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6일,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검찰의 민낯을 고발한 ‘죄수와 검사’ 시리즈의 핵심 제보자가 찾아왔다. USB에 자료를 한 가득 담고.
그의 첫 마디는 “저를 보지 말고, 자료를 봐주세요”였다.
금수저로 태어나 어려움을 모르고 자랐다는 그는, 대학에선 법을 전공한 후 성공한 사업가였다. 그는 한때 잘 나가는 검사 친구의 힘이 자신의 힘인 줄 알면서 살았다고 했다. 그러다 그들이 함께 향유했던 권력에도 우정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는 “나는 김형준 검사의 스폰서였다”라고 폭로했다. 어쩌면 자폭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친구에 대한 배신감에서 시작한 검찰에 대한 폭로는 진심이 되어 갔다고 한다. 그의 폭로는 과거 검찰과 유착했던 자신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고, 사건을 조작하면서까지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해온 검찰 권력에 대한 항쟁이기도 하다.
이 보도는 제보자 김희석 씨가 확보한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고 추가 취재를 통해 공개하는 IDS 홀딩스 사기주범 김성훈과 검찰간의 끈끈한 유착에 대한 폭로이자 기록이다.
사건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먼저 ‘IDS홀딩스’라는 거대한 사기극의 서막을 들여다봐야 한다. 주범 김성훈은 “여러분을 부자로 만들어주겠다”는 달콤한 구호 아래 2011년부터 본격적인 투자금 사냥에 나섰다. 이들의 수법은 전형적인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였다. 하지만 차원이 달랐다. 유력 정치인과 유명 연예인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워 마치 국가가 보증하는 공신력 있는 기업인 양 포장했다.
사법부가 길러낸 ‘제2의 조희팔’
2014년 9월, 672억 원대 사기 혐의로 김성훈이 기소됐다. 그러나 사법부의 판단은 관대했다. 1·2심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그에게 ‘자유’를 허락한 것이다.구속을 피한 김성훈은 곧장 더 큰 판을 짰다. 베트남, 홍콩 등 해외 사업 확장을 내세우며 피해자들의 고혈을 빨았다. 그 곁에는 늘 든든한 ‘방패’가 있었다.
당시 IDS홀딩스 고문을 맡았던 조성재 변호사(법무법인 광평)다. 그는 경대수 전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자,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법조 담당을 지낸 ‘실세’였다. 경 전 의원이 IDS홀딩스 행사에 축하 영상을 보낼 때마다, 투자자들은 이 회사를 ‘정권이 밀어주는 기업’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조 변호사는 재판 중인 김성훈을 향해 “다른 유사수신업체와는 다르다”며, 떳떳하게 재판을 받는 모습 자체가 회사의 건실함을 증명한다고 대외적으로 설파했다. 하지만 이는 새 피해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의 이자를 막는 ‘돌려막기’였을 뿐이다. 그 사이 피해 규모는 1조 원을 훌쩍 넘겼고, 김성훈은 ‘제2의 조희팔’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조 단위의 피해액에도 입을 다물기 어렵지만, 재판 중에 불어낸 액수가 1조원을 넘겼다는 점에서 피해를 검찰과 사법부가 키웠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사기 주범 김성훈 “아무도 못하는 것 한다”
재판 중에 피해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상황에서 또 다시 고발당한 김성훈은 2016년 9월 구속됐고, 1심(2017년 2월)에서 징역 12년, 2017년 9월 항소심에서 징역 15년, 같은 해 12월 징역 15년을 확정받는다. 이외 다른 혐의들이 추가돼 총징역 17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뒤늦은 정의실현이라도 이루어진 것일까. 아쉽게도 김성훈은 수감 중에도 은닉한 재산을 불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사와 전관, 법조인들의 조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사건의 복잡한 내막을 파헤치기에 앞서, 이제 이 추악한 커넥션의 중심에 있는 주요 인물들을 먼저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제보자 김희석, 김성훈의 범죄은닉자금 폭로를 결심하다
김성훈은 수감 중 감형을 꿈꿨지만 실패, 항소심에서 형량이 늘어나자, 크게 낙담한다. 입수한 2017년 10월 24일부터 2018년 5월 4일까지 김성훈의 면회접견 녹취록이 담긴 경찰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김성훈은 2017년 9월 15일 접견 온 배우자 안 모 씨에게 “총 17년 살아야 돼. 밖에다 얘기하지마,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상고심 해봐야 의미가 없다”라고 크게 좌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한 달여 후인 2017년 10월 17일부터 태도가 크게 달라진다. ‘형집행정지 알선 모의가 시작된 시점이다. 김성훈은 2027년 11월 14일 접견 온 부인에게 “한꺼번에 형을 다 살기는 힘들기 때문에 잠깐이라도 나갔다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20년째 살고 있는 형이 있다. 그 형은 여섯 번이나 나갔다 왔다 했다. 그 형한테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이 말한 ‘형’은 바로 브로커재소자 이성용이다. 브로커재소자란 검사실로 출정을 나가 사건거래를 하던 죄수들을 일컫는 말이다. 김성훈의 면회녹취록을 살펴보면, 그는 점점 더 크게 형집행정지로 나갈 거라고 자신했다.
2017년 11월 15일 예00, 최00, 이00, 김00 이00 접견
형을 줄이려고 해도 어렵고, 형은 그냥 받고, 다른 방법을 찾으면 돼. 다 찾고 있어. 걱정 하지 마. 내가 무식하게 15년 동안 다 있겠냐. 뭔가 수를 내야지. 나중에 보여줄게. 어떤 수가 나는지. 아무도 못 하는 거 한다. 이제.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은닉자금은 찾으려 해야 찾지 못할 것이라며, 수사당국을 비웃는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제 12월쯤 되면 지네들 지치거든. 아무리 털어봐야 나오는 게 없는데. 돈 어따 숨겨놨다고 자꾸 그러는데. 찾아보라 그래. 숨겨놓은 거 있으면. 못 찾으면 지네가 못 찾는 거지. 나한테 물어보면 내가 숨겨놨다고 하겠어. 바보 아냐. 바보. 지네가 찾아야지. 열심히 찾아봐"
김성훈의 태도는 어떻게 이처럼 돌변할 수 있었을까. 당시 김성훈은 김영일 검사실에서 편의를 제공받으며 자신감을 키우고 있었다. 게다가 당시 김성훈의 조력자를 자처하던 브로커 재소자 이성용은 서울구치소 안에서 또 다른 조력자를 찾아 접근한 상태였다. 그가 바로 제보자 김희석 씨다.
김희석 씨는 당시 브로커재소자 이성용으로부터 “공무원 뇌물 사건을 검찰에 제보하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종합해 보면, 김희석 씨가 검찰에 사건을 제보하면 그 대가로 김성훈은 형집행정지를 받아내고, 김희석 씨에게 돈을 지불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즉, 김성훈 일당이 형집행정지 알선을 위해 구치소 내 검찰 인맥이 있던 김희석 씨를 포섭한 것이다.
독이 든 성배를 든 제보자의 결심
이후 2018년 1월 26일 김희석 씨에게 접견 변호사가 찾아온다. 김성훈과 브로커재소자 이성용을 순차접견하며 이들의 커뮤니케이터 역할을 하던 이지연 변호사였다. 이때쯤 김희석 씨는 이성용의 제안이 IDS홀딩스 김성훈 때문인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김희석 씨는 김성훈이 어떤 인물인지, 자신의 변호사들을 통해 알아본 후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때 그는 증거를 모아 경찰에 제보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피해자 중에서 딸의 결혼 자금을 엄마가 돈을 벌어보겠다고 IDS홀딩스에 투자했다가 회복을 못해 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차례로 어머니까지 극단을 선택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건 아니잖아요. 검찰의 수사방식도 이건 너무 불법적이고, 이건 끊어내야겠다고 생각해 증거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김희석 씨는 김성훈의 형집행정지를 알선해주면 3억 원을 주겠다는 제안에 응하는 척하며, 관련 증거를 체계적으로 수집했다. 이 과정에서 접견변호사 이지연 씨는 2017년 1월 26일부터 2019년 1월 20일까지 총 84회에 걸쳐 김희석 씨를 접견했다. 이 변호사는 김희석, 김성훈, 이성용을 순차적으로 만나며 그들의 가교 역할을 수행했다. 이성용의 지시를 김희석 씨에게 전달하고 그 결과를 김성훈에게 보고하는 방식이었다.
김희석 씨는 김성훈 일당이 제안한 3억 원짜리 수표 사본을 확보했고, 증거 수집의 일환으로 그중 10%를 본인의 변호인 계좌로 송금하도록 유도했다. 실제로 입금된 2,700만 원 중 300만 원은 이지연 변호사가 수수료 명목으로 공제해 갔다. 이어 김희석 씨는 나머지 2억 7,000만 원을 이지연 변호사가 보관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관증'까지 확보했다. 김희석 씨가 확보한 증거들은 김성훈의 범죄수익 은닉을 입증할 핵심 단서였다. 김성훈은 2018년 2월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치밀하게 증거를 수집한 김희석 씨는 2019년 7월 12일, 경찰에 자수 형식으로 범죄 사실을 제보했다.


경찰의 꼼꼼한 수사, 검찰의 '허위 사유' 기소중지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김희석 씨가 제보한 ‘형집행정지 알선’ 및 ‘은닉자금 3억 원’ 의혹을 넘어, 배후에 숨겨진 30억 원대 자금 세탁 정황까지 포착하며 수사의 고삐를 죄었다. 하지만 경찰의 치밀한 수사는 검찰의 벽에 가로막혀 잇따라 난항을 겪어야 했다.
검찰의 수사 방해 의혹, ‘영장 기각’과 ‘시간 끌기’
김희석 씨의 변호인인 이지형 변호사는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이 계속 보완지시를 내려 영장을 가로막았다”며 순탄치 않았던 경찰 수사 과정을 설명했다. 실제로 경찰 수사보고서를 살펴보면 검찰의 노골적인 수사 제동 정황이 드러난다. 어렵게 청구된 압수수색 영장조차 검찰 단계에서 기간이 대폭 단축됐으며, 주요 피의자들과 핵심 시설에 대한 영장 청구 시기가 누락되거나 배제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경찰은 2021년 6월, 브로커 이 씨와 그 측근 김 씨, 이지연 변호사를 알선수재 혐의로, 김성훈을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기소 의견을 달아 재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기소중지’ 처분을 내리며 사건을 사실상 멈춰 세웠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조영성 검사가 작성한 불기소 이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김희석은 현재 경기북부 제1교도소에 수형 중으로, 진행 중인 재판이 없고 코로나19로 인한 이감이 곤란하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허위였다. 당시 김희석 씨는 경기북부 제1교도소가 아닌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었으며, 서울중앙지법에서 이미 두 가지 사건의 재판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소중지의 근거가 된 전제 사실 자체가 완전히 날조된 셈이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전직 검사의 답변
이후 변호사로 개업한 조영성 당시 담당 검사에게 연락을 취해, 허위 사실을 근거로 기소중지를 내린 이유를 물었지만, 사무장을 통해 돌아온 건 무책임한 답변뿐이었다. 조영성 법률사무소 사무장 A씨는 “(조영성 변호사가) 당시 사건에 대해서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한다”며 짧게 응대했다.
뒤바뀐 칼날, 제보자만 기소한 '상식 밖의 보완수사'
김희석 씨는 수사를 재개해달라는 신청서를 보내는 등, 검찰에 끊임없이 호소했다.
그런데도 기약도 없이 멈춰있던 이 사건은 2024년 돌연 재개돼 검찰의 보완수사가 시작됐다. 이후 검찰은 2025년 6월 13일 새 정부 출범 직후 제보자 김희석 씨만 단독 기소했다. 혐의는 사기와 변호사법 위반이다. 이 황당한 기소를 결정한 인물은 과거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당시 반발했던 임풍성 검사다. 그는 김희석 씨가 형집행정지 알선 능력이 없음에도 김성훈 일당을 상대로 사기를 쳤다는 결론을 내렸다.
더구나 이 사건은 임풍성 검사에게 배당되기 전까지 수개월마다 담당 검사가 교체되며 약 10명의 검사가 이 사건을 거쳐 갔다. 이는 일반적인 수사 관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김희석 씨의 변호인 이지형 변호사(법무법인 난)는 검찰 수사의 편향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경찰이 이미 상당한 수준의 디테일한 증거를 확보해 송치했음에도, 검찰은 3년 넘게 사건을 묶어두다 추가 압수수색 등 적극적 수사 없이 당사자 진술 청취에만 그쳤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검찰의 피의자 신문 조서를 살펴보면, 사건의 본질인 ‘알선수재’가 아닌 처음부터 ‘사기’ 프레임을 짜놓고 유도 질문을 이어간 흔적이 역력하다.
김성훈 인정한 은닉자금도 모른척 한 검찰
더욱 의문스러운 점은 이미 드러난 ‘자금 세탁’의 실체다. 김성훈의 측근(금고지기)이 이지연 변호사에게 전달한 1억 5,000만 원 중 일부가 김희석 씨 측으로 흘러갔으며, 이 자금의 원천이 김성훈의 범죄 수익임을 김성훈도 검찰 조사에서 실토한 것이다.
김성훈은 임풍성 검사실 조사에서 김희석에게 전달된 2천700만원을 포함해 1억5천만원은 “내 돈이 맞다”고 인정했다.
또 재소자들 사이의 커뮤니케이터 역할을 하며 김희석 씨에게 자금을 송금한 이지연 변호사는 경찰 조사에서 ‘왜 여러 계좌를 거쳐 김희석 씨측에 자금을 전달했느냐’라는 질의에 “김성훈의 돈이라 찝찝해서 교회 명의 등 여러 계좌를 거쳐 세탁해 보냈다”고 시인한 바 있다.
그럼에도 임 검사는 제보자만을 기소했다. 김희석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이 사건으로 홀로 재판을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을 지휘했던 임풍성 검사에게 이러한 기소 결정의 이유를 묻고자 연락했으나, 그는 이미 검찰에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였다. 메모 전달을 부탁했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책임 있는 설명을 듣기도 전, 임 검사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사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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