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김성태 "이재명 한 번도 본 적 없다"… 대통령실 일일 보고 문건도 폭로됐다
조작기소 청문회 마지막 날, 김성태의 결정적 증언과 대통령실 보고 문건이 한꺼번에 드러났다
김성태 "그분에 대한 것은 본 적도 없고 대가 받은 적도 없다" 공범관계 부인
박성준 의원, 수원지검→대검→법무부→용산 일일 보고 문건 공개
이시원 답변 거부 "답변드리기 어렵다"…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도 보고선상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29일 국정조사 청문회 증언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의 공범 관계를 부인했다. 검찰의 강압 수사도 사실상 인정했다. 같은 날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실에 데일리로 보고된 것으로 보이는 검찰의 수사 보고 문건을 공개했다. 정치 검찰의 조작 기소 의혹을 떠받치고 있던 빗장 두 개가 한꺼번에 풀린 셈이다.
이날 청문회는 윤석열 정권 시기 정치 검찰의 조작 기소 의혹을 다루는 국정조사의 마지막 증인 신문 자리였다. 김성태 전 회장이 국회에 처음 출석하는 만큼 어떤 증언이 나올지 관심이 쏠렸다.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이 기대했던 이재명 공범 입증성 증언은 나오지 않았다. 김성태 전 회장이 자신의 입으로 이재명 대통령과의 연결을 부인했다.
김성태 "그분에 대한 것은 본 적도 없고 대가 받은 것도 없다"
김성태 전 회장은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그분'이라고 지칭했다. 그러면서 "그분에 대한 것은 제가 본 적도 없고 대가를 받은 것도 없고 상대를 안 했습니다"라고 못 박았다. "재판에서 계속 공범 관계는 부인해 왔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어 "이 자리를 빌려서 제가 존경하고 정말로 지지했던 분이 계셨는데 이 못난 저 때문에 누가 되어서 그 부분은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속죄도 하고 있고 제 자신도 창피하다"는 말도 했다. 모두 발언에서부터 국민의힘이 기대한 흐름은 어긋나기 시작했다.
검찰의 강압 수사를 시인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김성태 전 회장은 "검사들이 굉장히 자신의 측근 가족 다 포함해서 17명이나 구속을 하면서 정말 악랄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측근 17명을 인질로 잡고 진술을 압박했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다만 연어 술 파티 당시 술을 마셨는지에 대해서는 "술은 먹지 않았다"고 했다. 이미 복수의 교도관들이 외부 음식 반입 사실을 진술한 상태여서 김성태 전 회장의 지엽적 답변은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해외 도피 과정에 대한 증언에서도 결정적 시인이 나왔다. 김성태 전 회장은 "당시에 여당이었던 분들이 많은 회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여당은 국민의힘이다. 뉴탐사와 워치독이 줄곧 문제 제기해 온 국민의힘 인사들의 사전 접촉·회유 의혹을 본인이 일부 인정한 것이다. 김성태 전 회장은 막상 한국에 송환되고 보니 "다음 주에는 1명, 그다음 주에는 관련자 전원을 구속시키겠다"는 말이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박성준 의원, 용산 '일보 문건' 폭로
이날 청문회의 또 다른 폭탄은 박성준 의원의 손에서 나왔다. 박성준 의원은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한 장의 문건을 들이밀었다. 4월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의 수사 진행 상황과 5월 1일 예정 수사 계획이 적힌 문건이었다. 박성준 의원은 이를 '일일 보고(日報) 문건'이라고 불렀다. 하루 단위 보고서라는 뜻이다.
뉴탐사가 입수한 원본을 확인한 결과 이 문건은 검찰의 정식 수사 보고서 양식이 아니었다. 통상 수사에 필요한 보고서와는 형식이 달랐다. 보고 라인은 수원지검 형사6부에서 출발해 대검찰청 반부패부, 법무부 형사기획과를 거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로 올라갔다. 박성준 의원은 이 문건이 윤석열 당시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다고 파악하고 있다.
문건 내용은 충격적이다. 1번 항목은 '이화영 및 측근 비리 관련 수사'였다. 이화영 전 부지사 본인뿐 아니라 측근 비리까지 묶어 처리하는 수사라는 점이 명문화돼 있었다. 본인의 변호인이었던 변호사의 동향, 현직 경기도 공무원에 대한 가지치기 수사, 경기도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위원에 대한 조사 내역도 적혀 있었다. 마닐라 국제대회 초청 인사 명단 유출자를 추적한 흔적도 담겼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후원자에 대한 별건 수사 내역도 포함돼 있었다. 검찰은 이 후원자의 구글 타임라인까지 분석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건에서는 구글 타임라인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던 검찰이 이화영 측근 수사에서는 적극 활용한 셈이다.
언론 보도 팩트 체크, 공판 동향까지 보고
문건의 성격을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부분은 따로 있다. '언론 보도 팩트 체크', '공판 등 기타' 항목이다. 수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여론 동향과 공판 진행 상황까지 용산에 보고된 것이다. 이 정도면 단순 수사 보고가 아니라 정치 보고에 가깝다.
향후 예정 수사 항목에는 쌍방울그룹의 경찰 인사 청탁 유무 조사 계획까지 적혀 있었다. 박상용 검사는 회유 역할을, 송민경 검사는 압박 역할을 분담한 흔적도 드러난다. 대북송금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영역까지 검찰 수사가 무차별로 확장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자료다.
이시원 전 비서관은 박성준 의원의 추궁에 정면으로 답하지 않았다. 박성준 의원이 "이 문서 일부 받으셨죠"라고 묻자 이시원 전 비서관은 "답변드리기 어려움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만 답했다. 본인이 입건된 사건도 아니고 출국금지 외에 별다른 처분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답변을 거부한 것이다. 사실상 시인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문건 작성 시점인 2023년 4월 28일부터 30일은 연어 술 파티가 벌어진 5월 17일을 약 2주 앞둔 시기다. 이화영 전 부지사를 향한 전방위 압박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던 무렵이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한때 무너졌던 시점도 이즈음이다. 가지치기 수사의 흔적이 담긴 일일 보고 문건은 압박 수사의 실체를 그대로 드러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보고선상에
법무부가 보고 라인에 포함돼 있다는 점은 또 다른 파장을 예고한다. 2023년 당시 법무부 장관은 한동훈 현 국민의힘 부산 북구갑 출마자다. 일일 보고 문건이 법무부를 거쳐 용산으로 올라갔다면 한동훈 당시 장관도 책임 선상에서 비켜설 수 없다.
이시원 전 비서관도 사정권 안에 있다. 그는 과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의 수사 검사였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발탁됐다. 국정조사 과정에서는 조태용 당시 국가정보원장에게 직접 전화해 검찰 수사에 필요한 문건을 빨리 제출하라며 압력을 행사한 정황도 드러났다. 조태용 당시 원장이 해당 사항이 아니라고 보고하자 이시원 전 비서관이 직접 질책하는 장면도 국정조사에서 공개된 바 있다.
쌍방울 박상웅 이사의 어색한 해명
박상웅 쌍방울 이사의 위증 정황도 이날 도마에 올랐다. 전용기 의원이 5월 17일 연어 술 파티 당일 수원지검 인근에서의 동선을 짚었다. 박상웅 이사는 이날 오후 6시 32분 검찰청에서 나와 9분 만에 다시 들어갔다. 그 사이 직원이 이마트에서 소주 4병을 구입했다.
박상웅 이사는 "직원이 소주를 사놓고 차에 뒀다"며 "수원지검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차에서 깡소주로 마셨다"고 답했다. 누구와도 함께 마시지 않고 혼자 차 안에서 4병을 마셨다는 해명이다. 김성태 전 회장이 전날 접견 자리에서 "내일이 결전의 날이니 소주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정황과는 동떨어진 해명이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위증하면 안 된다. 온 세상이 다 보는데 웃기지 않냐"고 추궁했다. 복수의 교도관들이 박상웅 이사에 대해 "조사가 없는 데도 수발을 들러 오는 것처럼 보였다"고 진술한 상태다. 외부 음식과 커피를 반입해 교도관들의 항의를 받은 정황도 법무부 감찰에 기록돼 있다.
박상웅 이사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친밀한 모습을 보인 것도 새로 확인됐다. 같은 날 국회 화장실에서 박상웅 이사가 윤상현 의원에게 "의원님 같은 분이 좀 (회의 진행을) 해주셔야 되는 거 아니냐"라고 부탁하는 듯한 발언을 한 사실이 취재진에 포착됐다.
마지막 발언, 끝내 양심선언은 없었다
청문회 막바지 김성태 전 회장의 발언은 감정적으로 격해졌다. 주가조작 관련 추가 수사를 받게 된 데 대한 불만이 분출됐다. 김성태 전 회장은 "전에 윤석열 정권이 했던 거랑 똑같이 하는 것 같습니다"라며 항의했다. "어차피 거짓 됐으니까 마음대로 하십시오. 털어버리십시오"라는 자포자기성 발언으로 마무리했다.
이재명 공범 관계는 부인했지만 본인이 기대했던 사법 리스크 해결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좌절감이 묻어난 장면이다. 정태호 의원의 추궁에 답하면서는 "추후에 어딜 가서든 조사받을 거니까 그때 상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특검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29일 청문회를 끝으로 국정조사의 증인 신문은 마무리됐다. 4월 30일 활동 결과 보고서 채택 절차를 거치면 보고서는 조작기소 특검법 제출의 기본 자료가 된다. 일일 보고 문건은 향후 특검 수사의 압수수색 대상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이시원 전 비서관까지 칼끝이 향할 수 있는 자료가 청문회 무대에서 처음 공개됐다.
최신뉴스
여러분의 회비는 권력감시와 사법정의, 그리고 사회적 약자 보호 등을 위한 취재 및 제작에 사용되며, 뉴탐사가 우리사회 기득권을 견제할 수 있는 언론으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뉴탐사 회원가입