무총장 명의로 나간 공문


4월 5일 민주당 사무총장 조승래는 지방선거 출마자들에게 공문을 보냈다. "홍보물에서 대통령 사진·영상 활용을 용납할 수 없다. 심하면 후보 자격을 박탈하겠다." 공문에는 "대통령의 당무 개입 의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표현까지 들어갔다. 취임 전 사진인데 당무 개입이라니, 친명계 최고위원들이 즉각 반발했다. 대통령 지지율이 67%인 상황에서 민주당 1호 당원의 사진을 쓰지 말라는 건 국민의힘만 이롭게 하는 일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최고위원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정청래 대표와 조승래 사무총장은 "청와대의 뜻"이라며 반발을 잠재웠다. 대통령이 그렇게 했다는데 더 따질 수 없었다. 그런데 국민일보가 이를 받아 보도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대통령 신분으로서 선거 개입 모습이 유포되면 안 된다는 뜻을 청와대가 먼저 당에 전달했다"는 기사였다. 뉴탐사 취재 결과, 이 "고위 관계자"는 홍익표 정무수석으로 관측된다. 당과 청와대 사이에서 소통을 담당하는 직책이 정무수석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재명 대통령이 움직였다. 수석회의에서 청와대를 팔이한 사람이 누구냐, 감찰해서 찾아오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겉으로는 감찰이지만, 홍익표 수석에 대한 공개 경고였다. 국민일보 기사는 바로 삭제됐다. 언론 입장에서는 모욕적이지만, 파문 수습이 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뜻 왜곡 전달,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홍익표 수석이 윗사람의 발언을 와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4년 2월,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성동구 출마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이해찬 상임고문이 홍익표 등과 식사 자리에서 "임종석에게도 기회를 줘야지"라고 원칙적으로 말한 것을, 홍익표가 한겨레에 "이해찬이 성동구 공천을 밀어달라고 했다"는 식으로 흘렸다. 뉴탐사가 이해찬 측 핵심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이해찬 고문은 성동구를 콕 집어 요구한 적이 없었다.


민주당 지도부급 의원은 뉴탐사와 통화에서 "홍익표 수석이 대통령의 의중을 잘못 전달한 사례가 이번 말고도 더 있다"고 밝혔다. "대체 이게 몇 번째냐"는 격앙된 반응이었다. 이 의원은 "정청래 대표 쪽과 갈등이 있는 국무위원들에 대해서도 말을 와전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홍익표 수석은 JTBC 인터뷰에서 "당에서 과잉 행태가 벌어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사진·영상을 쓸지 말지는 당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고도 했다. 결국 정청래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 내 책임"이라며 사과했다.


하정우 수석 출마설에도 대통령이 제동


당정 엇박자는 하정우 AI 담당 수석 출마설에서도 드러났다. 정청래 대표가 부산 북구 재보궐에 하정우 수석을 투입하려고 설득을 거듭하자,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 생방송 중 "요새 할 일이 많은데 작업 들어오는 것 같다, 말려들지 마라, 계속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담 형식이었지만, 공개 석상에서 나온 발언이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하정우 출마설은 사실상 종결됐다. 그런데도 정청래 대표는 "하정우 수석은 민주당에 더 필요한 인재"라며 농담으로 받아쳤다.


친명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전쟁 위기 수습은 대통령 혼자 하고, 정청래 대표는 호남만 돌아다니며 연임 준비를 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강훈식 비서실장이 석유 수급 문제로 중동에 날아가는 사이, 당 지도부는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청래 "공천 잘됐다" 자화자찬, 현장은 달랐다


정청래 대표는 4월 1일 "당사 앞에서 항의 삭발이 한 건도 없다, 4무 4강 공천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자찬했다.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후보들이 고마워한다, 가장 민주적 절차로 뽑힌 후보가 가장 경쟁력 있다"고 되풀이했다. 현장 취재 결과는 달랐다. 당사 앞에서는 구례군 시민활동가가 "잘못된 공천"을 규탄하며 항의했고, 전북에서는 이원택 도지사 후보의 식사비 대납 의혹을 둘러싸고 최고위원들이 공개 반박에 나섰다.


이언주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도부와 친한 후보에게는 사실상 면제부를 주면서, 현역 전북지사에게는 과도하게 감찰했다"고 비판했다. 이원택 후보에 대한 긴급 감찰은 4월 7일 지시 후 하루 만에 '혐의없음'으로 종결됐다. 조사 방법은 전화 두 통이었다. 반면 김관영 전북지사는 청년 모임에서 대리비 2~3만 원을 나눠줬다는 의혹으로 한나절 만에 제명됐다. 안호영 의원은 "재감찰해야 한다, 확인되면 비상 징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청래 대표 자신도 본인이 세운 규칙을 어겼다. 현역 의원의 기초단체장 후보 후원회장 취임을 금지해놓고, 마포구청장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이 후보는 과거 정청래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다른 지역 후보들은 지침에 따라 후원회장직을 내려놓았다.


신안군 휴대폰 수거 사건, 경찰 수사로 번져


호남 공천 비리 중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신안군 안좌읍에서 포착됐다. 한 이장이 주민들의 휴대폰 수십 대를 모아놓고, 메모지에 주민등록번호를 적어 여론조사에 대리 응답한 정황이 뉴탐사 취재로 확인됐다. 이 이장은 박우량 전 신안군수의 오른팔로 알려진 인물이다. 박우량은 정청래 대표의 특보다.


임실군에서는 더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인구가 2만5259명으로 줄었는데, 여론조사용 안심번호 가입자 수는 오히려 1만 명을 넘었다. 5년 전보다 5000명 이상 늘었다. 통신 기지국 추적 결과, 이 번호들은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 잡혔다. 경찰이 통신 3사를 통해 가입자를 전수 확인하고, 관련자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해당 지역 여론조사 응답률이 50%에 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뉴탐사 취재진이 무안군 김산 군수의 공무원 동원 의혹을 취재하러 현장에 갔다가 폭행을 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김산 군수 측근이 기자의 멱살을 잡았다. 정청래 대표는 보도자료를 내 뉴탐사 보도가 무리한 보도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 김시몬 기자는 이날 옷이 찢어졌고, 병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부상을 당했다.


장세일 영광군수의 자녀 돈봉투 의혹도 정청래 대표가 감찰을 지시했다가 며칠 만에 '근거없음'으로 종결했다. 장세일 군수는 정청래 대표의 지방자치 특보다. 그러나 경찰은 이미 수사에 착수해 압수수색 영장까지 발부받았다.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이 영장을 발부한 사안을 당이 전화 몇 통으로 종결한 셈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친청 횡재, 비청 횡사"라는 신조어가 돌고 있다. 정청래 대표 특보이거나 측근이면 감찰에서 빠지고, 그렇지 않으면 가혹한 조치를 받는다는 뜻이다.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호남 공천의 실상은 결국 하나로 수렴된다. 당대표의 관심이 연임에 쏠려 있다 보니, 기득권이 받쳐주는 후보들이 공천을 받고, 지역 민주주의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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