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 파동이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여진은 멈추지 않았다. 설 연휴를 거치며 '뉴이재명' 논쟁이 폭발했고, 공소취소모임(공취모) 참여 의원은 104명까지 불어났다. 조국 대표는 3자 구도를 앞세워 선거연대를 압박하고, 유시민 작가와 정준희 교수는 뉴이재명 현상에 적의감을 드러냈다. 뉴탐사 기자들은 21일 새 프로그램 '뉴수다'에서 이 흐름의 본질이 민주당 내 주류 교체의 시작이라고 진단했다. 합당 이후 혼란이 수습되기는커녕 확산되는 상황에서, 기자들은 속내와 고민을 솔직히 드러내며 '갈라치기'라는 비판이 왜 먹히지 않는지 냉정하게 들여다봤다.
뉴수다는 뉴탐사 기자들이 주중 방송에서 미처 꺼내지 못한 이야기를 편하게 풀어놓는 자리로 기획됐다. 박대용 기자가 진행을 맡고, 강진구·권지연·김시몬 기자와 정선호 PD가 참여했다. 강진구 기자는 "평일 방송이 너무 딱딱하다. 속에 담고 있는 얘기들을 쉽게 풀어내기 어려웠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첫 회부터 화제는 곧바로 합당 여진과 뉴이재명으로 흘러갔다.
합당은 끝났지만 여진은 계속된다
강진구 기자는 합당 파동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조국 대표가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고 짚었다. 조국 대표는 합당이 불가능하다면 선거연대를 하겠다고 했다. 명분으로 내세운 건 3자 구도였다. 조국혁신당이 독자 후보를 내면 민주당이 불리해진다는 논리다. 강진구 기자는 "합당을 찬성했던 세력 입장에서 3자 구도 공포 마케팅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국 대표는 "나를 가마니로 보지 마라"며 독자 출마를 예고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시점에 뉴이재명 이슈가 터졌다. 대선 이후 새롭게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기 시작한 층, 이른바 '뉴이재명'이 이재명 지지자 4명 중 1명에 이른다는 통계가 나왔다. 강진구 기자는 "조국혁신당이 캐스팅보트를 쥐려면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박빙이어야 하는데, 뉴이재명 현상 덕에 민주당이 굳이 조국혁신당 도움 없이도 넉넉히 승리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합당을 추진했던 쪽에서 뉴이재명이 반갑지 않은 이유다.
'뉴이재명'이 원하는 건 '성과'다
국회 출입기자인 김시몬 기자는 뉴이재명 현상을 현장 감각으로 풀었다. "예전에는 정치권에서 싸우는 게 큰 이슈였지만, 요즘은 상법 개정이 어떻게 되느냐, 코스피가 얼마나 올랐느냐, 부동산 정책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관심이 간다"고 했다.
김 기자는 "공부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런 거보다 그냥 성적표가 나왔는데 올랐구나, 노력했구나 이걸 가지고 논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뉴이재명은 특정 정파가 아니라 성과를 기준으로 정치를 평가하는 흐름이라는 뜻이다. 그는 "정치인 입장에서 뉴이재명이 반갑지 않을 수 있다. 난이도가 올라가니까. 더 열심히 해야 되고, 성과를 내야 된다"고 덧붙였다.
권지연 기자는 다른 각도에서 뉴이재명을 설명했다. "보수적인 개신교인들 중에 목사님 말에 그루밍 돼서 이재명은 악마라고 알았다가, 일하는 걸 보고 생각이 바뀌시는 분들이 계신다"고 했다. 이어 "뉴이재명을 어떤 하나의 세력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새롭게 지지하는 동기와 이유가 다양하다"고 했다.
정준희·유시민은 왜 불편한가
정준희 교수는 설 연휴 중 뉴이재명에 대해 강한 적의감을 드러냈다. 유시민 작가도 질문들에 출연해 표정이 평소보다 훨씬 일그러진 채 예민하게 반응했다.
강진구 기자는 이 반응의 배경을 이렇게 읽었다. "정준희 교수 주변에는 올드 이재명만 있는 것 같다. 뉴이재명을 접촉해 본 적이 없으니까 불편한 것." 정준희 교수의 주장을 선의로 해석하면, 중도실용 성향의 새 지지층이 들어왔다고 민주당의 전통적 개혁 아젠다를 포기하면 안 된다는 우려라는 것이다. 그러나 권지연 기자는 "오히려 진보적이고 개혁적이라면 사람들이 새로 흡수되는 걸 환영해야 하는데, 지금 모습은 자기 기득권을 뺏길까 봐 안달복달하는 것으로 비친다"고 꼬집었다.
유시민 작가에 대해서는 강진구 기자가 더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합당 정국에서 김어준 뉴스공장에 참전하며 민주당 의원들에게 경고했는데, 합당이 무산된 뒤에도 의원들이 자기 말을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한 자괴감이 있다는 해석이다. "자기 말발도 잘 안 먹히고, 그러니까 다시 한번 더 격한 어조로 나온 게 아닌가."
공취모 104명, 계파가 아니라 당론에 가깝다
유시민 작가가 '미친 집단'이라고 비난한 공소취소모임은 오히려 그 뒤로 참여 의원이 더 늘었다. 강진구 기자가 22일 아침 확인한 결과 104명이었다. 민주당 의원 170여 명 중 절반을 넘긴 수치다.
김시몬 기자는 "80명, 90명이면 계파로 분류하기에는 스펙트럼이 너무 크다. 거의 당론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했다. 실제로 공취모에는 윤건영 의원, 친문으로 분류되는 의원들, 심지어 서삼석 의원까지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미화 의원은 유시민 작가의 '미쳤다' 발언에 대해 "맞다, 정상적이지 않다. 지금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응수했다.
강진구 기자는 공취모가 합당 파동과 무관하게 2개월 전부터 준비된 모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시민 작가는 이를 정청래 대표를 고립시키기 위한 사조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성윤 의원이 전준철 변호사 특검 추천 문제로 비판받던 시점과 겹치면서 오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조국의 기호가 바뀌고 있다
강진구 기자는 설 연휴 중 함돈균 뉴스쿨의 분석을 인용하며 한국 정치를 관통하는 두 개의 죽음을 언급했다. 박정희의 죽음이 보수 35%의 견고한 지지를 만들었듯, 노무현의 죽음이 민주 진보 진영의 투표 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조국 대표는 검찰의 희생자로서 노무현을 불러내는 상징적 기호였다.
그런데 사면 이후 그 기호가 약해졌다. 강진구 기자는 "역설적으로 조국은 사면이 되는 순간 더 이상 정치 검찰의 희생자가 아니게 됐다. 노무현을 불러내는 힘이 약해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조국 대표가 3자 구도를 앞세우는 것은 노무현이 아니라 심상정을 불러내는 것이라고도 했다. "조국이 노무현을 상징하는 기호에서 심상정을 연상시키는 기호로 변해가고 있다."
김시몬 기자는 "조국 대표도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인지, 어떤 성과를 내왔는지를 좀 더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지연 기자는 더 직설적이었다. "인간적으로 좋고 학자로서 존경받을 만한 분이지만, 정치인으로서는 아니다."
주류 교체는 시작됐다
기자들은 민주당 내 권력 투쟁이 이미 시작됐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강진구 기자는 "친명계 의원들은 집권 초반 관리형 대표를 원했는데, 1인1표제와 합당 정국을 거치면서 정청래 대표의 연임 포석이라는 의심이 생겼다"고 했다. 정청래 대표가 최고위원들과도 소통하지 않고, 이성윤 의원과 둘이서만 특검 추천을 결정하는 등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시몬 기자는 이 권력 투쟁이 성과 경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제는 뭐 했던 사람이냐보다 뭘 할 사람이냐가 궁금해진다. 정치인들의 난이도가 올라갔다." 강진구 기자도 "정청래 대표는 사법개혁을 밀어붙여 성과를 내야 하고, 조국 대표는 호남 외 지역에서 민주당과 공조해 내란 세력 심판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계속 3자 구도를 들먹이면 심상정이나 안철수의 전철을 밟게 된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한편 기자들은 합당 여진이 검찰 개혁, 사법 개혁 같은 핵심 과제의 동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권지연 기자는 "검찰 개혁은 타이밍이 생명인데,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신안군수 비리, 가거도 방파제 수사 외압, 국민의힘 돈 공천 등 현장에서 밀린 취재도 쌓여 있다고 했다. 권지연 기자는 "일만 열심히 하는 사람은 사내 정치할 시간이 없다.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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